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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년째 끝나지 않는 월미도의 '인정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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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62주년 맞은 인천상륙작전

[아시아경제 노승환 기자] 컬레트럴 데미지(Collatral Damage). 의역하자면 '어쩔 수 없는 희생'이다. 보통은 전쟁 중 민간인 희생을 완곡히 부르는 말로 쓰인다.

인천은 해마다 이 맘 때쯤이면 이 단어를 둘러싼 '인정투쟁'이 벌어진다. 전(前) 미군 최고사령관 맥아더 원수가 1950년 9월 15일 인천 월미도 해안에서 이끈 인천상륙작전 때문이다.
지난해 인천 앞바다에서 진행된 인천상륙작전 재현행사. /아시아경제 자료사진.

지난해 인천 앞바다에서 진행된 인천상륙작전 재현행사. /아시아경제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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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 당시 미 함포의 편각과 사각은 '적군'의 특정 진지나 매복장소에 맞춰져 있지 않았다. 인천상륙작전이 '무차별' 폭격으로 역사에 기록되는 이유다.

그래서였다. 야트막한 야산이자 아담한 섬인 월미도 역시 함포 사격을 피할 순 없었다. 결국 사단이 벌어지고 말았다. 미군의 갑작스런 포격에 월미도에서 살던 한국인 100여 명이 희생당했다.
2008년 2월 '진실과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월미도에서의 민간인 희생이 '잘못'이었음을 선언했다. 위원회는 미국과 한국 정부에게 피해보상을 권고했다. 인천상륙작전 58년 만의 결정이었다.

하지만 삶의 터전과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과 유족들의 인정투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 예순 두 해를 맞은 인천상륙작전 기념행사가 여전히 '전승기념식'으로 치러지기 때문이다.

인천시와 군(軍)은 15일 월미도 해안가에서 여느 때처럼 상륙작전 당시를 재현하는 대규모 전투시범을 벌였다. 독도함을 중심으로 각종 상륙함과 전함, 공군 전술기와 헬기, 장갑차 등이 22분 간 '상륙작전'을 펼쳤다. 팔미도 등대 점등을 시작으로 해상 화력지원, 해상돌격, 공중돌격 등 실전을 방불케 하는 수준의 시범이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빼곡히 짜여진 식순 어디에도 전쟁의 비극과 민간인의 희생을 기리거나 되새기는 시간은 없었다.

사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정부는 "한국전쟁으로 목숨과 재산을 잃은 사람이 어디 월미도에만 있느냐"는 논리로, 인천시는 "월미도 민간인 피해는 어디까지나 국가가 책임질 일"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진실화해위의 피해보상 권고를 외면해왔다.

민간인 희생자에 대한 위로는 결국 유족들의 몫으로만 남았다. 인천상륙작전 기념식이 열리기 이틀 전인 지난 13일 유족들과 친지들은 월미도 한 켠에서 '조촐한' 위령제를 열었다. 올해로 6번째다.

'월미도원주민귀향대책위원회'는 "상륙작전 때에는 포격 때문에 주민들이 희생됐고 전쟁이 끝나고선 미군과 한국군의 부대가 월미도에 진을 치면서 재산마저 빼앗겼다. 이미 4년 전 국가기구인 진실ㆍ화해위의 공식 조사결과가 나왔는데도 피해보상은 커녕 피해 인정조차 못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를 향해 직언과 고언을 쏟아냈다.

이쯤 되면 '컬레트럴 데미지'는 굳이 완곡히 번역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사전적 의미대로 '부차적 피해'인 셈이다.

다행히 피해보상은 올해 전기를 맞고 있다. 문병호(인천 부평갑ㆍ민주) 의원이 월미도 민간인 피해규명 및 보상을 위한 특별법안을 만들어 최근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특별법안은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정부가 피해사실을 명확히 조사하고 보상사업을 추진하도록 하고 있다.




노승환 기자 todif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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