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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경인아라뱃길 덕에 추어탕집·자전거포만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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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본 경인아라뱃길 인천터미널 전경.

전망대에서 본 경인아라뱃길 인천터미널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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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지난 18일 오후 경인아라뱃길 인천터미널. 몇달 전 와봤을 때와 달리 공식 개장을 앞두고 깨끗하게 정리돼 있었다. 은하수의 소용돌이를 형상화한 인천터미널 건물과 빌딩 24층 높이의 전망대는 이미 시설을 모두 갖춘 채 예비 개장해 손님들을 맞고 있었다.

평일 날임에도 단체 관광객과 젊은 연인들이 눈에 띄었다. 전망대에 올라가니 경인아라뱃길 인천터미널 일대가 한 눈에 들어왔다. 시속 3.5노트의 바람만 불어도 돌아간다는 1300KW짜리 풍력발전기 2개가 눈에 와 닿을 듯 보이고, 그 밑엔 보트를 타고 노닐 수 있는 인공호수ㆍ섬인 '아라빛섬'이 조성돼 있었다. 저 멀리 인천터미널 갑문이 보였는데, 비교적 좁아 보이는데도 1만5000t급 이상의 화물선이 통과할 수 있다고 한다.
화물선의 경우 적재량과 관계없이 대부분 넓이는 고정돼 있고 길이와 깊이(홀수)가 길어지기 때문에 갑문의 넓이는 크게 중요하지가 않기 때문이란다. 인천터미널에 화물컨테이너를 내려놓기 위해 마련된 거대한 골리앗 크레인도 눈에 띄었다. 아직까지는 들어오는 화물이 없어 놀고 있는 상태였다. 현재 2주에 1번씩 비료를 김포터미널로 실어 나르는 화물선이 운행되고 있을 뿐이란다.

중국에 자동차 등 각종 물류를 수출하기 위해 마련된 부지와 배후 물류단지 예정지도 깔끔하게 정리가 된 채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동차 부지의 경우 인천 송도 소재 중고차수출단지의 이전을 추진 중이지만 토지 가격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어 올해 말까지는 기다려봐야 한단다. 또 배후 물류 단지에 조성될 상업 시설 등도 아직 제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시간 대가 맞지 않아 경인아라뱃길 제1의 경치라는 서해 낙조와 아라빛섬은 둘러 보지 못하고 인천터미널에서 김포로 가는 배에 올랐다. 매점이나 공연을 볼 수 없는 작은 유람선이었다. 큰 유람선은 인천항에서 출발해 인천터미널을 거쳐 김포터미널까지 왕복하는 데 하루 1회만 운행한다고 한다. 1시간 20분 가량의 유람선 여행이 시작됐다. 관광객은 별로 없었다 노인 부부 2쌍, 젊은 여성 1명 외에는 기자 일행이 전부였다. 인천터미널을 지나자 마자 경인아라뱃길 시작을 알리는 대형 스크린이 서 있었는데, 그곳은 자전거족들의 명소가 됐다고 한다. 먼 거리를 달려 와 지친 다리를 쉬고 음식도 나눠먹는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 실제 십여명의 자전거 동호인들이 쉬면서 유람선을 지켜보고 있었다.
경인아라뱃길에 조성된 자전거 길.

경인아라뱃길에 조성된 자전거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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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터미널을 완전히 빠져 나오면서 본격적인 '유람'이 시작됐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다리인 청운교를 지나면서 왼쪽에는 아직까지 매립이 진행 중인 수도권쓰레기 매립지가 눈에 들어왔다. 지난해 9월 악취 민원이 심각했지만 송영길 인천시장이 방문한 후 눈에 띄게 냄새가 없어졌다는 게 동행한 이들의 증언이었다. 오른쪽으론 한국환경공단의 건물과 조경시설이 보였다. 왼쪽 오른쪽으로 빨갛게 포장된 자전거 길에는 연신 동호인들이 오갔다. 손을 흔들었지만 응답은 없었다. 자전거 타느라 바빴겠지. 조금 더 지나 멀리 백석교가 보였다. 긴 뿔이 양쪽 끝에 솟아난 특이한 모양의 다리였다.

백석교를 빠져 나오니 수향3경으로 꼽히는 시천가람터가 나왔다. 분수대가 설치돼 있다는 데 가동되지 않고 있었다. 시민들이 편안하게 각종 공연이나 데이트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보였다. 곧바로 수향4경인 아라마루와 아라폭포가 나타났다. 아라마루는 둥근 원 모양의 거대한 조망대로 배 위에서 보니 마치 천사의 둥근 고리가 하늘에 떠 있는 듯 했다. 조선 시대 화가 정선의 그림에서 모티브를 따왔다는 아라폭포는 인공 바위로 조성된 폭포ㆍ절벽인데, 인공미가 너무 강해 거부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다만 아라폭포 바로 아래로 뚫린 자전거 도로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겐 매우 시원할 듯 보였다.

