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후보가 내걸고 있는 정치혁신을 둘러싸고 기존의 야권과의 불협화음이 심상치 않다. 대선출마 이후 안 후보는 민주통합당과의 후보 단일화의 전제조건으로 국민이 납득할 만한 정치혁신을 내세웠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도대체 당신이 원하는 정치혁신이 무엇이냐고 반발했다. 또 정당 없이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무소속 대통령이 일을 잘할 수 있다고 해서 또다시 논란에 휩싸인다. '그럼 당신이 한 번 정치혁신안을 내놓아 봐라'라는 요구가 일자 정치개혁의 3대 원칙으로 협력의 정치, 직접민주주의의 강화, 정치인의 특권포기 등을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체성이 결여됐다는 비판을 받은 그는 지난달 23일 국회의원 수를 줄이고, 정당보조금을 축소하고, 중앙당을 폐지해야 한다는 좀 더 구체적인 정치쇄신안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정치권은 물론 학계를 포함한 정치전문가들의 비판은 거셌다. 여론에만 편승한 포퓰리즘이며 결국 정치를 부정하고 정치를 불신하도록 만드는 데 일조한 것으로 무책임하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아니 한참 이전부터 '안철수 현상'이 의미했던 것은 국민의 기존 정치에 대한 강한 불신이었다. 본인도 자신이 가지는 의미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는 지난해 한 언론의 인터뷰에서 자신에 대한 국민의 지지에 대해, '나에 대한 지지라기보다는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대선에 출마한 안 후보 스스로 기존 정치를 비판하고 자신의 주된 콘셉트를 정치혁신으로 위치 지운 것이 잘못된 방향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여기서 안 후보 스스로 간과해서는 안될 한 가지 중대한 지점이 있다. 즉 자신이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대변하고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과, 자신 스스로가 정치혁신의 주체가 돼 정치를 더 잘하는 것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점이다. 밖에서 정치를 혼내고 좋은 정치를 견인하는 계도자의 역할에 머무를 때와 스스로 지도자가 되겠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길이다. 그래서 무소속 대통령론에서처럼 마치 정치를 부정하는 태도를 보이거나 나쁜 경험은 안하는 것이 더 좋다는 등 자신이 더 정치를 더 잘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도 잘못된 것이다. 또 의석을 200석으로 줄이자는 주장에 대한 논란에서처럼 스스로 정치혁신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도 공감을 얻기 어렵다. 안 후보는 분명 정치경험이 없으며, 함께 정치를 할 세력도 없고, 또 시간을 두고 준비를 제대로 해온 것도 아니다. 그런 점에서 정치혁신을 전제로 단일화의 조건으로 내건 것도 애초부터 잘못된 것이다. 또 더 근본적으로 보면 정치에 대한 분노를 통해 정치에 진입하고자 하는 것도 잘못된 것이다. 정치에 대한 분노는 정치의 방향을 제공할 수는 있지만 정작 지도자가 정부라는 틀 내에서 정치를 잘하도록 만들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지도자는 민심을 헤아리되, 여기에 기대서 함께 분노하는 것은 제 역할이 아니다.
다시 말해 안철수의 오류는 메신저로서의 역할을 벗어나는 데서 시작된다. 안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정치불신', 동시에 '정치혁신'의 의미를 가진 시대의 기호이다. 그러나 정작 본인이 정치를 잘할 수도, 잘할 준비가 돼 있는 것도 아니므로 자신이 새정치를 도래토록 할 구원자를 자처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메신저로서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기존 정치인을 믿을 수 없으니 스스로 대통령이 되고자 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안 후보는 지도자로서 국민의 분노를 대변해 기존 정치권의 스스로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내는 데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
김헌태 정치평론가ㆍ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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