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시민들이 치안 상태 등 생활안전 관련 정보를 쉽게 파악해 대비할 수 있도록 '생활안전지도'를 제작하는 일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집값 하락 등 주민과 지자체의 반발, 인권침해 등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일었지만, 정부는 강행 태세다.
하지만 정부의 지나친 의욕이 오히려 부작용을 낳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다'는 옛 속담도 떠올리게 한다. 예컨대 불량식품의 문제를 생각해보자. 정부는 첫 번째 타깃을 학교 앞 문방구로 정하고 불량식품 판매를 적극 차단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학교 앞 200m는 이미 '어린이 식품안전보호구역'으로 설정돼 강력한 점검ㆍ단속을 받고 있는 곳이다. 가뜩이나 장사가 안돼 시름하던 학교 앞 문방구들은 이중 삼중의 단속과 규제에 시달리게 됐다.
또 불량식품 단속은 그동안 지자체 특별사법경찰의 주된 업무였다. 경찰,검찰 등은 보다 강력한 범죄, 즉 절도,강도,사기 등을 맡아 처리해왔다. 나름 효율적인 업무 분담이었다. 그런데 이젠 일선 검사들이 학교 앞 문방구에 드나들며 '쫀드기','아폴로' 등 불량 식품을 파는지 여부를 감시하겠다고 나서는 상황이 됐다. 소 잡는 데 쓸 칼을 닭 잡는 데 쓰는 꼴이다. 일선 경찰들도 "민생 침해 정도가 훨씬 큰 도둑, 강도, 사기꾼 잡으러 다녀야 할 시간에 불량식품이나 단속해야 하냐"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생활안전지도 작성 계획도 마찬가지다. 범죄,치안, 재해 등 관련 정보를 제공해 안전 생활을 돕겠다는 취지는 좋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 '범죄 우범 지역'이라는 낙인을 찍는 부작용이 있을 수있다는 점부터 면밀히 살펴야 한다. 2008년, 2010년에도 각각 비슷한 정책이 추진됐다가 실패했던 데에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미국의 일부 도시에서 이를 도입해 효과가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으나 우리는 미국보다 훨씬 국토가 좁고 인구가 밀집돼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의욕도 좋지만 신중할 땐 신중해야 한다. 뭐든지 과한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한 법이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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