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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한국 영화, 2001년과 2011년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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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2011년이 끝나갑니다. 이쯤 되면 다른 매체들로부터 그 해 최고의 한국 영화를 꼽아달라는 전화를 받곤 합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난감해졌습니다. 리스트에 올릴 한국 영화들이 도무지 머리 속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1년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한국 영화계가 더 이상은 좋을 수 없는 '활황'기였습니다. 그때는 상업 영화와 예술 영화 양쪽에서 열 편을 가려내기 힘겨울 정도로 다양한 소재의 좋은 영화들이 일제히 쏟아졌습니다. 당시 리스트를 한번 볼까요? 곽경택 감독의 '친구'와 전지현ㆍ 차태현 콤비의 '엽기적인 그녀', 김대승 감독의 '번지점프를 하다', 김성수 감독의 '무사' 등 상업 영화들은 각각의 매력과 기본 이상의 만듦새를 뽐냈습니다. 예술 영화도 만만치 않습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아트하우스 계열의 영화들이 일제히 일반 극장가에 걸렸거든요. 고(故) 장진영을 발굴한 '소름',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를 부탁해', 임상수 감독의 디지털 영화 '눈물',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 등이 개봉된 시기도 2001년입니다.
딱 10년이 지난 지금, 많은 수의 한국 영화들이 극장에 걸리기는 했습니다. 장훈 감독의 전쟁 스펙터클 '고지전'과 2011년 최고 흥행작이 된 박해일 주연의 '최종병기 활'이 올해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한국 영화들입니다. 그러나 '무색무취'한 영화들이 주류가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장르와 감독ㆍ배우 등 외양은 천지차이지만, 적당한 감동과 재미를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모두 일란성 쌍생아 같습니다. 족보를 달달 외워 제출한 모범답안지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말입니다. 예술 영화의 상황은 어떻냐구요? 한 가지 예만 들겠습니다. '남자는 여자의 미래다' '옥희의 영화' 등으로 칸ㆍ베니스ㆍ베를린을 석권한, 한국을 대표하는 아트하우스 감독 홍상수도 직접 영화 제작비 마련에 나서야만 합니다. 좀 덜 알려진 독립 예술 영화 감독의 처지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2011년 한국 예술 영화의 장(場)은 생존 전장(戰場)입니다.

최근 한미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ㆍFTA)가 체결되었습니다. 상승 곡선을 타던 한국 영화를 단번에 꺾어버린 것이 2006년 1차 한미FTA였음을 우리들은 기억합니다. 극장에서 한국 영화를 의무적으로 상영하는 일 수인 스크린 쿼터가 146일에서 73일로 줄어든 것이 바로 그때입니다. 방송 쿼터를 주 타깃으로 한 이번 한미FTA와 이미 '벌집' 신세가 된 한국 영화와는 별로 관계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영화에 이어 방송ㆍ비디오ㆍ온라인 등 콘텐츠의 전 영역에서 위기 상황이 벌써부터 감지되고 있는 것을 말입니다. 2001년과 2011년의 단순 비교가 이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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