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이 본격화되면서 청사 안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의 업무환경과 관련한 문제가 불거졌다. 특히 지은 지 채 한달이 안 된 건물에 들어선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은 이른바 '새집증후군'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주 중 이전을 마무리하는 국토해양부나 지난주 끝낸 농림수산식품부 공무원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청사 가까운 곳에 변변한 식당 하나 없는 탓에 사람이 몰리는 점심시간 때는 구내식당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결국 사람이 몰리는 걸 막기 위해 2부제를 실시했지만 사람은 많고 공간은 적은 탓에 큰 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한다.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은 "밥 먹는 데 30, 40분 기다리는 건 기본"이라고 말했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나 당장 선거 후 꾸려질 차기 정부를 위한 업무보고와 같이 굵직한 일은 앞으로도 서울에서 진행될 예정이기에 상당수 공무원들은 여전히 서울에 안테나를 세워둘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고속열차를 타도 3시간 이상, 차로 이동하면 4~5시간을 훌쩍 넘기지만 서울에서 회의가 많은 까닭에 길에서 버리는 시간도 적지 않다고 한다.
정부가 확정한 부처별 이전일정을 보면, 국무총리실은 이달 말 총리가 신공관으로 입주하는 걸 끝으로 이전이 마무리된다. 지난주 일부 부처부터 짐을 싸기 시작한 재정부는 오는 30일까지, 국토부는 이번 주까지다. 농식품부는 이미 전 부서가 다 들어왔으며 공정거래위원회와 환경부는 다음주터 2주간에 걸쳐 옮긴다.
이렇게 되면 중앙행정기관 6곳과 그 소속기관 6곳, 총 12개 기관 4100여명이 올해 안에 완전히 세종청사에 자리를 잡는다. 내년도엔 교과부 등 18개 기관 4100여명이, 내후년엔 법제처 등 6개 기관 2200여명이 대상이다.
이들도 앞으로 처할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을 걸로 보인다. 2단계 청사 완공예정시기가 내년 11월, 3단계 청사 예정시기는 그해 10월이다. 최근 세종시로 내려간 공무원들이 새집증후군에 고생하듯, 앞으로 내려갈 공무원들도 갓 지은 건물에 들어가 당장 업무를 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나마 달라질 부분이 있다면, 먼저 내려간 공무원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편의시설이 현재보다는 많아질 것이라는 점, 정도일 것 같다. 한 공무원은 "행정안전부는 만명이 넘는 공무원의 이사를 책임지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은 내려오지 않는 탓에 현지 사정에 어두울 수밖에 없다"며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로 환경이 열악한데도 '계획은 이미 확정됐다'며 크게 신경 쓰지 않는듯한 모습에 같은 공무원 입장에서도 답답하다"고 전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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