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와 현대경제연구원이 이달 초 발표한 '기업호감도지수'에서도 이런 여론은 그대로 감지된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이 느끼는 기업호감도지수는 51.2점이었다. 이는 2010년 54점 보다도 2.8점이 줄어든 결과다. 최근 1년 사이 반재벌ㆍ반기업정서가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재벌개혁의 여론이 높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재벌개혁이 불필요하다고 얘기하려는 건 아니다. 어떤 효과가 날지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우선 '만들고 보자'는 식은 피해야 한다는 걸 말하고 싶다.
정치권이 재벌개혁의 카드로 꺼내 든 출총제 부활만 놓고 보자. 출총제는 순자산 10조원 이상 대기업 그룹의 계열사에 대한 출자 한도를 순자산의 40%까지로 제한하는 제도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1987년 처음 도입됐다.
하지만 출총제가 풀린 후 새로 생긴 계열사들을 찬찬히 들여다본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출총제 폐지 후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LED 등 16개 계열사가 늘어난 삼성그룹만 보더라도 소위 '골목상권'과는 거리가 멀다. 신설된 계열사 대부분이 중소기업의 참여가 어려운 대규모 투자를 수반하는 첨단 업종이기 때문이다.
재벌 개혁은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여론에 휩쓸려 무조건 내놓은 규제책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으레 선거철이면, 경제가 어려워지면 내놓는 늘 그런 식의 재벌개혁 안이라면 하나 마나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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