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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심수창 "LG 떠나며 많이 울었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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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심수창 "LG 떠나며 많이 울었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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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8년을 함께한 LG 유니폼을 정리했다. 대신 건네받은 넥센 제복. 심수창은 눈물이 핑 돌았다. 친정팀을 향한 짙은 그리움. 하지만 되돌릴 수 없는 이별이다. 자신의 의지와 별개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마음을 다잡았다. 회상보다 전진을 더 많이 떠올린다. 새 선수로 거듭나겠다고 몇 번을 다짐한다.

트레이드 마감일이던 7월 31일. 심수창은 팀 동료 박병호와 함께 LG를 떠나게 됐다. 친정팀은 이들을 넥센에 내주는 대신 송신영과 김성현을 받아들였다. 갑작스런 이적에 심수창은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동안 LG에 감사했다. 응원해 준 팬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어렵게 꺼낸 트레이드 소감. 말문을 열면서도 그는 LG에서의 추억을 곱씹어 생각했다. 그래서일까. 심수창은 아직 자주색 유니폼이 익숙하지 않다. 당연한 반응이다. LG는 2003년 한양대 졸업 뒤 8년 동안 내 집처럼 드나들던 구단이다. 둥지를 옮긴 건 이제 겨우 일주일. 더구나 이적은 마감시간을 3시간여 앞둔 9시경에 발표됐다. 충격은 여느 이적선수 이상일 수밖에 없었다.

미련은 묵혀두면 병이 되기 마련. 심수창은 이를 잘 알고 있다. 사실 그는 누구보다 전환점 마련이 시급했다. 2009년 6월 26일 문학 SK전을 시작으로 승운이 따르지 않고 있다. 어느덧 김종석(전 롯데, 현 부산중학교 감독)이 보유했던 프로야구 역대 최다연패 기록(16연패, 1987년 4월~1991년 8월)은 훌쩍 넘어섰다. 불운은 지난 3일 넥센에서의 첫 등판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대구 삼성전에 선발로 등판해 6회까지 3실점으로 호투했지만 팀이 2-3으로 져 패전을 떠안았다. 연패는 18경기로 늘어났다.
하지만 경기 뒤 심수창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오히려 웃으며 “연패를 의식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마음을 많이 비웠다. (승리가 없다고) 초조해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취재진의 계속된 질문에 “연패와 트레이드로 주목을 많이 받는 것 같다”며 “이제는 승리를 할 차례”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밝아진 얼굴은 스스로 시동을 건 변화에서 비롯된다. 그는 트레이드 뒤 마음속에 긍정의 씨앗을 심었다. 뿌리내린 희망은 심수창을 조금씩 넥센의 주축으로 이끌고 있다. 더 이상 그는 LG로부터 버림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좋은 기회를 얻었다고 여긴다. 연패에 종지부를 찍을 날은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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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심수창과 일문일답

스포츠투데이(이하 스투) 넥센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지 일주일이 지났다.

심수창(이하 심)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솔직히 아직은 조금 어색하다. 시간이 더 흘러야 익숙해질 것 같다.

스투 적응에 도움을 주는 팀 동료가 있다면.

(손)승락이와 (김)성태, (김)민우 형 등이다. 민우 형은 한양대 2년 선배다. 함께 야구를 하며 친하게 지냈다. 승락이는 2002년 이탈리아 메시나 세계대학야구선수권대회 때 호텔에서 함께 방을 썼다. 그래서 사적인 부분까지 잘 안다(웃음). 성태는 어렸을 때부터 알고지낸 친구다.

스투 트레이드가 마감시간을 3시간 남겨놓고 갑작스럽게 발표됐는데.

7월 31일 일요일. 더 정확히 설명하면 오후 9시께였다. 원래 그날 삼성과의 홈경기에 선발로 나설 예정이었다. 그런데 갑작스런 비로 경기가 취소돼 야구장이 아닌 곳에서 이적을 통보받았다.

스투 그곳이 어디였나.

당구장이다. (박)용택이 형, (이)대형이와 함께 사구를 치며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재미있게 게임을 하는데 밤 9시쯤 전화가 걸려왔다. LG구단의 홍보 팀장이었다. 발신자를 확인한 순간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스투 트레이드를 예견했기 때문인가.

트레이드를 마감하는 날이라서 그랬던 것 같다. 그 시간에 전화가 올 리도 없고. 안타깝게도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그동안 수고했다”라는 말과 함께 이적 소식을 전달받았다.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3분 정도 침묵했던 것 같다. 옆에 있던 용택이 형과 대형이도 그랬다. 모두 놀란 표정으로 당구대 주변에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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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3분 뒤의 상황이 궁금하다.

용택이 형이 “이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나는 멍하게 서 있었고.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던 것 같다. 사구 게임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한참 지나 용택이 형이 어깨를 두들겨줬다. “어찌 보면 잘 된 일이다”라며 위로의 말을 건네줬다. 대형이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눈물만 글썽였고. 둘 모두 무척 친한 동료들이다. 다가올 이별을 믿기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

스투 저녁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겠다.

당구장을 나와 찌개를 먹었는데 좀처럼 밥이 넘어가지 않았다. 눈물만 글썽거렸던 것 같다.

스투 부친인 심태석 심판도 소식을 전해 듣고 많이 놀랐을 것 같은데.

착잡해했다. 아들이 오래 머물던 구단을 나와야 상황에 꽤 당황하신 듯 했다.

스투 LG 구단에 많이 서운할 거 같다.

LG는 프로의 시작점이었다. 오랫동안 몸담은 팀이기도 하고. 사실 LG는 입단 전 가장 좋아하는 구단이었다. 그래서 더 아쉬운 것 같다.

