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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시선]국적 둘러싼 탈세·외국인학교 입학 숨바꼭질

최종수정 2013.03.07 11:40 기사입력 2013.03.07 11:40

국적은 타고난다. 보통 사람에게는 벗어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17세기부터 이미 인삼이나 쌀의 경작지를 찾아 압록강을 건너는 것을 범월(犯越)이라 하여 엄히 금했다. 그럼에도 실상 섬이나 다름없는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입지로 해서 1980년대까지 내외국인의 출입국은 예외적인 현상이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독일은 우선 9개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사통팔달의 지리적 조건 때문에 인적 자원을 조심스레 다룰 수밖에 없었다. 조세와 병역의 원천인 인신(人身)을 잡아두는 것이 국가존립의 문제라면, 젊고 재산이 있는 외국인을 불러들이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강국의 조건이다.

이러한 의식은 18세기 말 프로이센의 법 제도 전반을 규정한 '일반란트법'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민이나 혼인지참금 기타 사유로 인한 국부유출에 대해 해당 재산의 10%를 국가에 헌납하는 것을 원칙으로 약 40여개의 조문을 두고 있을 정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엊그제 사퇴한 김종훈 장관 내정자로 인해 미국의 영주권 내지 시민권을 포기할 경우 부과하는 국적포기세가 시중에 알려졌지만 이러한 입장이 세계화의 기수, 미국에 고유한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1990년대 이후 세계화와 때맞춰 경제 규모도 커지고 산업의 세분화가 이루어지면서야 비로소 이민문제를 진지하게 바라보게 됐다. 하지만 이제는 국가와 인간의 관계가 역전돼 국가가 수세에 몰린다. 복수국적자 때문이다. 미국과 같이 국적에 관해 출생지주의를 택하고 있는 나라에서, 혈통주의를 택하고 있는 한국 국적의 부모에게서 태어나면 태생적인 복수국적자가 된다.

얼마 전까지 복수국적자는 복수국적을 유지하면서 국내에서 출생신고나 주민등록 대신 외국인등록을 하고 지낼 수 있었다. 이는 병역의무를 회피하거나 외국인학교 입학의 특례를 적용받으려 하는 전형적인 탈법 루트의 출발점이었다. 지금은 물론 국적법 변경으로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더 이상 외국인등록을 받아주지 않아 거주지에서 주민등록을 해야 한다. 외국인학교에 관해서도 '외국국적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에게 입학자격을 부여하다가 '외국에서 거주한 기간이 총 3년 이상인 내국인(복수국적자 포함)'에 한해 '외국인학교 정원의 30%' 이내에서 입학이 가능하도록 요건을 바꾸었다. 최근 문제가 된 외국인학교의 불법입학은 이 법 개정을 만만히 본 것이다.

병역문제는 사회적으로 좀 더 심각하다. 원정출산과 같이 자녀가 인위적으로 이중국적을 갖게 된 경우 차후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해 병역의무를 면할 수 있다면 불공평한 일이다. 이에 대응해 이른바 홍준표법이라 하는 국적법 개정이 있었다. 병역이 해소될 때까지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지 못하도록 해 이중국적자의 병역의무를 확보하자는 것이다. 물론 이 조항이 적용될 것인가에는 그 부모의 외국체류시 영주목적이 있었는가가 중요한데, 그 판단이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는 남는다. 하지만 이로써 병역의 무회피를 위해 국적을 포기하는(척하는) 행태에 대한 방지책이 웬만큼은 갖추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발전단계로 볼 때 모든 문제에서 조세에 관심을 둬야 한다. 국가가 제대로 섰는가는 조세제도를 보면 안다. 사회적으로 공평하게 규정돼 있는지, 정한대로 실제로 집행하는지, 탈세자를 규정대로 처벌하는지의 문제이다.

국적과 관련해 보자면, 다른 나라 국적을 억지로라도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마음을 가진 부모라면 재산 역시 세금 없이 물려주고 싶을 것이다. 국적포기세를 신설할 것인지, 증여 부분에 대해 분명하게 조사할 필요는 없는지, 조사한다면 어떤 계기로 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

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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