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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카드의 진실③]한페이카드는 누구를 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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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보라 ]
광주시, 타당성 없는 사업 무리하게 추진
시민편의·지역업체살리기 명분 모두 잃어
대책·책임도 모르쇠…업체에만 떠넘기기


기존의 카드보다 더 불편하고, 지역 업체는 부도위기에다, 부도가 나면 광주시민의 발목이 묶이는, 한페이카드 사업은 과연 누구를 위한 사업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광주시가 무리하게 추진한 엉터리 사업에 애꿎은 시민들과 지역업체가 희생양이 된 셈이다.

한페이카드는 광주시가 2007년부터 추진한 ‘유페이먼트’ 사업으로 인해 탄생했다.

광주시는 ‘1장의 충전식 선불카드로 대중교통을 비롯해 민간기업, 공공기관 등 모든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자지불 결제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유페이먼트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국토해양부가 ‘2014년1월1일부터 교통카드 전국호환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기반구축사업을 시작하자 광주시가 ‘시장선도’를 목적으로 의욕적으로 유페이먼트 사업을 추진했다는 것.

광주시는 2004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추진한 ‘수도권 교통체계 개편’과 맞물려 진행된 ‘신교통카드 시스템 구축’ 사업(T머니카드)을 벤치마킹해 사업성을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전 광주시장 측근 비리 등에 휘말려 사업자 선정에만 3년여를 허송세월했다.

그세 전 사업자였던 마이비카드를 비롯해 T머니, 캐시비 등은 광주시의 계획보다 한발 앞선 스마트카드들을 만들어 내며 시장을 선점하기 시작했다.

이미 시장에 뛰어들기는 한 발 늦은 상황이었지만 광주시는 2010년 롯데정보컨소시엄(특수목적사업법인 한페이시스)와 협약을 체결하고 무리하게 유페이먼트 사업을 끌고 갔다.

이에 따라 한페이카드는 당초 사업 취지에 걸맞게 국내 최초로 국토부가 만든 국가표준(KS) 전국 호환 교통카드 상용화를 이뤘다. 직접 전자화폐 지불거래 내역을 통합해 처리하는 정산 시스템 및 센터도 만들었다. 하지만 현재는 부도 위기에 내몰렸다.

또 광주시는 대구와 대전이 유페이먼트 사업을 벤치마킹했다고 홍보했지만 대전은 대전발전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해 특수목적법인 도입이 비효율적이라고 판단, 현재는 티머니(한꿈이카드)를 통해 교통카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용역 결과, 광주는 자본금 잠식현상이 나타나는 등 가장 나쁜 사례였으며 대구 역시 안좋은 상황으로 시장규모가 큰 서울만해도 투자금 회수에 10년이 걸렸다”면서 “대중교통이라는 공익사업에 특수목적법인을 도입하는 것은 수익성도 없을뿐더러 시민들 편의와 안전을 놓고 위험한 도박을 하는 꼴이라 현실에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진행되자 광주시는 슬그머니 발을 빼고 있다. 공공재 성격을 띤 교통카드를 민간업자가 운영·관리하도록 해놓고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나자 ‘나몰라라’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민자사업이니 책임이 없다”는 광주시의 말도 조금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광주시는 노후한 단말기를 한페이시스가 올해 새 단말기로 교체하면 단말기 대금 보전 차원에서 현행 1.5%인 교통카드 수수료를 2.5%로 올려주기로 했다.

버스이용요금 1100원 가운데 16.5원을 수수료로 지불하던 게 27.5원으로 오르면 1인당 9원씩을 더 지불하게 된다. 2011년 기준 대중교통이용인구 48만6000명 중 88%가 교통카드 이용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매일 390만원, 연간 환산시 14억원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매년 300억원을 넘나드는 세금이 시내버스 적자 보전을 위해 지원되고 있는 상황에서 연간 14억원은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다.

이런 점으로 미뤄봤을 때 유페이먼트가 시민들의 혈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는 유페이먼트 사업에 광주시가 관계없을 리 만무하다는 말이다.

여기에 ‘한페이시스 부도’라는 최악의 수를 가정하면 광주 대중교통 카드결제 시스템과 환승 서비스 등은 당장 중단될 상황에 처할 수도 있지만 광주시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지역업체를 살리는 길을 택하든지, 시민들 편의를 위해 다른 교통카드업체에게 시장을 개방하든지 광주시가 양단간의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bora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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