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교코/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민음사/ 9000원
'이 책은 희망과 재생의 이야기다. 새롭게 살아보려고 뭔가를 찾고 있는 사람들이 용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책의 주인공인 일본인 교코는 8살이 되던 해 여름, 쿠바계 미국인 호세 페르난도 코르테스를 만난다. 교코는 호세에게 수 개월 동안 춤을 배운다. 차차차와 맘보, 그리고 룸바 콜롬비아 등을. 호세는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교코에게 자신의 주소와 함께 댄스 슈즈를 선물로 준다.
그렇게 12년이 흐르고, 21살이 된 교코는 무작정 호세를 찾아 나선다. 고맙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서다. 교코는 호세를 '구원'이라고 표현한다. 함께 춤을 춘 것은 5달 뿐이지만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게 무엇인지를 가르쳐줬기 때문이다.
교코가 호세를 만나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고 또 사라진다. 이민자와 망명자에서부터 에이즈 환자, 동성애자 등까지. 우여곡절 끝에 교코는 호세를 만난다.
그런데 그 만남이란 게 기쁜 만남이 아니라 슬픈 만남이다. 호세는 에이즈 환자고, 기억까지 잃은 상황이다. 호세는 당연히 교코를 알아보지 못한다.
교코는 호세가 가족들이 있는 마이애미로 가고 싶어 한다는 얘기를 듣고 긴 여행을 준비한다. 마이애미로 차를 타고 가면서 호세는 결국 기억을 되찾는다. 책은 마이애미에 도착하기 전에 죽음을 맞은 호세와 그 소식을 들은 가족들의 표정을 그리며 끝난다.
류의 말대로 이 소설에는 그의 작품답지 않게 마약도, 전쟁도 없다. 첫 작품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이래 그런 소재들을 줄곧 써왔지만 '교코'에서만큼은 필요치 않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봄이 오기 전에 교코를 다시 한 번 만나보고 싶다. 그녀의 따뜻한 미소도 보고 싶다. 아무래도 '교코'를 또 읽어봐야 할 것 같다. 기다려라, 교코.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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