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쾅" 폭음이 울리는 순간 김인수(21, 상병)은 순간 잠깐 정신을 잃었다. 1분 남짓 시간이 흘러 정신을 차렸지만 함정은 침몰중이고 몸의 절반은 이미 바닷물에 젖어있었다. 재빨리 구명조끼 '카포크(KAPOK)자켓'을 입고 갑판위로 올라 함을 빠져나왔다. 암흑이 짙게 깔린 바다앞에 두려움이 앞섰지만 훈련받은대로 몸은 움직였다. 김 수병은 나머지 장병들과 함께 구명보트로 몸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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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훈련장에는 참수리호를 탑승하는 139편대(편대장 김영진소령) 장병 60여명이 대기중이었다. 장병들은 감투수영은 물론 수영실력 테스트를 위한 등급시험을 보는 날이기 때문에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안심한 것도 잠시. 뜨겁게 달아오르는 해변에서 시작된 준비운동 10분만에 온몸을 녹초가 됐다. 유격훈련 뺨치는 강도였다. 마지막구호를 붙이지 말라는 준비체조에 기자는 큰목소리로 대답하자 교관의 호통이 이어졌다. 자신의 생명을 살리는 훈련이기 때문에 긴장감을 늦추지 말라는 뜻이었다.
이어지는 구보는 1.2km에 불과했지만 발목까지 들어가는 백사장 구보는 마치 3km를 넘게 한듯 힘에 붙였다. 또 익숙하지 않은 KAPOK자켓은 답답하고 몸안으로 들어온 모래때문에 따가워 견디기 힘들었다. 그동안 쌓인 뱃살이 마냥 원망스러웠다.
구보를 같이 받던 이광희 이병은 육군 전차부대 부사관을 지원할 수 있는 전남과학대 특수장비과를 졸업하고 해군에 지원했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이 이병은 "참수리호를 타고 야간경비를 나갈때 진정한 해군의 멋을 느낄 수 있다"며 "이런 훈련을 견뎌내야 진정한 군인 아니겠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입수를 위해 장병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바닷물에 몸을 담그는 순간 온몸이 움추려졌다. 이날 수온은 18도. 땀으로 범벅된 몸을 담그자 온몸이 경직됐다. 교관은 "갑자기 추워진 물에 들어가면 온몸에 힘이들어가 쥐가 나기때문에 심장과 먼곳부터 물을 묻히라"고 권유했다.
목까지 차오르는 깊이에 들어가자 등급별로 수영을 시작했다. 자유자재 수영을 하는 특급, 1,2급 장병들과 달리 기자의 몸은 물안으로 점점 빨려들어갔다. 코와 입, 귀까지 바닷물이 들어가자 당황한 나머지 구명조끼를 입고도 허우적거렸다. 결국 해난구조대(SSU.Ship Salvage Unit)잠수요원이 목덜미를 잡고 해변에 끌어다줬다.
점심시간이 되자 수박으로 만든 화채를 나눠줬다. 더운날 땀을 많이 흘렸을 장병들을 위한 특별간식이다. 최근 장마 때문에 당도가 많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장병들에겐 꿀맛이었다.
이어진 훈련은 배를 탈출하기 위한 이함훈련. 배높이와 비슷한 수면 5M높이의 다이빙대에 올라갔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바닥까지 보이는 물속 깊이 4.5M때문에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신은수 중사는 "1년에 한번하는 감투수영은 12번째 하고 있지만 천안함이후 훈련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졌다"며 "실전같은 임무수행을 위해서는 훈련 하나하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루일정 훈련을 마치자 새까맣게 탄 장병들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고생했다"라고 말을 건네자 한 장병은 "괜찮습니다. 우린 해군입니다"라고 답변했다. 실전과 같은 전투형부대. 이들이 진정한 전투형부대일 것이다.
양낙규 기자 if@
사진제공=해군 1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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