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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의 건강맛집] 특별한 비법 없다고? 새빨간 거짓말 - 종로 3가 '브라더스 떡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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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집 3총사? 뭐 빠진거 없수

[아시아경제의 건강맛집] 특별한 비법 없다고? 새빨간 거짓말 - 종로 3가 '브라더스 떡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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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맛집 탐방을 시작한 지 이제 6개월 째다. 평소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만 즐겼을 뿐, 전문적 지식은 100% '전무'했던 기자도 서울 시내 여러 맛집들을 탐색하면서 안팎으로 지식이 확장되는 뿌듯함을 경험하고 있다. 기사와 정보, 사이트에 대한 칭찬이 많았지만, 쓴 소리도 제법 있었다. 어떤 기사도 절대 자유로울 수 없는 '선택 기준'이나 '주관적 입맛' 이슈에 더해 기사에서 다뤄진 맛집들의 메뉴 가격이 과도하게 비싸다는 충고는 특히 가슴을 쳤다. 혹시라도 취재를 핑계로 고가의 고급 음식들을 '공짜'로 탐하려 했던 사리사욕에서 기인된 선택은 아니었을까? 다시 '초심'으로 돌아와 '일반' 시선의 '일반' 음식에 초점을 맞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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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양념이나 요리법 없이 고추장과 고춧가루 양념에 떡과 한국 어묵ㆍ대파 등을 '쓱쓱' 볶아낸 떡볶이는 한국 길거리 음식의 대표 주자다. 하지만 떡볶이를 포함한 길거리 음식도 대규모 프랜차이즈 붐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홍익대학교 앞을 장악한 '죠스떡볶이'와 1972년 '문산떡볶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이제는 국내ㆍ외 700여 개의 매장까지 확장된 '아딸떡볶이', 최근 무서운 속도로 급상승 중인 '국대떡볶이' 등 서울의 떡볶이 트렌드는 이미 중소기업 이상 규모로 운영되는 프랜차이즈로 바뀐 지 오래다. 프랜차이즈 최대의 장점은 어느 매장을 선택하든 균일화된 맛과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이것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인터넷 공간에서 '명성'을 믿고 특정 매장을 찾았다가 그 맛에 실망하고 좌절하며 '초심'을 들먹이는 떡볶이 마니아들이 여럿 발견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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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떡볶이 가게가 있을 것 같지 않은 기이한 입지다. 발 품과 구글 맵에 의존해 종로 3가 YBM 건물 뒤쪽에 헤매다 보면 분식점 외양의 '브라더스 떡볶이'를 발견할 수 있다. 이재상(41)ㆍ이재석(38) 셰프 형제가 운영하는 '브라더스 떡볶이'는 지난 1998년부터 2009년까지 11년 동안 종로 3가 거리에서 '성업'했던 노점상 포장마차 출신이다. '도시 미관화' 명목 하에 종로 대로변에서 모든 포장마차가 '퇴출'되면서 '브라더스 떡볶이'는 지난 2008년부터 이곳으로 이동해 제 2의 전성기를 꾀했다. '브라더스 떡볶이'의 메뉴 자체는 단출하다. 떡볶이와 찹쌀순대, 튀김, 어묵, 순대볶음 등 포장마차에서 판매되던 것들에 '즉석 떡볶이'를 추가한 정도다. 이제는 '브라더스 떡볶이'의 대표 메뉴가 되었지만 이재상 씨가 남은 국물에 밥까지 볶아 먹을 수 있는 '즉석 떡볶이'를 메뉴에 넣은 이유는 단순하다. 떡볶이를 끼니로 여기지 않는 일반(주로 남자들)의 통념을 부수기 위해서다.


떡볶이 칼로리 / 사진=아시아경제 DB

떡볶이 칼로리 / 사진=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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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와 '브라더스 떡볶이'와의 조우는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부분의 개봉 영화들의 언론 시사회가 서울ㆍ단성사ㆍ피카디리 등 종로 3가 극장들에서 열리던 시절, 우연히 들른 '브라더스 떡볶이' 포장마차에서 추억의 떡볶이 맛을 경험하고 깜짝 놀랐던 것이다. 떡볶이에 반응한 혀가 뇌 한 켠에 저장되어 있던 과거 음식과 그에 관련된 '추억' 데이터를 다시 꺼냈다고 하는 편이 맞겠다. 멸치 국물 베이스에 적당히 맵고 적당히 달짝지근한 양념이 '야리야리'한 떡에 잘 스며들어 있었는데, 순간적으로 50원을 내고 길거리에 쭈그리고 앉아 떡볶이를 먹어 치우던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종로의 낡은 극장들 대신 으리으리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대세가 되면서 '브라더스 떡볶이'를 찾는 기회도 같이 줄어들었지만, 그 첫 경험은 지독히도 강렬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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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브라더스 떡볶이'에서 즉석떡볶이와 떡볶이ㆍ튀김ㆍ순대 등 일명 '떡튀순'을 시식했다. 몇 년 만의 재방문이었지만 그 맛은 여전했다. '즉석떡볶이'는 포장마차 큰 철판에서 오래 익힌 일반 떡볶이와 비교하면 깊은 맛은 다소 떨어진다. 고추장 양념이 떡 안에 완전히 스며들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약점이다. 하지만 이는 '절대'평가가 아닌 '비교'평가 문제다. '브라더스 떡볶이'의 일반 떡볶이와 비교했을 때 그렇다는 말이다. 떡과 어묵에 라면과 쫄면 사리, 계란과 튀김만두를 넣고 10분 정도 끓여낸 즉석 떡볶이는 화학조미료와 단맛 범벅에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고가 토핑이 지배하는 여타 즉석떡볶이와는 달라도 한참 달랐다.


