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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메신저]‘이등체강원칙(二等遞降原則)’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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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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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인간에게 인격(人格)이 있듯이 국가에도 국격(國格)이 있다. 한 나라의 품격이나, 국력에 따른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짚어내는 말일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한 뒤 자주 언급하면서, ‘국격’이란 말은 비교적 우리 귀에 익은 낱말이 되었다.

이 나라 옷의 역사 속에는 바로 이 국격과 관련된 쓰라린 얼룩이 짙게 드리워져있다. 신라 28대 진덕여왕 2년(648년)이었다. 청병(淸兵)을 위해 당나라에 간 김춘추는 외교에 성공을 하고 삼국통일의 첫발을 딛는다. 그러나 이때 당나라와의 외교는 1대1의 대등한 외교가 아니었다. 상하관계 외교였다.
당시에는 나라사이에 상하관계가 맺어지면, 옷을 주고받는 것으로 그들 간의 서열을 확실히 하였다. 두 나라의 옷을 서로 교환 한 것이 아니라, 상위 나라에서 하위 나라에 옷을 ‘하사’ 하였다. 이른바 청사관복제도(請賜冠服制度)였다. 청사관복제도란 아래의 나라에서 위의 나라에 간청하여 관(冠)과 옷을 사여 받아오는 제도를 말한다.

따라서 당나라가 그들의 관복을 신라에 ‘내려’주었다. 슬프게도, 이렇게 시작된 청사관복제도는 중국의 역사나 왕조가 바뀌어도 조선왕조까지 계속됐다.

청사관복제도는 이등체강원칙(二等遞降原則)에 따라 이행됐다. 이등체강원칙이란 중국의 품계보다 두 등급을 낮추어 대우한다는 원칙이다. 이 땅의 왕에게는 중국의 황제, 황태자 다음 서열인 친왕례(親王禮: 황태자를 제외한 황족 서열에 준하는 대우)에 따라 옷을 보냈다. 대신들의 옷 역시, 중국 3품의 옷을 이 나라의 1품이 입도록 하였다. 왕을 비롯하여 신하는 물론, 국가의 품위(品位)까지 중국 보다 두 등급 아래가 되었다는 말이다.
대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도 원통한 일인데, 옷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당시 사람들의 생각이나 태도는 더욱 한심했다. 옷이 오면 사은사절을 보냈고, 옷을 받아오지 못하면 몇 십년이고 낡아빠진 옷을 입었는가 하면, 우리나라 왕의 사이즈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옷이 왔기 때문에, 지나치게 큰옷이 와도 ‘황은’이 줄어들까봐 그 옷을 고치지도 않고 그대로 입었다. 국력이 약하여,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었다 치더라도 이건 좀 도가 넘는 자기비하가 아닐 수 없다.

캐나다의 경제잡지 커네이디언 비즈니스(canadian business)가 지난 12일 발행한 최신호에서, 올해의 빅 위너(Big Winner of 2012)'로,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캐나다인으로 영국 중앙은행(BOE) 총재가 된 마크 카니와 함께, 한국을 나란히 선정했다.

"삼성전자는 애플을, 현대차는 혼다를,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저스틴 비버를 제쳤다"며 "한국 기업들은 2012년을 지배했다. 자동차와 테크놀로지 분야에서 우월성을 나타냈고, 수십년에 걸친 기업발전의 성과를 거둬들이고 있다"고 했다. 20년전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이 “한국의 기업은 2류인데 정치는 4류”라고 말해, YS가 발끈했던 일화가 있다. 2류였던 기업은 1류의 반열에 올랐는데, 이 나라 정치는 지금 몇류쯤 될까.

새 대통령이 선출됐다. 수많은 공약과 꿈같은 비젼이 난무했다. 초심을 잃지 말고, 높아지고 있는 ‘국가의 품격’을 더욱 높이는 당당한 대통령이 되어주길 바란다.




박소연 기자 m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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