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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크로스, "스위스 스타일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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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나라의 거대 디자인, 9월에 일곱 개 나무 상자에 담겨 온다

[아시아경제 채정선 기자]

출간된 책이 한 권, 가을에 도착하는 전시 소식이 한부 도착했다. 스위스를 설명해주는 ‘스위스 디자인’에 관한 두 개의 다른 방식이면서 하나의 이야기, <크리스+크로스 Criss+Cross>다.
스위스 국기를 연상케 하는 <크리스+크로스>는 2003년 스위스가 자국 예술위원회 '프로헬베티아(Pro Helvetia)'의 지원으로 시작한 전시 타이틀이다. 같은 이름으로 출간된 안그라픽스의 도서 <크리스+크로스>는 전시에 때를 같이 해 소개된 전시 텍스트이자 스위스 디자인 안내서인 셈.
▲ 안그라픽스에서 출간한 <스위스 디자인: 크리스+크로스>

▲ 안그라픽스에서 출간한 <스위스 디자인: 크리스+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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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금융이나 과학 기술처럼 세계를 하나로 모으는 요소 중 하나다. ‘산’ ‘관광’ 등을 디자인한 스위스는 그야말로 ‘디자인을 정복했다’ 할만하다. 디자인을 언급하지 않고 설명할 수 없는 ‘스위스 스타일’을 가진 국가라 할 수 있을 곳이다. 그러니 자국을 설명하는 디자인 전시, 그리고 전시에 때를 맞춰 출간되는 책 한 권. 디자인이야말로 중요 외교사절이라는 것을 잘 아는 이들의 낯설지 않은 행보다.


스위스 디자인의 역사
농업국이던 스위스는 18~19세기에 농업을 산업화에 내어 주고 직물, 기계, 화학제품을 수출하는 나라가 되었다. 그리고 이후엔 금융 산업으로 세계 최고의 부자 나라 반열에 올랐다. 20세기에 들어선 르코르뷔지에, 한스 힐피커, 한스 코레이 등의 스위스 디자인의 선구자들이 모더니즘의 정신으로 디자인의 기준을 정립했다. 현대의 디자이너들과 건축가들에게도 여전히 영향력 있는 디자인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진 시점이다.
1950년대에는 카를로 L. 비바렐리와 요제프 뮐러 브로크만 같은 그래픽디자이너들이 등장하여 스위스만의 명료한 디자인을 만들어 알렸다. 스위스 스타일의 전성기는 1960년대 중반까지 지속되다가 미국 등지의 새로운 그래픽 디자인에 의해 일시적인 쇠퇴 양상을 보인다. 지금의 스위스 그래픽디자이너들은 현재 런던, 도쿄, 뉴욕의 유망한 디자이너로 자리하고 있다.
전시에서 알 수 있는 것들
지난 150년 동안 스위스 디자인이 일구어낸 독창성과 다양성을 보여준다. 물통, 감자칼, 등산 지팡이, 에스프레소 기계, 기차역 시계,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글씨체까지. 모두 스위스 디자인을 대표하는 아이템이다. 이렇게 스위스 디자인을 대표하는 400점 이상의 생활 용품을 일곱 개의 나무 상자 안에 진열해 보여준다. 전시되어 있는 디자인 제품부터 전시 상자 설계까지 모두 디자인한 디자인 전시인 셈이다.


크리스+크로스, 일곱 가지 나무 상자

1. 롱셀러(Longse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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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서 스위스만큼 지속성을 중시하는 곳은 드물다. 기술과 라이프스타일의 급격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스위스는 지속성 면에서 단절이라 할 만한 것이 없다시피 했다(세계 대전에 휩쓸리지 않고 대형 자연 재해도 겪지 않았다). 덕분에 150년 동안 풍부하고 수려한 사물의 문화를 발전시키는 동시에 서비스 수준을 향상시켜 올 수 있었을 것이다.

전시 가운데 이 장에 소개된 제품들과 심벌 디자인은 ‘롱셀러’들이다. 지난 30년 이상 시장에 출시되었고, 아직도 생산되고 있는 것들이다. 요즘의 제품 수명은 짧다. 발명되자마자 낡아 구식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폐기된다. 이러한 소비문화의 순환 속에서 장수해 온 제품의 역사적 증거를 발견할 수 있는 장이다.

2. 작고도 아름답다(Small & beautiful)
과거에는 소형 제품 디자인과 개발 혹은 시계, 음악 상자 같은 기타 작은 기계류, 오늘날은 보청기, 디지털 카메라와 같은 것들에 집중한다. 이 분야에서는 엔지니어들과 디자이너들이 서로 밀접하게 협력한다. 엔지니어는 기능, 작동 절차, 생산 시스템을 개발하고, 디자이너는 개발하고자 하는 기구에 형태적 정체성과 심미적 확실성을 부여함으로써 엔지니어와 제품 사용자들이 사는 사회 사이를 중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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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들은 미세하다 할 정도로 작고, 기술적이면서 심미적으로도 매우 훌륭하다. 의학 기술, 필기 도구, 우표, 손목시계 등은 모두 아주 작은 사물로 공이 많이 들고 숙련된 작업이 필요한 것들이다. 1mm를 대단하게 생각하는 태도가 아이디어의 성공 및 숙련된 디자인의 관건이며, 탁월한 기술은 필수적이다. 1mm를 신중하게 여기는 태도가 아이디어를 성공시키고 보다 원숙한 디자인을 가능하게 한다. 동시에 탁월한 기술은 필수적이다. 스위스는 전통적으로 전문화된 소형 제품들을 개발해 왔다. 이로써 스위스의 제품들이 세계시장에서 리더의 자리를 지키고, 국가와 사회에 고용을 창출하며 큰 번영을 가져올 수 있었다.

