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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이번에도 '공짜점심'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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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2012년 10월 31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회의장. 정부가 제출한 2013년도 예산안에 대한 첫 심의가 이뤄졌다. 김황식 총리가 예산안의 방향을 대략 설명하고 국회의 협조를 구하는 발언을 한 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나섰다. 그는 녹색기후기금(GCF) 유치를 가장 먼저 소개하고 이명박정부의 위기극복이 세계에서 모범사례로 평가받는다고 자찬했다.

세부 예산안을 설명한 뒤 박 장관은 "정부는 경제와 민생에는 임기가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고 다음 정부가 더 잘할 수 있는 주춧돌을 놓을 수 있도록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했다"면서 "이번 예산안을 통해 우리 경제에 화창한 햇살이 드리우고 모든 국민 한 분 한 분의 마음에 희망이 싹틀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의 발언 이후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새누리당 김태원 홍일표, 민주당 최재성 의원등 예결위 여야 위원들은 정부가 경제를 너무 낙관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예결위 수석전문위원조차 정부가 세금외 수입으로 잡은 26조7000억원 가운데 7조 7383억원을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지주회사의 정부출자 지분 매각을 통해 조성하겠다는 것에 대해 "매각 가능성은 대단히 부정적이고 규모면에서 재정운용 전반으로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정희수 의원은 "정부는 4% 경제성장률로 총수입을 373조로 전망했고 3.5% 성장률로 전망한 예산정책처는 359조로 본다"며 "무려 한 13조가 넘는 세수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정말 괜찮겠나"라고 묻기도 했다.

"우리 경제에 화창한 햇살이 드리울 것"이라던 예산안은 결국 국회 통과 석달만에 뻥튀기, 부실로 판명났고 정부와 여당은 20조 이내의 추경을 검토 중이다. 야당은 책임론까지 들고 나왔다. 하지만 균형재정을 지상과제로 '하명'한 이명박 대통령은 퇴임했고 박재완 장관은 학교로 돌아갔다. 박재완 경제팀의 핵심들은 모두 금융위, 국무총리실, 청와대, 관세청 등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명박정부 경제팀의 실정을 들춰낸 지금의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이명박정권 시절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을 지었다. 정치권도 "우리는 이미 문제를 알고 있었다"고 하지만 예산안을 쪽지예산, 민원예산으로 누더기로 만든 것도 정치권이었다. 정치권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해를 넘겨, 예산안을 2013년 1월 1일에 통과시켰다.

나라재정, 경제상황이 나빠질 것이라는 예측은 작년부터 나왔다. 차기정부는 이명박정부가 차려놓고 맛있게 먹은 밥상을 설거지해야 하는 설거지정부라는 말까지 나왔다. 설거지를 위해 정부는 국채를 찍고 대기업의 설비투자, 연구개발에 대한 세액공제를 축소, 폐지하겠다고 한다. 담배와 술에 붙는 세금도 오르고 각종범칙금도 슬금슬금 오를 기세다.

기업들은 "사실상 증세나 다름없다"고 푸념하고 국민들은 "정부가 세금을 더 걷는 거 아니냐"라며 걱정한다. 공무원, 공공기관 직원들도 고통분담차원에서 임금이 동결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국민행복, 창조경제가 와닿을 리 없다. "세상에 공짜점심은 없다"는 말이 이번에도 통하는 게 씁쓸하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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