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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의 건강맛집] 서울신라호텔 아리아께의 자연송이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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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의 건강맛집] 서울신라호텔 아리아께의 자연송이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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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살아생전 할머니는 집에 귀한 송이 선물이 들어오면 항상 된장 항아리에 박아 두셨다. 가족들은 모두 불만이었다. 바로 그 자리에서 구워먹든, 회로 먹든, 전골을 해 먹든, 바로 먹으면 좋을 텐데, 할머니는 고집을 절대 꺾지 않으셨다. 어린 눈에도 할머니의 행동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늠름한 자태의 송이를 흉측한 된장 속에서 '사망'시킨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독재자' 할머니에 대한 불만이 누그러지기 시작한 건 그로부터 몇 개월 후다. 항아리에서 한 개의 송이와 된장을 푼 할머니는 된장찌개를 끓여 손자에게 내놨다. 강렬했다. 송이 특유의 은은한 향과 함께 단맛, 쓴맛, 신맛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맛이 입 속을 휘감았다. 어른이 된 지금도 송이가 언제나 할머니의 된장찌개로 기억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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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가 유년기의 강렬한 기억에 멈춘 이유는 송이가 여전히 '귀하신 몸' 대접을 받기 때문이다. 자연송이는 더하다. 올해는 오락가락하는 날씨 때문에 작황이 좋지 않아 상태가 좋은 자연송이를 구하기도 어렵다. 산 속의 2년 이상 된 소나무 뿌리 끝에 사는 자연송이는 국가대표 급 가을 제철 식재료다. 능이ㆍ표고와 함께 3대 버섯으로 꼽히는 송이는 비타민 D가 풍부한 고 단백질ㆍ저 칼로리 식품. 체 내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키는 효과가 탁월한 대표적인 건강 식재료다. 송이의 솔 향기와 맛은 메틸시나메이트와 옥텐올 함량 때문으로, 송이를 한 입 베어 물면 빽빽한 나무로 들어찬 숲 속으로 공간 이동하는 신비한 경험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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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 자락에 위치한 서울신라호텔 일식당 '아리아께'에 가면 대표적인 '가을의 맛'인 자연송이 스페셜을 만나볼 수 있다. '아리아께'는 생선회와 초밥은 물론 일본의 정찬 요리인 '가이세키(會席)' 등 정통 일본 음식(和食)을 30년 경력의 이태영(48) 책임셰프가 직접 엄선해 직송 받은 국내ㆍ외 최고급 식재료로 요리해 고객들에게 내는 일본 레스토랑이다. '아리아께'의 자연송이 스페셜 메뉴의 명칭은 '가을의 맛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 '아키아지(秋味)'. 식전 입맛을 돋우는 전채부터 찜ㆍ구이ㆍ전골 등 다양한 자연 송이 요리가 제공되며, 단조로움을 깨기 위해 '고품격' 계절 생선회로 재미있는 변주를 준다. 물론 높은 가격이 부담으로 다가오기는 하지만, 서울의 특급 호텔 일식당에서 최고급 식재료로 내는 메뉴라는 것을 고려할 때 아주 터무니 없는 '산술법'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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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전주(食前酒)'와 '송이 국화꽃 무침(松茸と菊の和え物)'으로 허한 속을 달래는 것으로 송이 탐구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순한 사케와 사케 리큐어(liqueur)에 차조기 잎을 섞은 붉은 식전주는 깔끔함 그 자체였으며, 쪄서 말린 국화꽃에 생 송이와 데친 시금치를 가다랑어 포(가츠오부시, かつおぶし) 국물에 담궈낸 '송이국화꽃 무침(松茸と菊の和え物)'은 국화와 송이의 맛과 향의 조화가 오묘했다. 차가운 음식이 속에 들어갔으니 이제 뜨거운 것을 먹을 차례다. 일본 영화에서나 봤던 예술 작품이 눈 앞에 등장했다. 바로 '송이 도빙무시'다. '도빙무시'의 '도빙'은 토기 주전자, '무시'는 찜이라는 의미. 토기 주전자 안에 식 재료를 담아 찌는 요리다. 전분을 묻혀 살짝 익힌 도미에 생 송이와 익힌 은행을 넣고 뜨거운 가다랑어 포 육수를 부어낸다. 국물을 먼저 찻잔에 따라 마시고 뚜껑을 열어 건더기를 먹으면 되는데, 송이의 청량한 향이 국물 전반을 지배하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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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만 먹어 입이 심심하다고 느껴질 무렵 나온 '계절생선회(季節のお造り)'는 탁월한 시간차 공격이었다. 1주일에 한 번씩 포르투갈에서 직접 공수하는 냉장 참치 회와 전남 완도 도미 회에 강원도 양양 연어 알과 미국 캘리포니아 산 최고급 성게 알로 포인트를 준 '계절생선회'는 손을 대기 아까울 정도로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는 '예술 작품'이었다. 또한 '송이 숯불구이'와 '송이와 새우 튀김(松茸と海老の天ぷら)'에서는 달작한 송이의 씹는 맛과 향이 입 안에서 고스란히 느껴졌으며, 파와 배추, 양파, 죽순 등 각종 채소에 간장 양념한 쇠고기와 송이버섯, 느타리버섯, 표고버섯, 팽이버섯 등 모둠 버섯을 넣은 '송이전골냄비'는 메뉴의 종지부를 찍는 화려한 피날레였다. 오랫동안 놓고 지낸 할머니의 영상이 머리 속에 떠오른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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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은// '아리아께' 이태영 책임셰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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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의 8할은 좋은 식재료가 차지해요. 질 나쁜 재료로는 식재료 본연의 맛이 실종된 '가짜' 양념 맛밖에는 낼 수 없어요. 좋은 식재료와 좋은 요리사, 거기에 좋은 고객까지 3박자가 잘 갖춰진 상태에서 요리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올해로 '사시미' 칼을 잡은 지 30년 된 베테랑 이태영(48) 책임셰프는 서울신라호텔 일식당 '아리아께'에서만 21년을 일한 '아리아께'의 얼굴이다. 21명의 요리사를 거느린 마이스터인 그는 메뉴 선정과 식재료 선별 등 '아리아께'의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책임진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진행 중'이다. 매 시즌 독특한 일식 창작 메뉴를 고심하는 그는 저녁마다 '아리아께'에 오는 단골들을 위해 홀에서 회칼을 잡는 '팔팔'한 현역 요리사다. 그 동안 여러 차례 '독립'에 대한 유혹이 안팎으로 있어왔지만 그는 단호하다. 주방의 요리사가 이윤을 따지면 그때부터 그가 만드는 요리는 더 이상 가치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책임셰프의 장남도 아버지의 투철한 직업관에 깊이 감명 받은 모양이다. 그는 중학교 때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일식 요리사가 되고 싶다고 털어놨고, 이 책임셰프는 기쁜 마음에 '오케이'했다. 최고의 선구안이었다. 이 책임셰프의 아들은 현재 제주신라호텔 일식당 '히노데'에서 근무하는 이호철(24) 셰프다.