제대로 된 옛날 떡볶이의 진수를 경험하려면 오후 2시부터 5시 사이에 '브라더스 떡볶이'를 찾아가면 된다. 만원 안짝의 차비를 들고 까까머리 추억 행 '타임 머신'에 올라탄 경험이라고나 할까? 진정, 명불허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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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은 // '브라더스 떡볶이' 이재상·이재석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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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떡볶이는 누구나 다 만들 수 있는, 싼 길거리 음식이죠. 그러나 그 이름에 걸맞은 떡볶이를 내는 곳은 많지 않아요. 떡볶이 자체로 승부하려고 했습니다."


종로 3가 뒤편에 위치한 '브라더스 떡볶이'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이재상(41), 이재석(38) 형제다. 형 이재상 씨는 한식과 양식 조리사 자격증을 보유한 정식 '셰프'며, 동생인 이재석 씨도 경희대학교 조리과에 재학 중이다. '브라더스 떡볶이'의 기원은 1998년 종로 3가 노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재상 씨가 당시 한국을 휩쓴 IMF 파동으로 근무하던 뷔페 식당에서 갑자기 잘리게 된 것. 순전히 먹고 살기 위해 그는 동생과 함께 큰 종잣돈이 들지 않는 떡볶이 노점을 차렸다. 굵은 쌀 떡볶이와 여러 세트 메뉴가 일반적인 노점 트렌드였지만 그는 옛날 맛 얇은 밀가루 떡볶이만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일회성 고객만을 상대하는 여느 노점들과는 달리 떡볶이 1인분을 주문하면 도장을 찍어주고 10회 째는 무료인 '고객카드'를 발급하는 재기발랄함도 꾀했다. 대성공이었다. 여기저기서 소문을 듣고 찾는 손님들로 하루 종일 문전성시였다. '브라더스 떡볶이' 덕분에 종로3가의 다른 떡볶이 노점들도 모두 쌀 떡에서 밀가루 떡으로 갈아탈 정도였다.


2009년 종로의 노점상 정리ㆍ이동으로 인해 이재상씨는 11년 동안 일했던 '정든 터'를 버리고 지금의 가게로 들어왔다. 외진 위치 탓에 손님들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지금도 꾸준히 가게를 찾는 단골들의 존재로 인해 이재상 씨는 마음을 다잡는다. 그는 지금도 홍대ㆍ신촌 등 '뜨는' 떡볶이 집이 있으면, 꼭 가서 먹어본 후 평가ㆍ비교 등 '벤치 마킹'도 계속한다. '브라더스 떡볶이'의 옛날 떡볶이 맛은 여전히 진화 중이다.


알고 먹읍시다 // 밀가루 떡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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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식의 기본은 언제나 '육수'에 있다. 쇠고기 육수가 간장 베이스 궁중 떡볶이에 제격이라면, 고추장 떡볶이는 멸치 육수와 궁합이 맞는다. 국내기 멸치와 다시마에 양파, 무, 홍 고추, 청양고추 등 여러 채소를 넣어 오래 우려낸 국물을 사용해야 칼칼하고 구수한 옛날 떡볶이를 만들 수 있다. 때마다 육수를 만드는 것이 번거롭다면, 미리 많이 만들어 놓고 냉동실에 보관하면 좋다.


또 하나의 비법은 얇은 밀가루 떡이다. 대형 마트보다는 재래 시장에서 최대한 얇은 굵기의 것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언제부터인가 굵은 쌀 떡볶이가 떡볶이 시장의 대세가 되었지만, 고추장 양념이 잘 스며들지 않는 굵은 쌀 떡에서는 단지 '쫄깃쫄깃'한 씹는 맛 외에 별다른 맛이 느껴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20분 이상 센 불에서 오래 끓이는 것도 중요하다. 떡의 형체가 살짝 반으로 갈라지는 순간까지 참을성을 갖고 기다린다면, 양념이 속까지 쏙쏙 잘 스며든 최고의 밀가루 떡볶이를 '득' 할 수 있다.


떡볶이에 옛날 맛을 부여하는 키 포인트 중 하나는 'MSG'라는 이름으로 통칭되는 화학조미료 글루탐산나트륨이다. 1970~80년대에 인기 있던 하얀 색깔 조미료 가루 조금이면 충분하다. 영 꺼림직하다면 안 써도 무방하지만, 아주 가끔은 조미료가 지배하던 추억의 시대로 돌아가는 것도 '정신' 건강에 좋을 것 같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사진_이준구(A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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