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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김시진 "더 이상 면죄부 없다"(인터뷰)

최종수정 2011.11.03 06:50 기사입력 2011.11.03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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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김시진 "더 이상 면죄부 없다"(인터뷰)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김시진 넥센 감독은 올해 한숨을 자주 내쉬었다. 유독 많아진 흰 머리카락. ‘미남’ 소리를 듣던 얼굴에는 어느새 여러 가닥 주름이 자리를 잡았다. 시즌 중반 그는 만성두통까지 앓았다. 인하대학교 부속병원에서 받은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결과에서 큰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담당의사의 다음과 같은 처방전을 내렸다.

“승리를 많이 거두면 자연스럽게 나아질 겁니다.”

넥센은 정규시즌 꼴찌에 머물렀다. 51승 2무 80패로 승률 4할(.389)을 넘기지 못했다. 최하위에 머문 건 2008년 창단 이후 처음이다. 1996년 리그에 뛰어든 전신 현대 시절을 포함해도 경험해보지 못한 수모다.

시즌 초만 하더라도 김 감독의 혈색은 나쁘지 않았다. 3월 29일 넥센 구단과 조기 재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그는 2014년까지 자리를 보장받았다. 계약금 3억 원, 연봉 3억 원 등 조건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고꾸라지는 팀에 안색은 급속도로 어두워졌다. 두통에 요통까지 더 해져 많은 지인들의 우려를 낳았다. 8월 30일 광주 KIA전에서 그는 오른발 엄지발톱을 잃기도 했다. 애매한 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한 항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앞에 놓인 책상을 걷어차다 벌어진 사고였다. 김 감독은 2009년 6월 25일 LG전에서 이미 비슷한 아픔을 겪은 바 있다.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방법은 담당의사의 처방처럼 하나뿐이다. 내년 팀 성적이 상승해야 한다. 선수단은 9월 21일부터 마무리훈련에 돌입, 현재 일본 미야자키현 휴가시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비행기에 오르기 전인 10월 27일 김 감독을 만나 넥센의 올 시즌을 되돌아봤다. 또 내년 시즌 각오와 감독으로서 겪고 있는 고충에 함께 귀를 기울였다.

다음은 김시진 감독과의 일문일답

스포츠투데이(이하 스투) 정규시즌을 마치고 어떻게 지냈나.

김시진(이하 김) 조용하게 보냈다. 아내와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고 돌아와 집안의 산소 문제 등을 해결했다. 어른들이 연세가 많으시다. 어느덧 선산 문제 등에 두 팔을 걷어붙여야 하는 위치가 됐다. 시즌 도중에는 할 수 없는 일들을 많이 해결한 것 같다.

[피플+]김시진 "더 이상 면죄부 없다"(인터뷰)

스투 정규시즌이 끝나면 2주간 휴대전화를 꺼놓겠다고 했는데.

(웃으며)그럴 수가 없더라. 구단과 연락을 계속 주고받아야 했다. 코칭스태프 문제 등을 끊임없이 상의했다.

스투 사령탑에 오른 이후 좀처럼 개인적인 시간을 많이 갖지 못하는데.

한 구단의 감독이라면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내 인생도 중요하지만 남들을 즐겁게 해줘야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나 혼자 짊어진 문제는 아니다. 코칭스태프, 선수들 모두가 그러하다. 그렇다고 불평을 가져선 안 된다. 야구가 아니더라도 세상에 개인적인 시간을 만족할 만큼 누리며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스투 올 시즌 넥센은 꼴찌에 머물렀다.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본다면.

솔직히 많이 힘들었다. 시즌 전 구상했던 계획들이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다. 가장 큰 아쉬움은 방망이다. 생각했던 타선을 한 차례도 가동해보지 못했다. 부상으로 낙마하는 선수들이 너무 많았다.

스투 가장 안타까운 전력 누수를 꼽는다면.

시즌 초 어깨, 허리 등을 다친 강귀태다. 주전 포수가 낙마하니 수비에 적잖게 문제가 발생했다. 물론 이탈 때문에 허도환이라는 좋은 포수를 발견했다.

스투 허도환 외에도 올 시즌 넥센은 많은 희망을 엿보았다.

4번 타자 고민이 해결됐다. 이전까지 임무를 강정호에게 맡기며 심각한 딜레마를 겪었다. 시즌 도중 박병호를 데려와 겨우 부담을 덜어낼 수 있었다. 강윤구의 완쾌도 빼놓을 수 없다. 시즌 막바지 6경기에서 3승을 챙겼다. 재발을 염려하지 않아도 될 만큼 팔꿈치도 깨끗이 나았다.