"요리할 때 가장 신나요. 단 한 번도 내가 선택한 이 길을 후회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이 책임셰프의 '만만디'한 마음가짐은 그가 만드는 음식에 고스란히 적용된다. 참으로 신나는 맛이다.


알고 먹읍시다 // 이태영 책임셰프의 생선회 잘 먹는 법


생선회와 초밥의 나라 일본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한국에서는 한 집 건너 하나 있는 '활어횟집'이 그것이다. 일본인들 대부분이 회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갈 때 맛의 여부를 판단한다면, 한국인들은 생선 살 씹는 맛을 최고로 치는 탓이다.


사실 생선 살에서 감칠맛이 나오는 시점은 하루나 이틀 정도 숙성을 거친 후다. 바로 갓 잡아 회를 뜬 생선 맛은 싸구려 '잡어'나 광어나 도미나 도다리나 별반 다르지 않다. 활어횟집에서 값비싼 도미회를 주문하는 것은 다분히 '돈 낭비'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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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를 맛있게 먹으려면 간장에 '와사비 わさび'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고추냉이를 듬뿍 풀지 말고, 회 한 점 위에 고추냉이를 얹어 간장에 살짝 담그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가루' 고추냉이가 아닌, 식물 고추냉이 뿌리를 구입해 강판에 '살살' 갈아 쓰면 매운 맛은 덜하고 풍미는 탁월한 고추냉이의 진가를 경험할 수 있다. (그다지 비싸지 않다) 또한 기름지지 않은 '자연산' 광어나 도다리ㆍ도미 등의 생선회는 간장 대신 짠 기운이 덜한 '저염' 소금이 가장 좋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사진_이준구(A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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