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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의 건강맛집] 미끈한 장어, 화끈한 유혹 - '금강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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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의 건강맛집] 미끈한 장어, 화끈한 유혹 - '금강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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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어렸을 때부터 생선에 트라우마가 있었다. 남들보다 예민한 성격 탓이다. 여타 육류 요리들이 형체가 잘 확인되지 않는다면 생선 요리는 달랐다. '어두육미(魚頭肉尾)'라는 말을 잘 알고 있었지만, 값비싼 생선으로 끓인 찌개나 전골에서 '대가리'가 눈에 들어오면 식탁을 박차고 나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트라우마는 머리가 큰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졌다. 아니, 정도가 좀 더 심해졌다고 하는 편이 맞겠다. 몸체가 고스란히 살아있는 고급 활어회나 전골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가장 대중적인 안주들에 속하는 마른 멸치나 노가리도 대가리와 눈이 없는 것들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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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당연히 장어는 기자에게 '가까이 하기에 너무 먼 당신'이었다. 장어가 최고 스태미나 식품이라는 사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뱀을 닮은 미끈미끈한 겉 표면에 대가리와 몸통, 꼬리 등 눈으로 확연하게 보이는 '흉측'한 외모는 장어를 '기피대상' 1호로 올려놓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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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동네 중 하나인 서울 서초구 양재동 4거리에 '금강수림'(전화_02 577 9992)이 있다. 전라북도 금강 하구 '깡촌' 웅포에 있었던 '금강식당'의 뉴 버전인 금강수림은 장어ㆍ참게ㆍ복어를 전라북도 식으로 요리해 내는 향토음식점이다. '향토' 라는 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사방이 통유리로 된 내부는 시원한 느낌이며 '미니멀리즘'을 추구한 듯한 현대적 내부는 절제되고 깔끔한 분위기다. 하지만 음식들까지 도시적이라고 여기면 오산이다. 지금의 금강수림을 있게 한 일등공신 장어주물럭을 비롯해 참게장, 복지리ㆍ복탕 등 금강식당의 과거 인기 메뉴들이 밥상 위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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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수림의 대표 메뉴는 단연 민물 장어주물럭이다. 보통의 장어구이가 손질한 장어를 불 위에 놓고 그 위에 간장 양념을 여러 차례 발라가며 굽는다면, 이곳의 장어주물럭은 칼로 자른 장어 살토막에 손으로 고추장과 고춧가루 양념을 '주물주물' 한 후 돌 판에 굽는 것이 다르다. 웅포에서 소문난 요리사였던 금강수림 이영진(35) 사장의 장모는 장어의 느끼함을 없애려고 이 방법을 처음 도입했다. 이내 난리가 났다. 동네 사람들은 처음 맛보는 장어 맛에 놀라 그에게 자꾸 만들어 달라고 떼를 썼다. 이 사장의 장모는 여기서 힌트를 얻어 장어주물럭을 금강식당의 메뉴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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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그렇듯 식재료와 양념이다. 금강수림은 매일 아침마다 경기도 파주에서 당일 쓸 양식 장어를 살아 있는 상태에서 공급받는다. 1kg에 3~4마리 정도가 가장 좋다. 너무 큰 것은 이미 성장을 마친 늙은 장어라 살이 질기고 푸석푸석하다.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장어를 죽이는 것이다. 물론 넓은 수족관에서 장어를 살아있는 상태로 보관하면 영업적인 측면에서는 좋다. 하지만 환경 변화에 예민한 장어는 수족관 안에서 흙과 모래를 삼키고 뱉는 것을 반복해 요리가 완성된 후에도 흙 냄새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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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금강수림에서 장어주물럭과 참게장을 시식했다. 시뻘건 양념장의 맛이 궁금해 염치불구하고 양념 통에 손가락을 담궜다. 이상했다. 특별한 맛이 나지 않았다. 고개를 갸우뚱하는 기자에게 이 사장이 한마디 거든다. "완성된 후에야 맛이 납니다. 지금은 무미(無味)해요." 그가 옳았다. 완성된 장어주물럭은 아주 매울 것 같았지만 기름진 살과 함께 먹는 양념 맛은 달콤하고 삼삼했다.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은 쫄깃한 육질이었다. 또한 간장 양념 구이와 소금 구이는 많이 먹으면 입 안에서 느끼한 기름기가 느껴지는 반면, 장어주물럭에서는 느끼한 기운이 전혀 없었다. 여느 민물 게장과는 달리 짙은 간장 색과 짠 맛이 강한 참게장도 별미였다. 짠 기운을 덜기 위해 흰 쌀밥 사이에 버터 조각을 박고 게장 국물과 내장을 비빈 후 마른 김에 싸먹는 경험은 근사했다. 물론 보통의 방식대로 먹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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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를 끝내고 나오면서 머리 속에서 지진이 났다. 이토록 근사한 음식들을 단지 외모 때문에 가까이 하지 못했던 과거의 시간들이 '한(恨)'으로 느껴졌다. 이 정도면 수십 년 간 기자의 정신 세계를 지배했던 생선 트라우마가 깨질 것도 같다. 혹시라도 그렇지 않다면, 눈을 가리고라도 먹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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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은// '금강수림' 이영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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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실 비서로 근무하면서 서울 이곳 저곳 비싼 식당에 갈 기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까다로운 제 입맛을 만족시킨 것은 장모님께서 운영하시던 '금강식당'의 시골 음식뿐이었죠. 기본기에 충실하면 충분히 서울에서도 먹힐 거라 확신했습니다."


