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다 벗겨놓고 차단책은 달랑 신고기능뿐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대표 이제범·이석우)가 운영하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친구추천' 서비스가 불법 광고의 온상이 되면서 사용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무분별한 성인광고와 대출 스팸이 난무하면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카카오톡의 친구추천은 '내 번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카카오톡 계정이 자동으로 뜨는 서비스다. 잊고 지내던 친구를 찾아주는 반가운 소식통이던 카카오톡 친구추천이 각종 음란물의 홍보 수단으로 이용되면서 더 이상 달갑지가 않게 됐다. 카카오톡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였던 내 번호를 아는 사람들과 쉽게 만날 수 있다는 접근성이 이제는 카카오톡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톡에 성인광고가 친구추천을 통해 판치고 있다. 주부 B씨(36)는 몇일 전 초등학생 아들이 보여준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성인사이트 광고업자 수십 명이 친구추천에 떠 있었기 때문이다. 낯 뜨거운 프로필 사진으로 도배돼 있었고, 사용자 이름도 '텐프로' '오빠와' 자극적인 이름 일색이었다. B씨는 "무심코 메시지 안의 URL을 클릭했는데 윤락 업소를 광고하는 사이트가 떠 깜짝 놀랐다"며 "카카오톡 사용자라면 친구추천 속의 헛벗은 여성들을 누구나 만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직장인 D씨는 "친구추천에 포함된 지인의 이름으로 문자가 와서 열어 봤더니 대출 스팸이더라"며 "대출업자들에 개인정보가 유출된 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카카오가 자동으로 추천목록에 뜨는 불법광고 사용자를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톡은 전화번호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번호를 가지고 있지 않고 무작위로 전송되는 친구추천을 차단하는 방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톡은 최근 프로필 사진이 음란하거나 유해한 경우 이를 스팸 신고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하지만 회사 자체에서 사용자들을 모니터링해 걸러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카카오톡 관계자는 "스패머들이 흔한 이름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수법을 사용하는데 자동으로 친구추천 목록에 뜨는 불법광고를 차단할 방법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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