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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공약이행 100%에 도사린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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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민주주의 선거에서 공약을 만들 때는 조금씩은 낙관적으로 또는 과도하게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는 것이 선거 아니겠습니까? 국민들도 감안하셔야 됩니다"

김상균 국민행복연금위원회(이하 연금위) 위원장이 22일 기초연금 논란과 관련,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때 소득과 무관하게 모든 노인에 월평균 20만원의 연금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인수위 시절에는 이것이 상당히 어렵다는 얘기가 처음 나왔다. 각계의견을 모아보자고 만든 기구가 연금위다.
연금위는 최근 활동을 마치고 '내년 7월부터 소득 하위 70%에서 80% 노인에게 최대 20만원씩 기초연금을 지급한다'는 결론을 냈다. 이마저도 누구에게 얼마를 줄 것인가라는 결정적인 부분은 최종 합의가 안됐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인 김 위원장은 "죄송한 말씀이나 그런 (기대를 한) 분들은 허탈하게 되는 것"이라며 "그런데 그 선거의 특징을 이제 몇 차례의 선거를 경험하면서 국민들이 터득을 하셔야된다"고 말했다. 연금위의 결론과 김 위원장의 발언은 야당과 시민단체들의 공분을 샀다. 복지공약 사기라는 말까지 나왔다.

김 위원장의 말을 군색한 변명이나 궤변으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집권여당이나 정부 관료 누구도 감히 대놓고 하지 못하는 말이다. 새누리당 한편에서는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줘 속이 후련하다"라는 말도 나온다. 지금까지 공약을 100%지킨 정권은 없다. "공약은 반드시 지켜야하는 것이 아니라 지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말도 있다.

미국도 공약이행률이 평균 70%정도다. 우리는 이보다 낮은 30%대로 추정된다. 박 대통령은 대선기간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고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고 밝혀왔다. 새누리당도 대선공약을 낼때 마다 "반드시 지킬 수있는 것만 발표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대선공약 210개, 지방공약 106개 등 총 316개 공약을 발표했다.
공약이행에는 돈이 따른다. 그런데 당장 세금수입은 올 상반기 10조, 올 전체로 20조원의 펑크가 예상된다. 정부는 상반기에 재정의 60.3%를 집행했다. 하반기에 나머지 39.3%로 살림살이를 해야 한다. 야당은 하반기에도 추경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공약의 수정이나 완급조절이 불가피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그러나 "어떻게 해서든 달성하겠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106개 지방공약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모든 지방 공약을 이행하되 사업 타당성이 부족한 사업은 지자체와 협의 조정을 통해 다시 기획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지방의 신규사업 12개 중 10개는 이미 경제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협의조정은 정치논리가 개입될 소지가 충분하다.

새누리당 지도부 일각과 시도당에서는 "우리 지역은 경제성보다 국토균형발전이라는 원칙으로 지켜져야 한다"거나 "경제성만으로 사업을 평가하면 내년 지방선거는 어떻게 치르라는 것이냐"는 불만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대선에 진 빚이 없겠지만 당은 진 빚은 많고 갚은 것은 거의 없다"고 푸념한다.

박 대통령과 정부는 '100%공약달성'의 원칙에 집착할 필요도 집착해서도 안된다. 나중에 재정파탄으로 돌아올 선심성 공약이었다면 일찍 포기하고 국민을 납득시키는 게 바람직하다. 500억원 이상 대형사업은 경제성을 1순위에 올려놔야 한다. 장밋빛 대운하공약 대한 정권의 광적인 집착이 낳은 4대강사업에서 우리는 이미 22조원의 수업료를 지불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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