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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이 무려 1조원?" 뽀로로의 '불편한' 진실

최종수정 2011.08.09 16:34 기사입력 2011.08.0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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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뻥튀기?...거품 꺼질땐 한국 캐릭터 신뢰 추락

"몸값이 무려 1조원?" 뽀로로의 '불편한' 진실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가히 열풍이라 할 만하다. 세상에 태어난 지 9년 째인 국산 캐릭터 '뽀로로'. 인기를 등에 업고 '뽀통령(뽀로로+대통령)', '뽀느님(뽀로로+하느님)'이란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최근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직후 '뽀로로를 마스코트로 삼자'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뽀로로 띄우기가 도를 넘어 거품으로까지 비춰진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뽀로로뿐 아니라 업계 전반에도 좋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1조 제안설=뽀로로 제작사인 오콘의 김일호 대표는 지난달 초 한 강연에서 "미국의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디즈니가 뽀로로 인수가로 1조원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박지성 선수가 국적을 바꾸는 것과 같은 심정으로 거절했다"고 했다. 천문학적 돈을 제안했지만 나라를 생각해 응하지 않았다는 뉘앙스였다. 대중은 "국민 캐릭터가 팔리지 않게 됐다"며 열광했다.
"몸값이 무려 1조원?" 뽀로로의 '불편한' 진실

그러나 언급된 디즈니가 발끈했다. 뽀로로 인수를 제안한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논란이 불거지자 오콘이 해명에 나섰다. 오콘 측은 "보도된 인수금액은 디즈니가 아니라 다른 회사의 에이전트에게 들은 내용"이라며 "강연 중 팩트가 와전됐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현실성 없는 1조원설'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 캐릭터 업체 대표는 "뽀로로의 매출액 등 몇 가지 수치만 확인해 봐도 1조원이란 금액이 비상식적일 정도로 높다는 걸 알 수 있다"며 "근거없는 주장이 검증되지 않은 채 퍼졌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뽀로로가 팔리지 않아 좋다'는 대중의 입장에서도 괴리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내가 뽀로로 제작사라면 1조원이면 당연히 판다. 뽀로로는 공익캐릭터가 아니라 상업캐릭터이지 않는냐"며 "대중의 그런 입장이 오히려 뽀로로에겐 해가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몸값이 무려 1조원?" 뽀로로의 '불편한' 진실

◆시청률 57%의 비밀=뽀로로의 해외 진출 성과를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 게 '프랑스서 시청률 57%를 올렸다'는 말이다. 프랑스 최대 지상파 채널인 TF1에서 방영돼 올린 성과라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는 이 역시 지나치게 과장된 표현이라는 입장이다. "시청률과 시청점유율의 차이에서 비롯한 오해"라는 것이다. 시청률은 TV가 있는 가구 중 비율을, 시청점유율은 TV를 켜 놓은 가구 중 비율을 의미한다. 예컨대 전체 100 가구 중 TV를 켜 놓은 가구가 50이고, 그 중 뽀로로를 25 가구가 시청 중이라면 시청점유율은 50%다. 뽀로로는 2003년 11월부터 TF1가 아침 7시에 방영했는데 이 때 최고 57%의 시청점유율을 기록했다.

한 관계자는 "한 번 정도는 점유율이 그렇게 나올 수 있다. 뽀로로 말고도 프랑스에서 점유율 50%를 넘은 국산 애니메이션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점유율이 계속 그 정도로 유지된 것도 아닐 뿐더러 TV 시청이 많지 않은 아침 시간에 점유율이 그 정도 나오는 건 크게 의미있다고 볼 순 없다"고 덧붙였다.

프랑스를 제외한 해외 진출 성과를 놓고도 의문이 제기된다. 뽀로로는 120개국 이상 나라에 수출되고 있다고 강조하지만 나라 수는 중요치 않다는 것이다. 현재 해외에 애니메이션을 수출 중인 한 업체 대표는 "겉보기엔 나라 갯수가 많아도 아프리카 30개국, 중동 20개국 식으로 계산을 하기 때문에 실제론 의미가 크지 않다"며 "중요한 건 해외 매출액인데 정작 그 수치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몸값이 무려 1조원?" 뽀로로의 '불편한' 진실

◆근거없는 뽀로로 열풍=뽀로로와 관련한 매출액은 널을 뛴다. 작게는 2000여억원에서 많게는 5000억원 이상이다. 그러나 업계 및 전문가들은 이같은 수치를 놓고 고개를 젓는다. "연관 수치는 업체가 산정하기 나름이다. 실제 데이터를 놓고 보면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뽀로로 하면 일단 수치가 수천억원부터 시작한다. 기준이 뭐고 근거가 어디에 있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그냥 그렇다는 식이다"고 지적했다.

뽀로로는 오콘이 제작을, 아이코닉스 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을 맡고 있다. 오콘은 지난해 매출 52억원, 영업이익 2억원을 기록했다. 기말 기준 보유현금은 약 6000만원이다. 아이코닉스는 매출 266억원, 영업이익 43억원을 올렸다. 두 회사를 합해도 매출액이 300여억원에 불과하다. '1조원 제안' '5000억 매출' 등과는 거리가 먼 셈이다. 더군다나 오콘과 아이코닉스는 뽀로로뿐 아니라 다른 캐릭터도 취급한다.

업계는 뽀로로의 매출액이라고 볼 수 있는 저작권료를 최대 150억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현재 뽀로로는 라이선싱 사업에 거의 다 진출해서 더 확장할 아이템이 없다. 120억~150억원 정도를 벌어들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서울산업통상진흥원이 계산한 뽀로로의 브랜드 가치와 비슷하다. 서울산업통상진흥원은 뽀로로가 매년 생성할 수 있는 가치를 약 130억원으로 보고, 브랜드가 30년간 존속된다는 전제 아래 전체 가치를 3893억원으로 추정한 바 있다.

뽀로로

뽀로로


◆거품 경계해야=업계는 뽀로로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근거 있는 가치 판단이 뒷받침돼야 건전한 발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뽀로로는 분명 성장성이 있다. 현재 추세는 아주 좋다. 다만 근거 없는 거품이 생겨나는 게 문제"라며 "나중에 거품이 꺼지면 뽀로로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업계는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도 걱정한다. 뽀로로 거품이 사라질 때 생겨날 피해가 다른 캐릭터에게도 옮겨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체 대표는 "거품이 이어질 시 중장기로 볼 때 업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제대로 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밝혔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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