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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딸깍발이]부채공화국의 불편한 진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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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 2013년 여름 神國이 국가부도로 붕괴됐다. 神國의 백성 '조 末年'은 몇년전부터 여유로운 '인생 2막'을 즐기고 있었다. 전원주택에서 농사를 지으며, 간혹 친구들과 힘겨웠던 시간의 추억을 반추하거나 남은 인생의 평온함을 한껏 누리는 중이었다. 매월 오피스텔 두채에서 나오는 수익 150만원, 국민연금 120만원, 종신보험 100만원.노부부가 살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적당량의 펀드와 예금을 보유하고 있어 큰 병에만 들지 않는다면 노년이 그리 각박할게 없었다.

그는 베이비부머의 맏형격으로 노년을 철저히 준비해왔다. 덕분에 느긋한 날들이 찾아왔다. 하지만 국가부도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펀드가 깡통이 되고, 은행예금마저 보장받을 수 없게 됐다. 보험과 국민연금도 부도나 버렸다. 오피스텔 세입자마저 임대료를 낼 수 없게 됐다. 새로운 세입자도 들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 20여년을 더 살아야할 판이지만 앞날이 막막해졌다. 자녀들마저 직장을 잃고 집도 경매로 넘어갔다. 친구들은 패잔병처럼 허물어졌다. 암울한 분위기속에 세상을 등지는 친구도 생겼다. #
지금 운위하는 위기중에 최악의 시나리오는 국가부도다.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이런 시나리오를 괴담으로 치부하기엔 위기의 속도는 가파르다. 부정하기 어려울만큼 수많은 시그널이 있다. 라가르도 IMF총재는 "지금 세계경제가 통제할 수 없는 위험국면"이라고 진단한다. 여기서 우리는 몇개의 불편한 진실을 만난다.

우리나라도 '부채공화국'이다. 신용 위기 직전이다. 그리스가 강 건너 불구경일 수 없는 까닭이다. 가계 대출 1000조원, 국가 채무 1800조원. 빚의 숫자는 천문학적으로 커졌다. 경제 주체인 개인들은 빚진 인생을 허덕이고, 국가도 나날이 위기다. 애덤스미스의 논리대로 국가가 생산기관으로서의 국민자본이라고 할 때 국민 입장에서는 파산의 위험이 있는지의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다. 부채란 것이 성실하고 완전하게 갚아야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갚지 않는다는 건 용납될 수 있는게 아니다.

최근 우리나라 공공부문과 기업, 가계의 부채는 급증하는 양상이다. 작년말 기준 국가직접채무(392조8000억원)와 보증채무(34조8000억원), 4대 공적연금 책임준비금 부족액(861조8000억원), 통화안정증권 잔액(163조5000억원), 준정부기관 및 공기업 부채(376조3000억원) 등을 더한 사실상의 국가부채는 1848조4000억원이다.
국채와 차입금 등으로 구성된 국가 직접채무는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인 2007년 말에 비해 31.4% 늘었고, 준정부기관 및 공기업 부채는 같은 기간 58.2% 급증했다.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4대 공적연금 책임준비금 부족액도 이 기간 41.6% 급증, 사실상의 국가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6.6%에 달한다.

이런 부채를 제대로 갚을 수 있는 것인가 ? 떼먹고도 안전할 수 있기라도 한 건가 ? 위기는 이미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벌써 생활고에 찌든 베이비 부머들이 자살하고, 거리로 내몰린 청년들이 늘고 있다.수많은 기업들도 날마다 돈줄을 찾아 헤멘다.곳곳에서 투자는 멈춰 있고, 기존의 굴뚝업체들은 낡아지고 있다. 하지만 학자들은 "아직은 ?" 어쩌구 하며 위기가 아니라고 목청을 돋군다. 그래서 위기를 말하는 것은 괴담이 된다.

국가가 짊어질수 있는 부채의 한도는 어디까지인가 ? 독일의 경제학자 고트프리트 봄바흐는 "한도가 어디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 한도에 도달했는지는 누구나 안다"고 했다. 여러 기준이 있다. 국민총생산에 부채를 대입하거나 외국과 비교한 기준이 제시되기는 한다.어느 경우 언론은 부채를 국민 1인당 금액으로 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기준이 부채 부담 능력과는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인가 ? 위험 정도를 표시해주는데 유의미하거나 절대적인가 ? 바로 이것이 경제학자들이 갖는 불편한 진실이다.

그동안 국가 채무에서 공기관이나 기업부채, 공적연금 준비금은 별도로 분리돼 착시를 불러 왔다. 넓은 의미로 국가와 국민이 짊어질 빚이다. 어떤 형태로든 국가 보증이 개입됐을테니 일종의 분식행위다. 이는 국가가 국민에게 가능한 한 숨기고 싶은 불편한 진실이다.

부도의 신호탄은 저축은행에서 터졌다. 때문에 예금을 잃는 사람들이 생겼다. 앞으로 은행만이 아니라 보험회사, 공공연금들도 같은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은 상존해 있다. 이미 연쇄 부도의 문으로 진입한 상태다. "앞으로 우리의 삶과 미래는 어떻게 되는거지 ?"라고 걱정이 절로 나온다. 은행의 붕괴는 어디도 안전하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우리나라는 정말로 안전한가 ? 위기를 풀어가는 해법은 바른가 ?

