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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낸다고 쇠고랑 차는 것 아니에요~"..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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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기업 경영자에게는 적자를 내도 형법상 잡아가는 조항은 없다. 그러나 그것은 국민에게 큰 죄를 짓는 것이다.”

오는 19일은 고(故) 호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24주기 추모일이다. 이미 타계 24년이 지났으니 한국경제 근대화를 이끈 거성 중 한 명이라도 사람들의 뇌리에서 조금은 잊혀질 만하다.
그러나 세계 경제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고 그 배경이 기업의 탐욕과 윤리 실종이라는 측면에서 호암의 올곧은 경영방침을 드러냈던 일화가 재계에서 다시 회자되며 관심을 받고 있다.
호암선생이 호암미술관을 찾아 가장 아끼던 국보 133호 '청자진사연화문표형주자'를 감상하고 있는 모습.

호암선생이 호암미술관을 찾아 가장 아끼던 국보 133호 '청자진사연화문표형주자'를 감상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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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은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 자본주의 초석을 다졌다는 점을 인정받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폐허 속에서 최초로 근대화된 공장을 지었고 40여개의 기업을 창업하거나 인수하는 과정에서 그가 잊지 않은 경영철칙 중 하나가 바로 ‘사업보국’이었다.

이 회장은 “기업 경영자가 적자를 내더라도 잡혀가지는 않지만 국민에게 큰 죄를 짓는 것”이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첫째를 이익을 내도록 건실하게 운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970년대 정부가 사금융을 제도금융권으로 끌어내기 위해 단자회사법을 만들었을 때 정부가 정책효과 극대화를 위해 삼성에게 참여를 종용했지만 이를 단호히 거부한 것도 마찬가지 원칙에 근거한 것이다.
이 회장은 “그거 고리 대금업 아닌가? 그렇게 해서 돈 벌 생각 없다.”며 한마디로 잘랐다.

최근 정부와 재계간의 미묘한 갈등과 관련해 회고해 볼 일화도 있다.

5.16 쿠데타 이후 명동의 한 호텔에서 이 회장을 만난 박정희 대통령은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자문을 구했다.

이에 이 회장은 부정축재 죄목으로 잡아가둔 서대문구치소의 경제인들을 풀어달라고 진언했다. 대승적 차원에서 결단을 내리지 않고는 경제회복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고민 끝에 털어놓은 것이다.

사돈관계인 금성사의 강력한 반발이 있었지만 어차피 독점은 깨지게 돼 있고 경쟁자가 있어야 발전할 수 있다며 1969년 전자산업을 시작한 것도 이 회장의 판단이었다.

최근 삼성테크윈 사태의 부정에 대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공개석상에서 대노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선대회장의 경영원칙을 고스란히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이병철 선대회장은 “어떤 조직이든 조직의 10%는 부정은 하라고 해도 못하고, 10%는 부정을 하지 말라고 해도 부정을 하는 사람이다. 80%는 분위기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10%를 잘 관리하지 않으면 전체 분위기 90%가 부정을 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기업만 망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도 감옥에 가던지 불행할 삶을 살게 된다”는 부정관리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제시했다.

사업보국과 인재제일은 호암의 경영원칙이지만 이는 삼성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 재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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