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시위는 오후 5시부터 세시간 동안 이어졌다고 한다. 다행히(?) 그 시간 집을 비운 김 위원장은 이들과 마주치지 않았지만, 밤 늦게까지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들은 이틀 뒤인 31일엔 광화문 금융위원회를 찾아 다시 시위를 벌였다.
지난해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재정투입 불가'를 일년 내내 외쳤다. "재정투입은 신중해야 하며 현재는 이를 해야 할 시점이 아니다"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 경기 악화와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하우스푸어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돼도 그의 발언은 한결 같았다.
재정 투입엔 신중하되, 일단 한번 손을 댈 땐 과감히 환부를 도려내야 한다는 게 김 위원장 평소의 지론이다. 최근에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가게부채 공약과 사뭇 다른 견해를 밝혀 주목받았다. 박 당선인은 하우스푸어 구제책으로 '국민행복기금을 활용한 가계대출 채권 매입'을 내세웠는데, 김 위원장은 "다양한 방안을 연구할 수 있지만 정부 재정 투입은 안된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후순위채 피해자들의 시위와 금융위원장의 수난 소식을 접하면서 시장주의와 같은 기본적인 경제원리가 시회문화적으로 정착되기까진 여전히 갈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위는 국민의 권리일 수 있다. 그러나 공직자들의 인권과 기본권도 엄연히 지켜져야 한다. 그게 민주주의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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