현재 서구 문명의 근원이자 민주주의 산실인 神의 나라 그리스가 사실상 국가부도 직전이다. 유로 국가들도 국가부도라는 유령의 공포에 사로잡혔다. 미국, 유로를 포함한 세계국가들이 대규모 돈의 해일을 시장에 쏟아부을 태세다. 거대한 통화 물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쓸려나가고, 삶의 나락으로 떨어질지 알 수 없다. 이미 미국은 2조달러 규모의 양적 완화를 예고했으며 영국의 잉글랜드 은행, 유로의 중앙은행 등도 편법까지 동원해 돈 찍기에 혈안이다.

파산에 이른 국가(금융기관, 보험, 연금)에 화폐 발권은행들이 뛰어들어 돈을 마구 찍어낸들 위기가 해소되지는 않는다. 단순히 전이되거나 연장되는데 그친다. 이것이야말로 정부, 관료, 경제학자들에게 있어 암묵적으로 숨겨온 부채 규모보다 더 불편한 진실이다

그래서 중앙은행의 발권력도 거품을 키우는 투기자본(헤지펀드)과 다르지 않다. 통화량 증대는 일시적 처방이다. 미 연준의 '버냉키' 할애비라도 통화량으로 위기를 완전히 구출할 수는 없다. 그동안 자본은 신용창조라는 실체 없는 유령놀음을 즐겼다. 지금 세계 통화량은 지구 총생산의 10배에 이르고, 그 100배에 이르는 파생상품이 시장을 떠돈다. 주식, 증권 등 의제자본과 '신용창조'의 유령 즉 통화량 증대는 언젠가는 화폐개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 상황에선 그저 종잇다발인 화폐 확대는 환상이거나 병자의 몸속에 찔러진 몰핀에 지나지 않는다. .

대량의 돈을 찍고나면 하이퍼 인플레이션이라는 댓가를 치뤄야한다. 여기서 돈은 휴지조각이나 진배없다.주식이나 유가증권, 미래를 위해 저축한 보험, 연금들이 다 반토막난다. 개인과 기업은 '인플레이션이 부채를 먹어치운다'는 격언에 따라 차입을 늘리거나 부채 해소에 유리한 국면이 조성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물가가 오르면 금리도 올라간다. 즉 갚아야할 돈이 커진다. 인플레이션은 빚 가진 월급 생활자에게 치명적이다. 소득은 크게 늘어나지 않고 구입해야할 물건 값이 올라 부채 탕감은 언감생심이다. 생계비가 늘고, 이자가 불고, 지급 불능상태가 오고, 집은 강제경매당하기 일쑤다.

저축은행은 방파제의 구멍이나 다름없다. 처음 손가락으로 막고. 다음은 팔뚝으로, 몸통으로 틀어막지만 끝내 무너지지 않는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개인과 가계, 기업들이 무너진 방파제와 거대한 물살에 쓸릴 일만 남았다. 개인, 기업, 국가가 돈을 빌린 다음 못 갚으면 부도 난다. 즉 망한다. 망하지 않는 방법은 부채를 부채로 돌려막는 방법 뿐이다. 신용은 더욱 하락하고, 빚진 사람은 금리의 압박에 무너진다. 부채를 청산, 신용을 회복하지 않는 한 위기의 악순환은 반복된다.

국가 부도 위기에 국제통화기금(IMF)이 구원투수가 될 거란 희망도 이제는 허구다. IMF라도 회원국들이 제때 분담금을 내지 않으면 소방수 역할도 못 한다. IMF도 돈이 없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재작년 IMF는 일본에서 1000억달러를 차입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 5000억달러 규모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제대로 돈이 마련될 지 미지수다. 결국 각 국이 발권력을 동원, 제각기 살 길 찾아 나서는게 유일한 수단이다. IMF가 결코 희망이 아니라는 것, 위기는 스스로의 힘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우리에게 불편한 진실이다.

국가의 지급 불능 사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찌기 로마가 국가 부도로 멸망했다. 로마제국이 망할 무렵 귀족과 특권층은 세금을 내지 않았다. 대신 피정복지의 조공과 화폐 발행을 늘려 전쟁 수행비용과 재정을 감당했다. 군인들에게 지급할 봉급이 부족하고, 전쟁 수행 비용이 늘어갈수록 화폐 발행은 더욱 늘어났다. 이어 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일시적인 미봉책으로 가격상한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통화량 증대로 시장이 무너지자 각종 통제도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 했다. 귀족들은 더욱 특권을 강화하고, 재정을 감당할만큼 조세징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로마의 몰락은 멈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중세엔 여러 도시국가들도 부지기수로 부도났다. 이탈리아의 도시 가문과 한자동맹의 도시들이 상인들에 대한 과도한 여신보증 때문에 망했다. 처음엔 상업을 보호, 육성한다는 명분 아래 여신 보증을 통한 수수료 따먹기에 급급했다. 어음쪼가리를 손에 쥔 상인들이 고의부도 등 모럴헤저드에 빠질 가능성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중세 초기 영주들의 거대한 성문앞에는 시장이 펼쳐졌다. 농노들이 잉여생산물을 교환하던 장소다.

이런 물물교환에 개입, 세금을 걷기 위해 화폐를 발행하고, 스스로 발권력과 錢主로서의 위세를 갖춘 영주들은 일부 세력에 대부, 대출 권한을 부여하기도 했다. 상인과 대부업자들은 영주들에게 세금 내고 영주는 여신보증사업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곧 큰 손들이 돈을 갚지 않고, 여신중개인들이 몰락하고, 도시국가가 망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그저 통화량도 신용도 역사적으로 믿을 게 못 된다는 말이다. 해법은 있다. 진실에 다가서려는 게 첫걸음이다. 다만 수많은 경고가 무시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규성 기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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