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호텔의 연회장에 말쑥히 차려입은 강남 부자들이 속속 자리를 잡는다. 한 증권사가 국내 도입 초읽기에 들어간 헤지펀드 상품에 대한 설명을 위해 마련한 자리다. 부자들에게 걸맞은 최고급 메뉴와 와인에 '나가수' 출연자의 공연까지 곁들여진다. 최고의 전문가들이 쪽집게 식으로 전해주는 투자 노하우는 기본이다.
헤지펀드로 돈이 몰리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헤지펀드는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고위험-고수익)이라는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절대수익, 즉 어떠한 시장상황에서도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리스 등 유럽 일부 국가의 재정위기로 전세계 금융 시스템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은행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한다는 것은 매력적이다. 하지만 그 과실이 거액 자산가들만의 차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이 편치 않다. 부자들이 지난해부터 한발 앞서 투자한 자문형 랩이 질주하는 사이 일반인들은 주식형 펀드의 초라한 성과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
정책당국은 헤지펀드 도입을 통해 한국 금융시장이 한단계 발전할 것이라고 자신하지만 예금과 펀드를 통해 자산을 불려갈 기회가 점차 사라지는 서민들에게는 '남의 일'에 불과하다. 은행 예금 금리는 내려가기만 하고, 올해 중 더 이상의 영업정지는 없다지만 저축은행에 돈을 맡기기에는 여전히 불안하다. 주식시장이 요동을 치니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것도, 펀드에 가입하는 것도 왠지 개운치 않다.
금융사들도 부자 마케팅 외에 일반 서민의 자산 형성에 기여할 상품을 제공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외환위기 시절 등장했던 '바이코리아'펀드가 그리운 것은 기자만의 생각일까.
증권부 백종민차장 cinqange@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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