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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주식시장과 전쟁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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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최근 장세에 대한 대응 메뉴얼은 영화 '고지전'에 잘 나와 있습니다."

얼마 전 모 대형증권사 주식영업팀장과 점심식사를 같이 했다. 그에게 1900선에 갇혀있는 박스권에서의 투자전략을 물었다. 그는 대뜸 2년 전 히트한 전쟁영화 한 편을 소개했다. 고지전은 2011년 개봉돼 700여 만 명의 관객을 끌어 모은 대 히트작이다. 한국전쟁이 막바지에 이르던 1953년 여름, 38선 인근 산봉우리와 능선을 차지하기 위해 남북이 벌였던 처절한 사투를 소재로 삼았다. '백마고지 전투'다.
한국 근현대사의 최대 비극과 '주(株) 테크'를 연결시키는 논리가 썩 반갑지는 않았지만 냉혹한 주식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을 참고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자문하며 귀를 쫑긋 세웠다. 주식영업 고수가 하고자 했던 말은 '주어진 시장을 받아들이고 그 틀 안에서 수익극대화 전략을 모색하라' 였다.

그의 입을 빌려 다시 영화로 들어가 보자. 유엔군과 공산군은 1951년 여름 이후 상대방을 철저하게 제압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어느덧 양 측의 관심사는 "어떻게 해야 유리하게 이 전쟁을 끝내느냐"로 모아졌다. 상대로부터 조금이라도 더 얻어내기 위해 중부전선의 이름 없는 고지 하나를 두고 처절한 사투를 벌였다. 전세를 바꿀 수는 없었다. 하지만 협상테이블에서 나름 승자의 기분을 느끼기 위해 수 없이 치고 빠지는 전략을 반복했다.

그는 "2011년 4ㆍ4분기 이후 시장은 상승하자니 유럽 발 금융위기가 만들어낸 강력한 저항선이 기다리고 있고, 그렇다고 하락하자니 낮은 밸류에이션이 만들어낸 저평가 매력이 불러낸 매수세가 지지선을 만들어내며 추세가 사라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선 시장 전체에 대한 도전은 포기하는 대신 제한적인 수급이 집중되는 업종과 종목에서 '치고 빠지기'식의 매매로 수익을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장을 바꿀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은 압도적인 승리는 커녕 박스권 장세에서 유리한 고지마저 쟁취할 수 없게 한다는 얘기다.

치고 빠지기 전략이 능사가 될 수 있냐고 물었다. 그는 또 한 편의 전쟁사를 소개했다. 1942년 2차 세계대전 당시, 영 연방군은 대대급 규모의 별동대를 만들고 독일 진영의 각종 소규모 군사시설을 단기간에 붕괴시켰다. 이에 연방사령부는 독일군 기지가 주둔한 항구도시 디에프를 장악하기 위해 별동대를 여단급으로 키우고 급습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당시 유럽을 호령했던 독일군이 만만할리가 없었다. '히트 앤드 런' 작전을 눈치채고 전투기 출격태세까지 갖춘 것이다. 전쟁사에 '디에프 상륙작전'으로 기록된 이 전투에서 연방군의 피해는 참담했다. 단 하루만에 6000명의 병사 가운데 절반을 포로나 사상자로 잃었다.

주식투자로 따지자면 만만하게 봤던 종목에 재미를 봤던 투자기법으로 몰빵했다가 반토막이 난 꼴이다.

그는 "솔직히 말해 올해 주식시장이 추세상승 패턴으로 회귀하는 것은 힘들 것"이라며 "시장을 받아들여 종목 위주로 단기 대응하는 전략을 추구하되, 이 전략에 너무 많은 실탄을 투입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군사전략과 주식매매. 묘하게 일치하는 구석이 많아 보인다. 승리를 꿈꾸는 주식투자자라면 전쟁사를 정리한 책 한 권 탐독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조태진 기자 tj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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