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1년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한국 영화계가 더 이상은 좋을 수 없는 '활황'기였습니다. 그때는 상업 영화와 예술 영화 양쪽에서 열 편을 가려내기 힘겨울 정도로 다양한 소재의 좋은 영화들이 일제히 쏟아졌습니다. 당시 리스트를 한번 볼까요? 곽경택 감독의 '친구'와 전지현ㆍ 차태현 콤비의 '엽기적인 그녀', 김대승 감독의 '번지점프를 하다', 김성수 감독의 '무사' 등 상업 영화들은 각각의 매력과 기본 이상의 만듦새를 뽐냈습니다. 예술 영화도 만만치 않습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아트하우스 계열의 영화들이 일제히 일반 극장가에 걸렸거든요. 고(故) 장진영을 발굴한 '소름',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를 부탁해', 임상수 감독의 디지털 영화 '눈물',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 등이 개봉된 시기도 2001년입니다.
최근 한미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ㆍFTA)가 체결되었습니다. 상승 곡선을 타던 한국 영화를 단번에 꺾어버린 것이 2006년 1차 한미FTA였음을 우리들은 기억합니다. 극장에서 한국 영화를 의무적으로 상영하는 일 수인 스크린 쿼터가 146일에서 73일로 줄어든 것이 바로 그때입니다. 방송 쿼터를 주 타깃으로 한 이번 한미FTA와 이미 '벌집' 신세가 된 한국 영화와는 별로 관계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영화에 이어 방송ㆍ비디오ㆍ온라인 등 콘텐츠의 전 영역에서 위기 상황이 벌써부터 감지되고 있는 것을 말입니다. 2001년과 2011년의 단순 비교가 이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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