이영진(35) 씨는 지난 9월 서울 양재동에 '금강수림'을 열기 위해 장모를 향한 '삼고초려(三顧草廬)'의 3년 시간들을 보냈다. 금강수림의 전신은 지난 1985년 전라북도 웅포 금강하구 외진 시골 마을에 문을 연 금강식당. 면사무소나 인근 관공서직원들에게 밥을 해주는 작은 밥집으로 시작한 금강식당은 손님들의 호의적인 입 소문을 등에 업고 점차 금강 하구의 최고 맛집이 되었다. 시골 마을을 떠나 천안에 새 둥지를 튼 금강식당은 금강 민물장어와 참게ㆍ복어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향토음식점으로 확장됐다. 장모의 손맛에 매료된 사위는 아예 서울로의 진출을 꾀했다. 드디어 장모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이씨는 주방은 꼭 장모가 맡아야 한다는 철칙을 지키려고 천안 점을 과감히 정리, 새로운 이름의 서울 점에 '올인'했다.


규모는 커지고 간판은 바꿔 달았지만 금강수림은 방식 면에서 30년 전 '구닥다리'를 고집한다. 경기도 파주에서 오는 물 좋고 예쁜 양식 민물장어와 금강 하구 참게와 복어 등 까다롭게 선별된 재료와 장모의 비법(秘法) 양념과 손맛은 여전하다. 그의 이런 '깡' 고집 덕분에 우리는 예전 맛 그대로 서울에서 편하게 경험할 수 있다.


알고 먹읍시다// 장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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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는 남자들의 대표적인 '정력' 증진 음식으로 꼽히는 식 재료다. 어느 정도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말이다. 장어에는 단백질 흡수를 촉진시키고 장내 윤활제 역할을 하는 당 단백질 '뮤신(mucin)'과 성기능 장애에 특효인 비타민E가 많다.


하지만 장어를 '정력제' 만신전에 올린 것은 인간들의 심리적 요인 탓이 크다. 특히 장어의 꼬리에 모든 영양과 힘이 집중되어 있다는 생각은 전혀 틀린 얘기다. 장어가 죽을 때 꼬리가 가장 마지막까지 움직이고, 꼬리가 단단한 갯벌을 순식간에 파헤칠 정도로 엄청난 힘이 있어 이 효능이 고스란히 인간의 몸에 전달될 것이라는 '순진무구'한 기대감인 것. 강에서 3~4년 동안 살던 민물 장어가 산란을 위해 아무 것도 먹지 않고 바다와 강의 경계에 도달한다는 사실도 이를 부추기기에 충분했다.


오히려 장어 살보다는 내장이 효능 면에서 탁월하다. 장어 쓸개와 간은 살에 비해 6배 이상의 비타민A를 함유하고 있으며, 피부가 거칠어지는 것을 막는 비타민A 말고도 노화 방지에 효과가 있는 비타민 B1와 B2 등 마그네슘, 인, 철 등 각종 무기질이 다량 함유돼 여성과 허약 체질에 적합하다. 하지만 100g 당 지질 함량이 4.4g으로 높은 편이라 과다 섭취는 피하는 것이 좋다.


장어와 복숭아는 절대 함께 해서는 안 되는 상극 관계다. 장어를 먹은 후 후식으로 복숭아를 먹으면 즉각적으로 화장실에서 설사로 고생할 가능성 100%다. 장어의 불포화지방산이 체내에 흡수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반면, 복숭아에 함유된 유기산은 장에 자극을 주어 지방 소화를 '급'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태상준 기자 birdcage@·사진_이준구(A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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