3. 아주 작은 조력자들(The tiny helpers)
디자이너는 온갖 종류의 도구를 만들어 도움을 준다. 스위스에는 이러한 도구와 제품들이 많이 있는데 이는 엔지니어와 제조자, 그리고 디자이너의 기술 덕분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생활 문화 속에 배어 있는 '수준 높은 치밀함'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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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스위스가 왕, 군주 등 궁정과 연관된 사치스러운 생황 양식의 전통이 없다 해도, 19세기 이후에는 더욱더 정교하고 품격 높은 물건들이 중산층의 일상적인 생활에서 일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만찬에는 세 종류의 포크가 쓰였고, 서로 다른 모양의 잔에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을 마셨다. 이렇듯 디자이너들은 주방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각기 담당할 도구를 디자인하고 제조업자들은 이를 생산했기에 스위스의 산업이 발전했을 뿐 아니라 심미적인 아이디어와 다양한 제품을 풍성하게 내놓을 수 있었다.

4. 산 위로(Up to the mounta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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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전 스위스 알프스는 텅 빈 초원, 돌, 바위, 그리고 얼음뿐이었다. 사람들은 가난했고 많은 사람들이 이민을 떠났다. 오늘날 스위스는 가장 번영하는 리조트를 가지고 있고,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이다. 관광 산업은 일종의 금광과 같은 산업이고 스위스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에 속한다. 알프스 산맥 관광은 성공적인 디자인의 주요 사례이다.

마음속에 “이곳이 내가 가고 싶은 곳이다.”라는 갈망을 불러일으키는 이미지들을 발명하고 디자인하고 개발해 온 이들. 그들은 호텔을 짓고, 산악철도를 건설하고, 스포츠 장비들을 발명하고, 전 세계에 그 산들을 판매할 포스터와 광고를 내걸면서 이러한 이미지들에 알맞은 경관을 디자인했다. 관광 디자인은 스위스 디자인의 진정한 성공 스토리이다.



5. 유행+젊음(Hip &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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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디자이너들은 마치 지금 있는 물건들이 모두 충분하지 않은 듯, 풍부한 상상력으로 다양한 디자인을 창출하려 경쟁한다. 일부 디자이너들은 제품을 디자인할 뿐 아니라 제조와 판매도 겸한다. 그들은 많은 자유를 누리지만 종종 적은 임금을 받는다. 이런 부류의 디자이너들은 열정적이므로 사람들은 이들을 존경심을 가지고 너그러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스위스는 다채로운 문화가 있는 나라이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문화가 공존해왔으며 많은 사람들이 이민 오는 국가다. 오늘날 스위스 인구의 20% 이상이 외국 여권을 가지고 있다. 이 현상은 기존의 문화에 영향을 미치고 변화를 일으킨다. 젊은 다국적 디자이너들은 공동체적 감성과 부드러운 고급스러움이 깃든 세련된 분위기를 창출하며 도시 생활 속에 이채로운 문화적 의식과 형상들을 콜라주로 녹여 넣는다.



6. 시각적 진술 제시(A visual stat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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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에 디자이너 리처드 폴 로스, 요제프 뮐러 브로크만, 한스 뉴부르그와 카를로 비바렐리가 <신그래픽 디자인> 잡지를 창간했다. 이 잡지는 금세 국제적으로 유명해졌다. 이 저자들은 그래픽 예술을 커뮤니케이션으로 보았으며, 더 이상 응용 회화로 보지 않았다. 그들은 ‘메시지가 무엇인가?’라고 질문하고 형태와 심벌을 제시함으로써 그 답을 제안했다. 이들이 닦아 놓은 기업 디자인의 기초는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새로운 그래픽’으로 시작한 것이 ‘스위스 스타일’로 변화하고 나중에는 ‘국제적 스타일’이 된 것이다.

7. 직물과 패션(Textile & fashion)
직물은 스위스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19세기에는 스위스 상트갈렌에서 생산된 섬유와 레이스가 파리뿐 아니라 훨씬 멀리 아프리카와 아시아까지 전해지곤 했다. 한때 거대했던 스위스의 직물 산업은 이제 사라졌지만, 여전히 밀라노, 런던, 파리의 패션업체들에 재료를 공급하는 업체들은 남아 있다. 바로 탁월한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마감을 하여 방사소재, 금속, 인공소재로 이루어진 섬유를 고안하고 만들어 낸 디자인 스튜디오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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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9월 5일부터 30일까지 고려대 박물관 기획전시실(http://museum.korea.ac.kr/)
에서 볼 수 있다. 이후 10월 10일부터 11월 10일까지는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디자인 센터 4층(http://www.dcb.or.kr/)에서 만날 수 있다.

한국에서의 전시가 끝난 뒤, 이들은 방콕으로 이동한다. 전시를 관람하며 살펴보라. 역사와 디자인이 어떻게 설명되었고, 일곱 개의 나무 상자에 어떻게 진열되었는지. 디자인을 설명하기 위한 디자인조차 재미있는 전시다.






채정선 기자 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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