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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들, 베를린에 깃발을 휘날리다. - copy left 독일 해적당, 지방의회 진출 성공

최종수정 2011.09.19 16:01 기사입력 2011.09.19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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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공순 기자]지난 19일(현지 시각)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 진행된 지방선거는 집권여당인 메르켈의 기독교사회연합에게는 뼈아픈 패배였다. 그리고 메르켈과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자유민주당에게는 재앙이었다.

그러나 내리 3선에 성공한 사회민주당의 시장 후보보다 더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은 젊은 해적들, 인터넷의 무법자들, ‘해적당’(pirate party)이었다.

‘독점반대, 인터넷의 자유로운 접근 보장, 검열 반대, 투명성, 특허권 불인정’을 핵심 정책으로 하는 해적당은 창당한지 고작 4년만에 9%의 득표를 얻어 지방의회 첫 진출에 성공했다고 독일의 슈피겔지 온라인판은 19일자로 보도했다.

해적당의 성공은 인터넷 세대들의 독자적인 정치적 진출을 알리는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반해 친기업성향의 자유민주당은 지난 2007년 선거에서의 7.6% 득표에 훨씬 못미치는 2% 득표에 그쳐, 의회 진출이 좌절됐다.

해적들, 베를린에 깃발을 휘날리다. - copy left 독일 해적당, 지방의회 진출 성공
해적당의 성공은 스스로에게도 뜻밖의 결과였다. 해적당은 직업적 정치인들로 구성되어 있지 않으며, 정치 경험도 전무하다. 해적당의 후보 중에는 19살짜리 소녀인 수잔느 그라프도 있다. 어리지만, 해적당의 청년조직인 ‘젊은 해적들’(young pirates)의 부의장이며, 당내 경선을 통해 선발된 당당한 후보이다. 개표 결과가 확정되면, 베를린 시 의회 사상 최연소 의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파비오 라인하르트(24)라는 또 다른 후보는 경력난에 자신이 참여했던 시위를 쭉 열거하고 있다.
독일 해적당의 베를린 시의원 후보 수잔느 그라프

독일 해적당의 베를린 시의원 후보 수잔느 그라프

이들 대부분은 직업적인 정치인도 아니며, 거시적인 정치적 프로그램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들은 자신들의 삶과 생활, 취미에서 부닥치는 문제들에 대해서 발언하고 바꾸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들의 선거 공약은 기존의 온라인 관련 정책들 이외에도 ‘공공생활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을 요구한다. 따라서 이들은 지하철 및 대중교통은 무료로 할 것을 주장하고, 무선 인터넷도 마땅히 무료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대부분 10대에서 30대에 이르는 젊은 세대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의 등장은 기존의 제도 정당들이 새로운 세대를 포섭하는데 실패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슈피겔지에 따르면, 해적당의 안드레아스 바움 후보는 “이처럼 놀라운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면서 “베를린의 시민들은 시 정치에서의 변화를 원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해적당의 후보들이 시 의회에서의 정치적 절차들을 배워야하겠지만, 자신들이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당 명칭은 인터넷 상에서 불법 복제 행위자를 ‘해적’이라고 부른데서 연유한다. 그만큼 이들은 정보에서만큼은 사적 재산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자유로운 소통’을 절대적 기준으로 삼는 만큼, 자유주의적 색채가 강하기는 하지만, 시장 자유주의자는 전혀 아니다. 오히려 규제없는 시장 자유주의의 폐해에 대해 극히 비판적이다.

또 지난 10여년동안의 테러리즘으로부터의 방어를 명분으로 한 국가의 개인에 대한 감시와 온라인 검열을 이들은 ‘국가 테러리즘’이라고 부르며 강력히 거부한다.

해적당은 자신들을 ‘사회정당’(social party)라고 규정하고,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스스로를 ‘자유주의자이며 좌파’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들을 좌우 이념 기준으로는 평가하기는 곤란하다. 좌우를 구분할만큼의 거대한 이념적, 체제적 프로그램을 갖고 있지도 않다.

해적당은 지적재산권을 완전히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문화적이고 지적인 생산물들 즉, ‘정보’를 사유화하거나 독점화하는 것을 강력히 비판한다. 이들에게 정보는 모두의 것이며 사회의 집단적 산물이다. 이들에게는 저작권을 사후 70년까지 인정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5년이면 족하다고 그들은 대답한다.

넓은 의미에서 온라인 상에서의 ‘copy left' 운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또 정보운동답게 정보의 투명성과 공평성, 접근 가능성을 추구하며, 국가가 여기에 개입하고 규제하는 것을 반대한다.

해적당은 국제적인 연계망을 가진 범세계적 조직이다. 지난 2006년 스웨덴에서 인터넷 불법복제 단속을 계기로 결성되었으며, 유럽의회 선거에도 출마한 적이 있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 어떤 형태로든 해적당이 결성되어 있으며, 한국에도 ‘해적당’이라는 이름의 조직이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망을 가졌고, 불법 복제여부를 도덕의 잣대로 삼는 한국에서도 인터넷 세대의 독자적인 정치적 진출이 가능할까? 아마도 어버이연합의 의회진출 가능성을 점치는게 더 빠르지 않을까?

이공순 기자 cpe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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