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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무시하기 시작한 중국인들‥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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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중국인들이 이제는 한국인들을 무시하기 시작했다."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중국 톈진을 방문하는 동안 만난 재중 교포ㆍ사업가들이 털어 놓은 말들이다. 중국이 우리나라와 1992년 수교한 직후에만 하더라도 중국인들은 경제력이나 기술력에서 앞선 한국인들을 부러워했었지만, 이제는 자신들의 일취월장 성장한 경제력ㆍ기술력을 바탕으로 한국인들을 깔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 20년 전만 해도 중국인들은 한국인들을 만나면 어떻게 하면 자본과 기술을 유치할 수 있을까 노심초사하면서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고, 또 한국의 성장과 발전을 부러워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이번 방문에 동행한 한 인사가 전한 당시 현실은 이랬다. 그는 20년 전 쯤 어느날 중국 공산당 간부를 만났더니 일요일도 쉬지 않고 일을 한다고 했다. "왜 쉬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 간부가 "한국이 저렇게 앞서가고 있는 데 우리가 한가하게 쉬어서 되겠느냐. 하루라도 쉬지 않고 일해야 조금이라도 따라잡지 않을까 싶어 쉬지 않고 일한다"고 답했다.

당시 그는 이 말을 듣고 중국을 이끌어가는 공산당 간부들의 결기에 내심 간담이 서늘해졌었다고 한다. 그리고 결국은 20년 만에 중국이 엄청난 성장을 거듭한 끝에 미국과 함께 G2로 꼽히는 등 초강대국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됐고, 이번 방문을 통해 또 한번 그 현장을 확인하게 됐다고 소회를 털어 놓았다.
◇ 빽빽한 마천루, 광대한 항구, 외국기업 수두룩

실제 지난 2일 방문한 빈하이신구는 인천경제구역(169.5㎦)의 10배가 넘는 부지(2270㎦)가 일단 방문단을 압도했다. 항구 규모도 엄청났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버스로 1시간 가량 달리면서 보이는 곳이 모두 항구였다. 면적이 30㎦에 달한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현재도 연간 1400만 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처리할 수 있지만, 이를 2800만 TEU 용량으로 두 배로 확장하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11m인 수심을 19.5m로 준설하는 공사도 한창이었다. 초대형 화물선을 유치하기 위해서란다.

특히 우리나라 대기업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입주해 있는 배후부지는 방문단 일원의 배를 아프게 했다. 삼성, 엘지, 현대, 포스코, 대한항공, 금호타이어 등 국내 대기업들이 다 들어와 있고 한다. 모토롤라, 도요타, 마쓰시다, 코카콜라, 하니웰, 네슬레 등 이름만 대면 아는 글로벌 기업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빈하이신구 안내자에 따르면, 이곳에 입주한 한국 기업만 3000개가 넘고 이곳에서 일하는 교포들만 5만 명에 달했다. 전세계 500대 기업 중 80여 개 기업이 152개의 법인을 설립해 투자했다는 설명도 귀에 콕 박혔다. 돌아 나오는 버스에선 크루즈항과 인공백사장과 요트계류장 건설 현장도 보였다. 단순 무역항이 아니라 레저ㆍ관광까지 겸하는 복합 항구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라고 한다.

이후 찾아간 금융업무지구 공사 현장에선 고속철도 역과 초고층 빌딩들 수십 개가 한꺼번에 공사 중이었다. "저렇게 많이 지으면 누가 입주하지"라는 의문은 "이 곳은 이미 입주할 기업들이 다 확정됐다"는 관계자의 설명에 금새 쑥들어가고 말았다.

점심 식사 후 찾아간 영창악기 톈진 공장은 또 다시 방문단 일행의 배를 아프게 했다. 1995년 인천 서구에 있던 공장을 옮겨 왔는데, 450여 명의 한국인 직원과 500여명의 중국인 직원을 고용해 연 2만대를 생산, 8000대를 수출하고 나머지 1만2000대는 중국 내수용으로 판다고 한다. 방문단 한 관계자는 "인천에 이 공장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중국에 와서 직접 보니 더욱 씁쓸하다"고 말했다.

이어 찾아간 에어버스 톈진 조립 공장은 빈하이 경제특구의 성공 비결이 무엇인지 정확히 보여주는 곳이었다. 삼엄한 보안과 경비 속에 공장에 들어가니 중형여객기인 A320기 3대가 조립 중이었다. 한 달에 4대를 조립해 매년 48대를 생산하며, 매출액은 약 3조원 대, 고용 인력은 약 1000명 가량이다. 전량 부품을 유럽에서 들여 오고 있지만 몇년 내에 기술 이전을 통해 자체 생산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처럼 거대한 첨단산업 공장이 빈하이신구에 들어선 것은 중앙 정부의 전폭적 지원때문이었다. 중국 정부는 에어버스사로부터 항공기 100대를 사주겠다는 조건으로 이 공장의 합작 투자를 제안해 성사시킨 후 설립 자본금의 49%를 톈진시 정부와 함께 투자하는 등 사실상 톈진 공장 설립을 주도했다고 한다.

특히 톈진 출신인 원자바오 총리의 보이지 않는 후광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전언이었다. 이를 목도한 송영길 인천시장은 방문을 마치고 나오던 중 "인천경제자유구역은 토지 용도를 변경하는 것 조차도 일일이 중앙 정부의 간섭을 받아야 한다"며 부러운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 한국인이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이처럼 중국의 발전은 '상전벽해', '괄목상대' 등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급속도로 진행됐고, 이젠 최소한 하드웨어 분야에선, '규모' 면에선 한국이 상대도 되지 않을 지경에 이르렀다. 어쩌면 국토ㆍ인구ㆍ자원 등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 한국이 중국의 공산당 집권 후 잠깐 찾아 온 침체기를 틈타 5000년 역사 속에서 사상 처음으로 잠깐 동안 '말도 안 되는'(중국인 입장에서) 호사를 누린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손을 놓고 앉아 있을 것인가? 5000년 역사 속에서 내내 겪어 온 역사적 현실이 21세기에 또 다시 재현되는 것을 두 손 놓고 바라만 봐야 할까?

답은 이미 나와 있다. 하드웨어에선 상대가 안 되지만 '소프트웨어'는 우리가 더 강하다. 한류가 세계를 휩쓴다는 얘기는 우리 민족의 정서ㆍ희노애락ㆍ상상력ㆍ창조력ㆍ예술적 감성 등 '소프트웨어'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토건 공화국'을 유지하기 위해 맨 땅에 돈을 쏟아 붓는 엉뚱한 짓을 멈추고, 이제는 사람에 투자해 우리사회의 소프트웨어를 강화하는 데 힘써야 한다. 닌텐도나 구글 안드로이드가 대통령이 한마디 한다고 해서 튀어나오는 게 아니다. 정보화 사회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은 '사람'을 키워야 한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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