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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읽는다 ?"..어느 인문주의자의 도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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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지오 소스테누토]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음악은 애초에 인문학의 범주에 놓여 있다. 미국의 인문학자 월터 카우프만은 "인문학이란 철학과 문학, 종교와 역사, 음악과 미술을 통털어 일컫는다"고 설명한다.

'아다지오 소스테누토'는 클래식 애호가이자 음악비평가인 문학수가 음악가의 생애와 세계를 인문적으로 들려준다. 저자는 음악을 듣는 행위를 이렇게 말한다.
"한 개인의 내면을 만나는 일인 동시에, 그가 살았던 시대와의 대면이기도 하다. 결국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개인사와 당대사를 씨줄, 날줄로 삼은 '음악의 생애'를 만나는 일과 다르지 않다. 때로는 수백 년 혹은 수십 년전에 이미 쓰인 음악을 우리가 듣는다 치더라도, 그 속에는 어느 시대에나 인간이 느껴봤을 보편적인 희로애락, 당대와의 갈등이나 타협, 때로는 권력을 향한 욕망같은 것들이 여전히 살아서 흘러가는 것이다."

사람들은 클래식이 지루하거나 고상한 취미로 여긴다. 그러면서도 '베를린 필 하모닉'의 내한공연이라도 볼라치면 으시대며 자랑스러워한다. 내로라하는 사람들도 '클래식'을 좀 아는 것을 예쁜 첩이라도 가진 양 뽐낸다. 꼭 포도주를 좀 안다고 거품 무는 사람처럼 말이다. 음악비평가마저 클래식에 대한 글을 쓸 때는 온갖 고상을 다 떨면서 수사와 현학을 구사한다. 그래서 클래식은 돼지 진주 목걸이처럼 목에 걸고 있는 장식품이거나 귀한 액서사리가 된다.

허영적 취향, 즉 클래식 앞에 나타난 자기 분열적 정서는 대중들로부터 음악을 유리안치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음악가들은 늘 신비하고, 괴팍한 인물로 비춰진다. 우리는 모차르트가 어려서부터 가족을 먹여살리느라 겪은 온갖 고생마저 천재의 광휘를 둘러싼 또다른 아우라로 인식한다. 꼭 '사육된 아이돌'스타의 연습생 시절, 배고픔과 구질한 이야기가 '드림'의 완성과정으로 이해하는 것과 다를게 없다.
'아다지오 소스테누토'는 클래식 교양서가 갖는 공허함이나 수사가 없다. 생애의 뻔한 에프소드도 너절히 늘어놓지도 않는다. 대신 음악가의 삶을 인문학적 깊이로 읽어낸다. 저자는 바흐,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등 24명의 음악가의 생애와 음악세계를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한다.

저자는 음악가의 삶을 따라가며 개인사에 중점을 두거나 시대적 역할에 초점을 맞추기도 하고, 당대의 정치 상황으로 읽어내기도 한다. 실례로 당대에 빛을 보지 못한 바흐의 작품이 수세기 후에 새롭게 발굴되는 과정을 들려주며, 하이든은 종속음악가에서 자유시민이 된 정치경제적 환경을 통해 서술된다. 천재 혹은 초인이기보다는 욕망에 비틀대고 콤플렉스와 현실의 버거워하는 나약한 모차르트도 등장한다.

또한 책에서는 혁명의 열기속에서도 자기세계만을 침잠한 '레퀴엠'의 작곡가 가브리엘 포레를 만날 수 있고, 나치에 협력해 음악 권력을 장악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를 볼 수 있다.

저자는 인문주의자로서 음악가와 음악세계를 그리는 한편 클래식 애호가로 클래식에 친숙해지는 법도 가르쳐준다.

<'아다지오 소스테누토'-어느 인문주의자의 클래식 읽기/문학수 지음/돌베게 출간/값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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