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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침체… 디아블로 만렙 찍은 홍 사장의 사연

최종수정 2012.07.20 10:26 기사입력 2012.07.20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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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량 급감에도 부동산 관계업 신규등록 되레 늘어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1. 서울 강동구 일대에 위치한 H공인 중개업소 홍재호(가명) 사장은 지난주 온라인 게임 디아블로 캐릭터 '악마 사냥꾼' 만렙(최고 레벨)인 60을 찍었다. 게임을 시작한지 일주일만이다. 홍 사장은 "오는 손님은 커녕 문의전화도 없다보니 컴퓨터 게임만 하게된다"며 "지금 속도라면 한달안에 아이템 풀옵션을 찍을 수 있을 것 같다"며 헛웃음을 지었다.

#2. 강남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던 이성윤(가명)씨는 지난해 말 가게를 접고 친구와 함께 부동산개발업에 뛰어들었다. 갈수록 줄어드는 거래에 손에 쥐는 돈은 한달에 몇 십만원에 불과했다. 일에 대한 부담도 없었다. 새로 들어선 상가건물 1~2층 분양을 맡는 것으로 아파트 중개업과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상황은 달랐다. 아파트 중개보다 문의가 없는 것은 물론 유동인구도 없어 분양하기가 쉽지 않았다. 급기야 자본금으로 마련했던 3억원도 사무실 임대료 등으로 바닥을 드러냈다. 결국 이씨는 5개월만에 '사업부진'을 이유로 폐업신고를 냈다.

부동산 침체로 살길이 막막해진 것은 건설사만이 아니다. 분양ㆍ임대를 전문으로 대행하는 컨설팅사는 물론 일반 중개업소 등 건설에 엮인 크고 작은 다양한 업종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다. 이들은 '거래량 감소'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거래가 묶여있어 관련 산업들 역시 움직일 여력이 없어졌다는 풀이다. 하지만 부동산개발업이나 중개업소 등록 수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등록 조건이 까다롭지 않은 탓도 있지만 '위기는 기회'라며 대박을 기다리는 사업체들이 늘고 있는 셈이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6월 한달에만 서울시내 14개의 부동산개발업체가 폐업 신고를 했다. 이중 12곳이 회사사정이나 전문인력 부족, 사업부진 등 회사사정을 이유로 폐업했고 나머지 2곳은 사업이 종료되며 말소됐다.

이 와중에도 신규등록 역시 8건이나 이뤄졌다. 상반기 전체로 보더라도 폐업처리된 부동산개발업체는 35곳인데 비해 신규등록은 62건이나 됐다. 지난해 상반기 폐업 43곳, 신규 49곳과 비교해도 폐업은 줄고 신규는 되레 늘었다. 그야말로 '침체의 역설'인 셈이다.
지난 5년간 총 3번의 부동산개발업 신규등록과 폐업신고를 반복한 B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모두 분양을 대행하는 업무였지만 신통치 않았다. 시장의 반등 조짐이 보일 때마다 회사를 새로 차려 대행 업무를 맡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B씨가 마지막으로 폐업신고한 사유는 '인력부족'이다. 관리직은 물론 마지막에는 경리직까지 회사를 나갔다. 하지만 B씨는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내년 상반기 다시 회사를 차릴 예정으로 현재 시기를 저울질 하는 중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부동산 중개업계에서도 확인된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폐ㆍ휴업을 신고한 중개업소는 5월말 기준 2221곳으로 신규등록한 1919곳과 큰 차이가 없다. 쉽게 말해 매달 새로 생기는 중개업소 만큼 문을 닫는 곳이 생겨난다는 이야기다. 실제 지난 1월 신규 1578건, 폐ㆍ휴업 1480건 등 월별로 살펴봐도 폐ㆍ휴업 건수가 신규등록 건수를 압도하는 통계를 찾기 힘들다.

개포동 일대 J공인 대표는 "거래를 잡지 못해 적자를 보다 결국 중개업소를 정리하더라고 십중팔구 그 자리에는 새로운 중개업소가 들어선다"며 "최근에는 젊은층도 중개업 시장에 덤벼드는 추세"라고 털어놨다.

문제는 거래침체 분위기가 개선될 여지가 없는 상황에도 폐업과 개업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내 등록된 중개업소 역시 지난해 4월 2만3000여명대로 내려앉은 후 5월 현재까지 2만30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6월 서울에서 거래된 매매ㆍ 전세ㆍ월세 등 총 거래량이 7367건인 점을 감안하면 서울시내 중개업소 한 곳당 한 달에 한 건의 거래도 올리지 못하는 셈이다.

협회 관계자는 "컨설팅사나 중개업소 모두 적은 개업 자금에 진입자격까지 낮다보니 퇴직자나 자격증을 공부한 사람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지만 개업 후 얼마 못가 폐업을 결정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개업을 한다고 손님이 바로 오지 않는 현실을 알고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무턱대고 창업하기보다는 전문 중개인 밑에서 노하우를 배우는 등 시장 분위기를 파악하는게 우선"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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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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