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의 발단도 중국발 IP라는데 중국 내 해커들의 움직임을 취재해보는 것이 어떠냐' '농담하시는 거죠.ㅎㅎㅎ' 말도 안 되는 취재 지시라는 반응이 김 기자로부터 돌아왔다.
중국 정부 당국이 해커들을 직간접적인 국가 통제 아래 두면서 애국적 해킹 활동을 조정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마당에 사실상 중국 내 해커들의 동태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취재할 시간이 이틀에 불과한 데다 해커들이 자신의 행적을 남기지 않을 것이라는 뻔한 대답이 예상되는데도 취재를 지시한 것은 일종의 답답함 때문이었다.
국내 대형 해킹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중국이 진원지로 지목되고 있지만 속 시원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최근 발생한 농협 해킹의 경우 북한 소행으로 추정된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이 역시 추정일 뿐 확인된 것은 아니다.
해킹은 여느 범죄와 달리 당장 피해가 나타나지는 않지만 국가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 해킹이 사이버 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상존한다.
그럼에도 우리 당국은 중국발이라는 문턱에서 수사를 덮어버리기 일쑤다. 진짜 중국발인지, 북한 소행인지도 명확치 않다.
한국과 중국 경찰은 지난 6월부터 보이스피싱과 사이버 범죄 등 중국발 범죄 수사에 대해 미력하나마 공조를 하고 있다.
중국에서 북한 해커들을 동원, 국내 인기 온라인게임 사이트 서버 등의 게임 아이템을 자동으로 수집해 판매하다 지난 4일 적발된 사건의 경우,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가 중국 공안과의 공조를 통해 이뤄낸 것이다.
언뜻 보면 양국 경찰 간 공조가 돈독한 것처럼 보이지만 범죄 내용이 해킹이라면 달라진다. 특히 항간의 의혹처럼 중국 정부가 해커들을 직간접적으로 육성, 애국적 활동을 조정하고 있다면 더 그렇다. 게임 아이템을 모아 판매하는 행위는 좀도둑질에 불과하다. 해킹은 국가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테러리스트의 소행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미 국방부가 일부 사이버공격에 대해 물리적인 무력으로 응징하는 것을 허용했다. 사이버공격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을지를 암시하는 대목이다.
잇단 해킹에 국민들은 발가벗겨진 더러운 기분이다. 해킹 때마다 정부는 2, 3차 피해 방지는 국민들에게 맡기고 있다. 그나마 비밀번호 변경 권유 등에 그치고 있다. 호응이 적자 국민들의 보안의식이 아직 멀었다고 한다.
국민들도 답답하다. 내 개인정보를 갈취한 해커가 최소한 잡범인지, 테러리스트인지는 알아야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 아닌가. 정부가 이 정도는 파악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노종섭 산업2부장 njsub@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