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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싹한 연애' 이민기를 만나다 - 오싹한 연기로 관객에 더 바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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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싹한 연애' 이민기를 만나다 - 오싹한 연기로 관객에 더 바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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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귀신 같은 선구안이었다. 신인 발굴에 남 다른 '촉'이 있었던 윤제균 감독은 가능성은 다분했지만 이렇다 할 대표작이 없어 '확' 차오르지 못하던 중고 신인 배우 이민기(27)를 하지원, 설경구, 박중훈, 엄정화 등 '해운대'의 대형 배우들과 동등한 비중의 '최형식' 역으로 발탁했다. 이민기가 연기하는 형식은 나사 한 개는 풀린 것 같은 어눌하고 순박한 캐릭터. 하지만 그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서 목숨을 던질 줄 아는 과감함도 갖춘 남자였다.

이내 관객들은 남자 주인공의 전형성에서 한참 벗어나 있는 배우 이민기에게 환호했다. 전국 관객 1100만 명을 넘기며 윤제균을 충무로 최고의 흥행 감독 자리에 올린 '해운대'를 통해 이민기는 확실히 재조명됐다. 이전까지 연기 좀 하는 젊은 조연배우 군(群)에 속해 있던 이민기는 '해운대' 이후 충무로의 새로운 블루칩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민기와 윤제균과의 인연은 올 초 개봉된 액션 블록버스터 '퀵'으로 이어졌다. '해운대' 속 이민기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온 이민기 최초의 주연영화 '퀵'은 전국 3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충무로에서의 이민기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만들었다.
'해운대' 이민기

'해운대' 이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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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민기는 대중이 그에게 가진 이미지가 어느 정도는 '허상'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저를 모르잖아요. 두 시간 남짓한 영화 한 편 보고 저를 판단해요. 착하고 순진하고 화도 못 낼 것 같은 그런 순둥이와 저를 동일시합니다. 저는 그때그때 달라요. 제 앞으로 끼어드는 차를 보고 울컥할 적도 많고, 우울할 때도 있고 즐거울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제가 항상 순수하고 착한 아이이기를 바라더군요."

'오싹한 연애' 이민기

'오싹한 연애' 이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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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대로 대중은 이민기가 언제나 착한 청년이기를 바란다. 12월 1일 개봉된 영화 '오싹한 연애'(제작 상상필름)에서 이민기는 시도 때도 없이 눈에 귀신이 보이는 탓에 평범한 생활은커녕 제대로 된 연애도 하지 못하는 여자 '여리'(손예진 분)와 사랑에 빠지는 호러 마법사 '조구'로 등장한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지만 정작 자신은 공포 영화 한 편도 보지 못하는 겁쟁이. 이민기가 가진 기존 이미지의 종합판과도 같은 캐릭터다. 이민기는 공포와 코미디가 절묘하게 섞인 '오싹한 연애'의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었다. 조구는 과거 자신이 연기했던 역할들의 연장선 상에 있었지만, 손예진이 연기하는 '여리' 캐릭터가 매우 독특해서 기존과는 다른 느낌의 로맨틱 코미디를 보여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촬영 현장은 화기애애했다. '오싹한 연애'가 연출 데뷔작인 신인 황인호 감독은 배우들과의 '끝장' 대화와 토론을 통해 배우들에게 최고의 것들을 뽑아내려 했다. 이런 과정에서 다소 튀던 느낌의 여리는 침착하고 건조하게 올라섰으며, 무뚝뚝했던 조구는 더 사랑스럽고 귀여운 이민기의 '전매특허' 캐릭터로 진화했다. 또 다시 똑같은 연기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을까 두려웠지만 이민기는 황인호 감독을 믿었다. "단 한번도 감독을 의심해 본 적이 없어요. 다 전문 분야가 있는 거잖아요.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다'라는 말대로 철저히 감독님만을 믿고 갔습니다. 제 연기의 톤앤매너는 전작들과 비슷하다는 말을 듣더라도, 영화 자체는 확실하게 다를 것이라고 확신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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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이 옳았다. 배우들의 기존 이미지를 교묘하게 변주한 손예진의 여리와 이민기의 조구는 기묘한 화학반응을 이뤄내며, '오싹한 연애'를 캐릭터 코미디와 호러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성공적인 영화로 보여지게 했다.

이민기는 점점 더 자신에게 엄격해진다. '오싹한 연애'를 본 후 이민기는 아직 자신이 갈 길이 먼 것 같아 참을 수가 없다. "반성 많이 했습니다. 연기에서 제가 정해놓은 기준선이 있는데, 영화를 보니까 제가 생각하는 기준의 저보다 연기를 너무 못하는 거에요. 공부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죠. 사실 20대 초반에는 신경도 안 썼어요. 남들이 잘 했다고 그러면 정말 잘 한 줄 알고 우쭐 했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안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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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성장하긴 한 모양이다. 언제나 귀여운 20대 청년으로 남아있을 것 같던 이민기도 어느덧 스물일곱 살. 서른 살이 코 앞에 닥쳤다. 그러나 이민기는 남자로서도 배우로서도 서른 살이 두렵지 않다. 그는 서른 살이 넘으면 자신에게 드리워진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없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엉뚱한 게 아니라 과묵하고, 순수함 보단 진지함 쪽에 방점이 찍힌 남자. 이민기는 대중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얼른 듣기를 바란다.




태상준 기자 birdcage@·사진_이준구(A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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