[피플+]김시진 "더 이상 면죄부 없다"(인터뷰)

스투 일각에서 넥센의 침체 이유로 꽉 조이지 않는 훈련을 손꼽는데.

이번 마무리 훈련은 이전과 다르다. 훈련량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그간 훈련은 선수들에게 전적으로 맡겼다. 코치들에게도 따로 큰 간섭을 피하자고 했다. 하지만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앞으로 모든 훈련에 직접 참견할 생각이다. 첫 연습 때 선수들을 불러놓고 이야기했다. 훈련 색깔이 바뀔 것이라고. 아마 몇몇 선수들은 ‘우리 감독님이 이상해졌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스투 선수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라운드 위에서의 부상은 어쩔 수 없다. 경기 외적인 사고는 다르다. 태만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규율에 따라 벌금을 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전적으로 책임의식을 가지고 선수단에 미안해해야 한다. 올 시즌처럼 어이없는 부상자가 3, 4명씩 나오지 않길 바란다.

스투 선수 본인에게도 이는 뼈아픈 악재일 텐데.

빈자리는 어떻게든 채워지게 마련이다. 1군 진입을 목표로 하는 선수들에게 기회가 제공될 테니까. 이탈이 선수단에 약으로 작용될 수도 있는 이유다. 감독에게는 다르다. 이탈자 없이 한 시즌을 치러야만 선수단에 어떤 부분이 부족한 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이는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무사히 시즌을 마쳐야만 보강해야 할 점을 파악할 수 있다. 더구나 계획 없이 한 시즌을 쉰다는 건 위험요소가 너무 많다.

스투 앞서 마무리훈련 양을 늘린다고 공언했다. 단순히 시간을 늘린다는 차원이 아닐 것 같은데.

단체훈련의 시간은 정해져있다. 문제는 얼마나 집중할 수 있느냐의 여부다. 선수들이 자신의 스윙이나 투구의 발전을 위해 하루 얼마나 시간을 투자한다고 생각하나. 단체훈련만 소화한다고 가정하면 30분이 채 되지 않는다. 10명 이상이 동시에 방망이를 휘두른다. 코치들이 한 선수에게 얼마나 신경을 쓸 수 있겠는가. 성공한 선수들은 공통점이 있다. 따로 자신만의 훈련을 소화한다. 이 같은 노력을 유도하고 개선할 점을 정확하게 집어주는 것이 이번 훈련의 키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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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선수들과의 소통 방식에도 변화를 줄 생각인가.

그렇진 않다. 감독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선수들에게 잔소리를 많이 하거나 보이지 않게 압박하는 유형이다. 나는 후자에 가깝다. 화가 나면 말문을 닫아버린다. 지휘봉을 잡은 이후 주위에서 젊은 선수들에게 매를 들어보라는 조언을 많이 했다. 내 생각은 다르다. 실책 하나에도 윽박을 지르면 선수들은 경기마다 코칭스태프의 눈치를 보게 된다. 선수단의 분위기는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야구는 즐겁게 해야 한다. 점수를 내줘도 긍정적으로 생각해야만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스투 넥센은 최근 3년간 많은 트레이드로 핵심선수들을 잃었다. 공백을 메우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데.

그만큼 기회를 얻는 선수들도 많았다. 문제는 더딘 성장속도에 있다. 안정을 찾아야 할 선수들이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제외됐다. 김성태와 김영민만 정상 가동됐다면 선발진은 충분한 경쟁력을 자랑했을 것이다. 그러나 연이은 이탈로 중간계투로 계획해뒀던 문성현은 선발을 맡아야 했고 마운드의 허리는 자연스럽게 약해지고 말았다. 시즌 도중 마정길의 낙마까지 더 해져 솔직히 투수 운영에 괴로움이 많았다.

스투 최근 중간을 담당하던 윤지웅의 군 입대를 허락했는데.

어차피 군 문제는 해결해야하니까. 지웅이는 좋은 투수지만 정신적으로 더 강해져야 한다. 구속도 조금 더 끌어올려야 하고. 아직 ‘류현진-서클 체인지업’, ‘김광현-커브’와 같은 트레이드마크를 만들지 못했다. 군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고 돌아오면 이 부분을 강화시켜 줄 생각이다.

스투 올 시즌 오재영과 윤지웅을 사실상 원 포인트로 기용했다.

마음 같아선 1이닝 이상을 맡기고 싶었다. 자신감을 북돋아주고 투수진에 숨까지 불어넣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둘 모두 오른손 타자에게 너무 약했다. 흐름이 넘어갈 수 있는 위기에서 아웃을 잡아낸 확률이 70%를 넘지 않았다. 결국 코칭스태프는 교체를 선택해야 했고 투수진은 과부하에 걸릴 수밖에 없었다.