경인아라뱃길 아라마루(전망대)

경인아라뱃길 아라마루(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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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남교를 지날 때쯤 매우 졸음이 쏟아졌다. 양쪽이 거대한 절벽으로 막혀 답답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계양대교를 지나면서 양쪽 수로의 벽이 낮아져 답답한 느낌은 사라졌다. 계양대교 옆엔 수향5경인 한옥 수향루와 귤현 나루 등이 눈에 띄었다.

그런데 역시 배에서 보는 위치가 너무 낮아 한옥의 모습이 반쯤 가려져 보였다. 서울외곽순환도로 귤현대교를 지날 쯤에는 양쪽에 김포 평야의 논과 들이 펼쳐졌다. 굴포천 쪽 입구엔 수향6경인 오토캠핑장ㆍ두리생태공원 등이 조성될 예정인데, 아직 미완공이란다. 그런데 눈에 띄는 것은 굴포천의 물 색깔과 경인아라뱃길의 물 색깔이 너무 다르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수질에 의심이 갔다. 경인아라뱃길의 물 색깔은 마치 강원도 탄광촌의 석탄 가루 섞인 냇물과 비슷할 정도로 까만색이었다. 여러 차례 수질 검사 결과 이상한 점은 없었다는데, 굴포천의 파란색 물 빛에 비해 달라도 너무 달랐다. 전문적인 조사가 필요하지 않나 싶었다.

벌말교, 백운교, 김포아라대교, 하나교 등 다리를 지나니 종착지인 김포터미널이다. 새로 지은 터미널과 관제센터, 요트계류장 등이 단장을 마치고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포터미널 맞은 편에는 화물터미널의 거대한 골리앗 크레인도 위용을 자랑했다. 화물터미널에선 오는 25일 공식 개장 행사가 열려 준비 중이었다.

경인아라뱃길 인공 바위 폭포 '아라폭포'

경인아라뱃길 인공 바위 폭포 '아라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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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터미널을 끝으로 수로 여행을 마친 후 이번엔 차량을 타고 경인아라뱃길 남측 제방 도로인 '아라파크웨이'를 타고 검암역까지 질주했다. 차량을 타고 달리기 시작하자 바로 드는 느낌은 "배에서 볼 때보다 훨씬 경관이 좋다"는 것이었다. 배에서는 애써 돈을 들인 경인아라뱃길 수로 주변의 온갖 조경시설과 경관들이 한 눈에 들어오지 않아 답답했는데, 고도가 높은 제방 도로에서 보니 한 눈에 들어왔다.

이런 사실이 소문나서 실제 요즘 주말엔 경인아라뱃길에서 시간을 보내는 가족이나 연인들이 북새통을 이룬다고 한다. 차량들이 정체를 이루는가 하면 주차장이 가득 들어차고 노점상이 몰려 드는 등 한강시민공원처럼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자전거족'들의 천국임을 알 수 있었다. 수많은 자전거족들이 주말 평일을 가리지 않고 몰려 들어 이미 각종 자전거 용품을 파는 노점상들이 고정 간판까지 갖춘 채 진을 치고 있었다. 김포터미널 인근에 위치한 한 식당도 눈에 띄었는데, 평일 오후 식사시간이 지났지만 자전거족들이 세워 놓은 자전거가 10여대 이상이었다. 이 식당은 원래 평범한 농가였는데, 경인아라뱃길로 인해 '대박'이 터졌다고 한다.

검암역까지 달린 후 아라파크웨이를 빠져 나오면서 경인아라뱃길 답사는 끝났다. 가능성은 있지만 논란이 많은 경인아라뱃길의 물류ㆍ관광 등에 대해서는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 봐야 할 것이다. 당장 찾을 수 있는 성과라면 시민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수변 공간이 조성된 것이라는 생각이다. 다만 아직까지 대중 교통 접근이 어렵다는 게 단점으로 보인다. 자가용을 갖고 갈 경우 유람선을 타려면 왕복권을 구매해야 한다. 아니면 한 사람이 유람선 탑승을 포기하고 차를 몰고 일행을 따라가야 한다. 일반 대중 교통로는 아직 제대로 개척돼 있지 않아 직통 시내 버스 노선이 별로 없다. 지하철도 가장 가가운 인천공항철도 청라역이 내년에야 개통된다. 실제 이날 인천터미널에서 같이 유람선을 탄 노부부 한 쌍은 유람선을 타고 되돌아가기는 싫고, 버스를 타려니 멀리 걸어 나가야 해 그냥 택시를 타고 말았다.

또 다른 결론은 경인아라뱃길의 수로 유람선 관광은 아직까지 솔직히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의 유명 운하들은 유람선 승객들의 눈 높이가 주변 경관들을 구경하기에 편하게 맞춰져 있고, 도심 한 가운데를 지나는 등 관광객들의 볼거리가 많은 반면, 경인아라뱃길은 너무 심심했다. 유람선 관광은 배의 속도가 일정해 한 번 눈에 들어 온 광경이 일정 기간 지속되기 때문에 관광객이 지루함을 느끼기 쉬어 매우 동적이지 않으면 흥미를 잃고 만다. 경인아라뱃길 주변에 도시계획을 세워 차라리 본격적으로 도시를 조성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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