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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나톡톡] "맛사지 손님? 때미는 손님도 절반은 줄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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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목욕관리사(일명 때밀이) 이 직업도 얼마나 고된 줄 알아. 밥 제때 못 먹어 위장병은 달고 살지, 온 힘을 쓰자니 몸은 고되지. 내 나이가 낼 모레 50인데 이제는 힘에 부쳐. 그런데 경기 탓인지 손님까지 없으니 죽을 맛이야."

27일 오전 10시. 용산구에 위치한 목욕탕에서 근무하는 한 목욕관리사는 탈의실 평상에 앉아 한숨을 지었다. 날이 쌀쌀해지기 시작하면 목욕탕에 오는 손님이 늘어나면서 때를 미는 사람들도 증가하기 마련인데 올 초부터 급격히 손님이 줄었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주로 주말 장사야. 평일에 누가 와서 때를 밀겠어. 매일 오는 사우나중독인 여자들은 와서 땀 빼고 샤워만 하고 가는 걸. 그나마 주말에 맛사지 손님이 좀 있어서 버티지 어떤 날은 한 팀도 못 받을 때도 많아"

실제 이 관리사는 이번 주 평일에 맛사지 및 때미는 손님을 거의 받지 못했다고 한다. 특히 가을에는 주말에도 등산족이 많아지는 탓에 목욕탕 오는 손님수가 급격히 줄어든다는 것. 주말인 이날 역시 평소보다 많이 한산한 모습이었다.

탕 안에서 또 다른 목욕관리사는 맛사지 손님과 씨름 중이었다. 팔로 두드리고 몸 위로 올라가 발로 밟으며 정신없이 바쁜 손놀림을 이어갔다.
이 탕에서 받는 맛사지 가격은 아로마 6만원, 오일 5만원. 전신맛사지가 3만5000원에 달했다. 때미는 것은 1만7000원에 머리를 감으면 2만원의 요금을 받는다.

"요즘 아로마 맛사지 손님은 거의 없다고 보면 돼. 전신마사지를 하는데 솔직히 여기도 오이도 갈아서 얼굴에 붙여줘야지, 오일도 얼마나 많이 들어가는데. 그런데도 손님이 없어. 예전에 비해 절반은 줄었다고 보면 돼. 때미는 손님이 없어 이 시간에 놀고 있자나."

그런데 탕안에서 갑자기 물내려가는 하수구가 막혔다고 관리사를 불렀다. 목욕탕 내부 관리는 관리사들이 하고 탈의실은 음료를 팔고 표를 받는 프론트 담당자가 한다. 탕 안과 밖의 관리자가 서로 달르며 사고 날때 관리를 잘 못했을 경우 책임도 이들이 영역에 따라 지게 된다.

하수구가 막혀 물이 넘치자 세정사가 화장실 뚜러펑으로 연신 뚫지만 여의치가 않다. 물 빼는 기계를 가져와 30분을 씨름한 끝에 겨우 뚫렸다.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다. "이런 것까지 속썩이면 체력적으로 더 힘들어.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요즘엔 때미는 것도 힘든데 큰일이야. 보증금에 자리세까지 내려면 많이 벌어야는데 손님은 없고..."

최근 직업난이 커지면서 젊은 목욕관리사들도 많이 늘었다고 했다. 30대 초반의 젊은 관리사들이 많아지면서 나이 먹은 관리사들의 자리도 갈수록 줄어든다는 것.

"이 직업도 사람마다 노하우가 다르고 입소문에 따라 평가가 나기 때문에 단골손님들은 그 사람한테만 맛사지 받고 때를 밀고 그래. 그 사람이 옮기면 거기까지 갈 정도의 골수 단골들이 있는 관리사들도 많거든. 근데 그것도 예전 같지가 않아. 손님이 있어야 입소문도 나고 하는 거지."

맛사지를 막 마친 다른 목욕관리사가 탕 밖으로 나오자마자 연신 물을 들이킨다. 아직 아침도 먹지 못해 주린 배로 한시간 동안 맛사지를 했더니 힘들다며 밥부터 먹자며 부른다.

"다 먹자고 하는 짓인데, 제대로는 못 먹어도 굶지는 말아야지"라고 말하자 앉아있던 관리사가 말한다. "밥은 제 때 못먹어도 좋으니 손님이나 많았으면 좋겠고만. 김치랑 해서 물말아 후딱 먹고 손님을 기다려 보자고.."



이초희 기자 cho77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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