스투 이적에 대한 낌새를 전혀 채지 못했던 것 같다.

지난 시즌 트레이드 루머를 듣긴 했다. 그런데 막상 현실로 다가오니 실감이 나질 않더라. (잠시 말을 멈춘 뒤) 송신영 선배가 이적 발표 뒤 눈물을 쏟았다는데 충분히 이해된다. 넥센의 전신인 현대에 1999년 입단해 무려 13년을 한 팀에서 뛰었다. 구단에 많이 정들었을 텐데 슬픔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나 또한 많이 힘들고 괴로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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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LG의 라커룸은 언제 정리했나.

이적 발표 다음날 찾았다. 마침 그날 잠실구장에서 LG의 2군경기가 벌어졌다. 2군 코치, 선수들과 모두 작별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스투 라커룸의 짐을 정리하며 이적을 실감했을 것 같은데.

트레이드되기 직전, 구단으로부터 새로 제작된 회색 유니폼을 받았다. 그걸 입고 홍보용 사진도 찍었는데 정작 경기 때 입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이내 눈물이 핑 돌았다. 다시는 이곳에서 옷을 갈아입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많이 슬펐다.

스투그날 바로 넥센 선수단이 있는 대구로 향했는데.

(박)병호와 함께 KTX 열차를 타고 갔다. 창문을 통해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데 (김)광수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한화로 트레이드됐을 당시 KTX를 타고 혼자 대전으로 이동했다. 병호와 함께 가는 내 처지는 그보다 나은 것 같았다. 만일 병호가 없었다면 내려가는 길은 꽤 우울했을 거다.

스투 기차 안에서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았나.

“넥센에서 잘해보자”며 의기투합했다. 서로 ‘첫 경기를 무조건 잘하자’고 다짐하기도 했다. LG에서 마음가짐을 바로잡은 적은 많았지만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스투 넥센 유니폼을 입고 처음 등판한 지난 3일 삼성전에서 퀄리티 스타트(6이닝 7피안타 3실점)를 하고도 패전투수가 됐다.

경기내용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패배에 연연하지 않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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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최근 피칭을 들여다보면 장타를 많이 의식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일부러 피하려고 한 적은 없다. 다만 연패가 길어지다 보니 마운드에서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것 같다. 연패만 아니라면 장타를 피하려는 모습을 충분히 끊을 수 있을 것이다.

스투 올 시즌을 앞두고 가장 주력한 부분이 무엇이었나.

직구 구속 증가다. 이전부터 스피드 증강을 많이 생각했다. 사실 스플리터, 커브, 슬라이더 등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지만 위력적인 볼이 없다. ‘투수왕국’인 넥센에서 김시진 감독, 정민태 코치의 가르침을 받으며 무기들을 업그레이드시킬 계획이다.

스투 넥센을 투수인생의 전환점으로 삼은건가.

그렇다. 넥센은 전신인 현대 시절부터 ‘투수왕국’으로 불렸다. 선배들의 가르침을 진지한 자세로 받아들이겠다. 다행히도 모두 노하우를 물어보면 친절하게 알려준다.

스투 최근 정민태 투수코치로부터 교육을 받은 것이 있다면.

투구 폼에 변화를 주고 있다. 투심도 한층 가다듬어줬고. 지난 3일 삼성전에서 퀄리티스타트를 펼친 건 투심이 통한 덕이었다. (잠시 말을 멈춘 뒤) 이제는 최다연패 기록에 연연하지 않을 거다. 이미 주인공이 되지 않았나. 남들이 뭐라고 하던 간에 퀄리티스타트 피칭을 이어나가도록 노력하겠다.

스투 그간 최다연패로 징크스를 깨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시도했을 것 같은데.

배영수(삼성)의 조언으로 속옷을 뒤집어 입고 양말도 거꾸로 신고 마운드에 올랐다. 투구 패턴도 자주 바꿨고. 평소 침대에 눕는 위치의 반대로 잠을 청하기도 했다. 이전에 차고 다녔던 금목걸이도 빼버렸다. 대신 어머니가 주신 끈으로 된 십자가를 목에 걸고 다닌다. 성당을 다니시는데 아들의 연패를 끊기 위해 기도를 많이 하신다. 많이 고맙고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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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넥센 직원의 말에 따르면 트레이드 뒤 구단의 팬이 꽤 증가했다고 하더라.

(손)승락이가 우스갯소리로 말한다. “홍보용으로 데려온 거야”라고. 그런데 실제로 내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야구장에서 자주 발견한다. 신기한 일이다.

스투 LG 팬들도 경기장을 찾아 많은 성원을 보내던데.

잊지 않고 사랑해주는 마음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가장 감사를 표하고 싶은 건 김시진 감독이다. 많은 관중 앞에서 투구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있다. 등판은 곧 팬들의 사랑에 보답할 수 있는 기회다. 그 찬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다.

스투 수려한 얼굴로 많은 여성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 그라운드를 살펴보면 나보다 멋진 선수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가장 잘생긴 선수는 (이)대형이다. (박)용택이 형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잘 생겼고. LG가 외모로는 8개 구단 가운데 1등인 것 같다(웃음). 그런데 넥센에 자신을 2인자라고 주장하는 선수가 있다.

스투 그게 누구인가.

(손)승락이다. 앞으로 2인자라고 불러달라고 하더라.

스투 그렇다면 손승락이 생각하는 1인자는 누구일까.

모르겠다. 왠지 나를 가르키는 것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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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스포츠투데이 사진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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