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업 16.6명.. 제조업 9.3명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울산 SK이노베이션 정유공장은 하루에 111만배럴의 원유제품을 생산한다. 이 가운데 해외로 수출하는 물량만 하루에 30만배럴에 달한다. 대한민국 전체 1일 소비량의 15%가 넘는 양이다. 부지의 규모는 826만㎡(250만평)로 원유저장시설과 고도화시설, 납사 분해공장 등이 들어서 있다. 하지만 각각의 정유플랜트를 관리하는 인력은 10명 남짓이다.
#서울 구로동에 들어선 한 대형마트. 이 대형마트는 주상복합시설 지하 두 개층을 사업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다른 대형마트에 비해 작은 규모지만 현급출납원을 포함한 상근 인력만 500명이 넘는다. 대형마트의 기준이 3000㎡(900평)임을 감안하면 약 16.5㎡(5평)당 1명 꼴로 근무하고 있는 셈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제조업은 한 해 수십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수출국가로 발돋움하는 데에도 제조업의 역할은 여타 산업군에 비해 월등히 컸다. 현재 글로벌 무대를 휘젓고 다니는 삼성전자와 현대차도 따지고 보면 이 같은 제조업 호황기를 거쳐 탄생한 기업들이다.
제조업 기반의 탄탄한 경제구조는 2007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도 큰 힘이 됐다. 한국 제조업체들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같은 기업들이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하지만 고용효과라는 문제로 들어가면 얘기는 달라진다. 우선 제조업체들이 국내에 공장을 짓지 않는다. 제품을 판매하는 곳에 공장을 짓는다는 '현지화 전략', 국내에 공장을 짓기 위해선 감수해야 하는 갖가지 규제, 여전히 수십개의 도장이 필요한 인허가 등이 주된 원인이다. 기업의 최고 목표가 생존임을 감안하면 원가경쟁력을 손해보면서, 또는 경쟁력 약화를 감수하면서 국내에 공장을 지으라고 강요할 순 없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자리의 수가 연평균 96만2000개 감소했다”며 “이를 만회하기 위해 고용창출력이 높은 서비스업종과 내수업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조업이 만들어내는 일자리는 기껏해야 현상태를 유지하거나 줄어들 전망이다. 실제로 제조업 일자리의 수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7개월 연속 감소했다. 반면 서비스업종 일자리는 2020년까지 34만개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교육, 의료, 법률, 콘텐츠 등 서비스산업의 활성화를 통해 늘어날 일자리의 수는 34만8648개로 추산된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서비스업 살리기에 힘을 싣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성장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비스업종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서비스업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서비스업종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부의 주요 투자대상이 아니었다. 정부의 재정지원의 절반 이상은 제조업종에 몰렸고 서비스업에 대한 지원은 제조업종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정부조차 일자리 창출을 위한 번지수를 잘못 찾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서비스업 강국인 미국의 경우 의료서비스에 대한 중장기적인 투자를 통해 의료서비스산업의 성장은 물론 고용증대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 서비스업종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인식이 매우 뒤떨어져 있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이동근 대한상의 부회장 역시 “의료관광을 목적으로 외국인 방문객이 8만명까지 늘었지만 태국과 싱가포르 등과 비교하면 턱없이 못 미친다”고 꼬집었다.
서비스업종에 대한 규제완화도 뒤따라야 한다. 제조업에 대한 규제는 크게 완화된 반면 서비스업종은 거의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의료서비스 부문은 영리법인금지 등 제한 조항 때문에 투자는 물론 사업이 수년째 표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박병원 은행연합회 회장은 “서비스업은 엄청난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며 “이 같은 역차별만 해소해도 상당히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변 연구위원은 “우선 법률·콘텐츠 등의 효율적 융합을 통해 서비스 산업 시장 확대를 이룰 수 있는 릫서비스산업 규제 제로 지구릮를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해 봄 직하다”고 조언했다.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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