[피플+]김시진 "더 이상 면죄부 없다"(인터뷰)

스투 넥센은 둘 외에도 많은 젊은 투수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성장을 위해 조언을 해준다면.

마운드에서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으면 좋겠다. 야구는 멘탈 게임이다. 패배의식에 젖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나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싣고 던졌으면 좋겠다.

스투 앞서 거론한 윤지웅 외에도 고종욱, 김대우, 유선정, 정회찬, 정범수 등이 군 입대를 앞두고 있는데.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조금만 노력하면 충분히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안정을 찾는 건 더 중요해 보인다. 상무, 경찰청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생활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

스투 2012시즌 선발진에 대한 구상이 궁금하다.

아직은 점칠 수 없다. 김영민, 김성태의 합류 여부가 불투명하고 한현희 등 신인투수들도 계속 점검해봐야 한다. 겨울이 지나야 조금 윤곽이 잡힐 것 같다.

스투 투수로 전향한 장영석은 어떠한가.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 투구 동작은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무리 없이 투구하는 요령 등을 더 익히게 할 생각이다.

스투 타선에서 제 몫을 해낸 유한준이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다. 시즌 초반 결장이 불가피한데.

회복 속도를 체크해 괜찮다면 지명타자를 맡길 계획이다. 여러 가지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다.

[피플+]김시진 "더 이상 면죄부 없다"(인터뷰)

스투 브랜든 나이트, 코리 알드리지로 운영됐던 외국인 선수 활용이 더욱 중요해질 것 같다.

물론이다. 외국인선수는 ‘로또’와 같다. 요즘 말로 대박이 터진다면 팀 성적도 함께 오를 수 있다. 문제는 ‘얼마나 요긴한 선수를 데려오느냐’인데 투수를 2명 뽑을지 한 명을 타자로 데려올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스투 재계약에 대한 생각은 없나.

나이트는 충분히 검토하고 있다. 더 나은 선수를 찾지 못한다면 달리 방법이 없을 것 같다. 알드리지는 적응에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다. 시즌 막판 어깨도 좋지 않았고. 하지만 다시 기회를 얻는다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많이 고민된다. 당겨 치는 타격만 생각하면 그는 분명 매력적인 선수다.

스투 선수들과도 무척 잘 어울렸는데.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날 내 방에 들어와 양주 한 병을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양주보다 소맥이 좋다고 했더니 소주와 맥주를 한 병씩 사놓고 가겠다고 하더라. 얼마나 기가 막히던지(웃음). 머무는 동안 밥을 많이 사줘서 그런지 정이 많이 들었다. 한국을 떠난다고 할 때 조금 아쉬웠다.

스투 따로 눈여겨보는 외국인 선수가 있다면.

요미우리에서 뛴 카를로스 토레스, 세스 그레이싱어, 디키 곤잘레스 등이다. 일본무대를 경험했다는 점에서 모두 매력적이다. 빠른 직구 외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제구력이 기대된다.

김시진

김시진


스투 한현희를 어떻게 기용할지에 벌써부터 많은 관심이 쏠리는데.

사이드암인데 팔 높이를 조금 더 올릴지 내릴지 고민하고 있다. 내리면 변화구가 지저분해지고 올리면 구속이 3km 정도 쉽게 오를 것 같다. 조금 더 점검해보고 활용여부를 함께 결정하겠다.

스투 더 강한 넥센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점을 한 가지만 꼽는다면.

강귀태가 주전으로 포수마스크를 써야 한다. 허도환이 공백을 잘 메워주고 있지만 팀의 결속력을 높이는 한편 수비에 안정을 꾀하려면 조금 더 나아진 모습으로 돌아와야 한다.

스투 2012시즌 임하는 자세가 남다를 것 같은데.

팬들은 충분히 많은 시간을 기다려줬다. 이제는 모두 좋은 성적을 바랄 것이다. 내게 내년이 위기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트레이드로 인한 전력 누수는 더 이상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스투 이장석 대표는 재계약 당시 그 시점을 2013년으로 내다봤는데.

내게는 내년부터가 전쟁이다. 최소 상위권 경쟁을 하는 팀으로 올라서야 2013년 우승을 꿈꿀 수 있다. 더구나 최근 1년 동안 한대화 한화 감독과 나를 제외한 모든 감독들이 교체됐다. 총성이 이미 오래 전에 울린 셈이다. 더 이상 하위권에 머무를 수는 없다. 2012시즌을 내 감독인생의 전환점이라고 여기겠다. 비장하게 싸우겠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스포츠투데이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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