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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예술될 수 있나" 전문가에 물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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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젠 '문화'다③-끝] 해외에선 이미 '게임의 예술화' 시작됐다
뉴욕현대미술관에 전시된 게임 '테트리스' (1984, 알렉세이 퍼지노프)

뉴욕현대미술관에 전시된 게임 '테트리스' (1984, 알렉세이 퍼지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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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1. 파올라 안토넬리는 예술계의 소셜네트워킹 사이트 '아트리뷰'가 선정한 대표 인사 100인에 드는 인물이다. 그녀가 약 20년간 큐레이터로 활동중인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는 이달 초부터 14종의 '게임'을 전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그녀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 미술관에서 이들(게임)을 소개하게 돼 무척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2. 지난 15일(현지시간)부터 미국 보스턴에선 현지 예술단체 '보스턴 사이버아트' 주최로 비디오게임 아트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이 전시회는 미국 동부 최대의 게임쇼 '팍스이스트'의 부대행사로 24m짜리 대형 스크린에 3명의 게임 예술가 작품을 전시중이다. 그 중 '오피스 앤트(Office Ants)'라는 작품은 사무실에서 사장이 던져준 피자와 코카콜라로 에너지를 채우고 단순 반복 작업을 계속 하는 직원 캐릭터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비인간성을 비판한다. 이 전시회에서 '공간속으로(Into the Void)'라는 작품을 전시중인 '게임 예술가' 앤서니 몬튜어리는 "나는 '순수미술(fine arts)'과 같은 의미로 '순수게임(fine games)'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게임의 예술성에 대한 논의는 해외에서 이미 일반화됐다. 최근에는 게임 그래픽, 사운드 등 시청각적 요소가 가지는 미적 요소 뿐 아니라 조작성이나 프로그래밍 효율성까지 예술로 인정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의 미디어아트 전문가는 이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앤서니 몬튜어리 作 '공간 속으로(Into the Void)' (출처 : 보스턴사이버아트 홈페이지)

앤서니 몬튜어리 作 '공간 속으로(Into the Void)' (출처 : 보스턴사이버아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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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예술분야의 연관성을 주장해 온 박영욱 숙명여대 교수는 '역발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게임이 예술이 될 수 있는가'보다 '사람들이 게임을 예술로 용인할 수 있는가'의 문제라는 것이다. 사진은 과거에 절대 예술이 될 수 없다는 평가를 들었다. 셔터를 누르는 동작으로 세상 모습을 담는다는 것이 화가가 기교를 발휘해 그림을 그리는 것과 동일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박 교수는 "사진이 점차 실생활 속에서 초상화, 풍경화를 대신하며 하나의 예술 분야로 자리잡았듯 게임 역시 마찬가지 이치로 예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뉴욕현대미술관 전시는 "게임이 예술이 될 수 있는가"라는 화두를 관객들에게 던지며 새로운 예술 분야로 용인할 수 있는지 시험하는 무대라고 설명했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게임에 예술적 요소가 숨어있다"고 말한다. 온라인게임 월드오브워크래프트나 리니지의 세계관은 흡사 방대한 문학작품의 세계관과 유사하다. 게임의 시각적 표현은 테크노아트나 팝아트와 비슷하다. 기존 예술 장르로 따지면 논리적이며 상호작용을 중시하는 미디어아트에 가깝다. 이 교수는 한국에서도 게임을 산업 육성이나 규제 등 경제, 사회적인 시각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문화적 상상력을 품은 게임의 가치 그 자체를 보자는 것이다.

미디어아트 평론가인 유원준 앨리스온 대표는 "게임은 예술이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게임이 가진 여러 속성이 새로운 예술을 감상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게임의 시각적인 미려함 뿐 아니라 유희성이나 프로그램 코드조차 예술적 가치를 지닌다. 뉴욕현대미술관의 경우 게임 조작의 참신성, 프로그램 코드의 우아함 등을 전시작 선정시 평가기준으로 활용했다. 프로그램 코드의 유려함, 획기적인 조작성 개선 등이 전시기준 평가에 반영됐다. 색다른 예술적 가치가 생겨난 것이다.

올해초 열린 '트랜스미디알레'에서 미디어아트를 시연중인 모습.

올해초 열린 '트랜스미디알레'에서 미디어아트를 시연중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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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대표는 "심지어 지난 달 독일에서 열린 미디어아트 전시회 '트랜스미디알레'에서는 '코딩' 과정을 즉석에서 공연했다"며 "미디어아트는 정형화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예술 평가에 있어 새로운 감상요소가 얼마든지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에 유화제 대신 계란 노른자를 쓴 그림을 템페라(유화의 일종)로 볼수 있는가 하는 게 논란이 됐었다"며 "기존에 없던 기준이 새로 생겨난 것이다. 즉 예술의 기준은 가변적이다. 모든 사람이 수긍할만한 보편성을 가지고 있느냐도 중요한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물론 모든이에게 인정받을 수는 없다. 유 대표는 "아방가르드 예술은 모든이들의 사랑을 받지는 않았다. 수용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인정받는다고 해서 예술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유대표는 뉴욕현대미술관에 전시된 게임들이 미술이나 음악의 고전 작품들처럼 '게임'이라는 새로운 예술분야의 '고전(classic)'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외국에선 예술진흥기금을 게임에 지원하기도 한다"며 "우리나라에서도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을 더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 관련기사 <[게임 이젠 '문화'다①] '오락실 가면 몹쓸놈' 그때를 아십니까>

☞ 관련기사 <[게임 이젠 '문화'다②] 게임 문화 이끄는 '역사가'와 '독립군'>



박충훈 기자 parkjo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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