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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채팅하다 가정 파탄난 그녀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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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20일 오후 본지 편집국으로 한 통의 제보전화가 걸려왔다. 지난 19일자에 실린 '스폰서 돼주겠다… 은밀한 제안에 놀아난 여성들'이란 기사를 보고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그는 최근 남편과 이혼했다는 박정숙(가명ㆍ47ㆍ여)씨였다. 박씨가 언급한 기사는 한 남성이 인터넷 채팅을 통해 '스폰서가 돼주겠다'는 말로 여성 11명을 현혹해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구속기소됐다는 내용이었다. 박씨는 "저 또한 인터넷 채팅으로 가정파탄을 경험했다"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려 용기를 내 전화를 했다고 밝혔다. 박씨의 사연은 개인과 가정을 파국으로 몰아넣는 인터넷 채팅의 폐해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평범한 주부였던 박씨. 그는 지난해 3월부터 남편과 자주 다투기 시작했다. 남편이 별다른 이유 없이 귀가가 늦어지거나 외박하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남편의 뒤를 밟은 박씨는 남편이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여성들과 꾸준히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오기가 생겨 본인도 인터넷 채팅을 시작하게 됐다.

박씨는 인터넷을 뒤져 S사이트를 찾았다. 그는 "S사이트에 들어가니 열려있는 채팅방의 이름부터가 노골적이었다"고 회고했다. 박씨의 소개로 기자가 직접 확인해본 S사이트에서는 '텔 잡고 노실 분', '지금 할 사람 급만남'등 부적절한 성관계를 암시하는 채팅방 이름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박씨는 이 곳에서 채팅방을 개설한 뒤 채팅방 이용권을 구매한 남성들과 1:1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대화만 하며 노는 수준이었지만, 채팅을 시작하고 1~2달이 지나자 '진짜로 만나보면 어떨까'하는 호기심이 생겨 자주 대화를 하던 남성과 서울 시내 모처에서 만났다고 했다. 박씨와 남성의 만남은 지속됐고 결국 성관계로 이어졌다.
박씨가 평소와 달리 외출을 자주 하고 늦게 귀가하는 일이 잦아지자 이번에는 박씨의 남편이 뒤를 밟기 시작했고 결국 부적절한 관계가 들통났다. 서로의 허물을 모두 알게 된 이들은 결국 지난해 말 이혼소송을 마무리하고 남남이 됐다. 박씨는 "특히 성인들이 모여드는 인터넷 채팅방은 말이 대화하는 곳이지 결국 어떻게든 한 번 성관계를 갖자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면서 "집단만남을 통해 파트너를 바꿔가며 성관계를 갖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또 "호기심과 오기로 시작한 인터넷 채팅이 결국 제 가정을 파탄낸 꼴"이라면서 "인터넷 채팅의 부작용은 생각보다 크다. 심각하게 바라봐야 하는 문제"라고 토로했다.

"심각하다"는 박씨의 토로처럼, 인터넷 채팅 문제는 이미 곪을대로 곪아버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1일 한국가정법률상담소(소장 곽배희)에 따르면 지난해 이혼상담 사례 가운데 인터넷 채팅이 원인이 된 사례는 전년보다 2배 늘었고 최근 수 년 동안 꾸준히 늘고 있다. 조경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법률구조부장은 "외도나 불성실한 생활, 의처증, 의부증, 불신 등 상담 사유 가운데 상당수가 인터넷 채팅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인터넷 채팅의 폐해는 가정파괴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채팅에 중독된 아내 이모씨를 남편이 목졸라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고, 이보다 앞선 2009년 3월엔 채팅에 중독된 아내가 말리는 남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인터넷 채팅을 매개로 사기, 성매매, 마약, 불륜 등 다양한 범죄가 끊이질 않는다"며 "해당 포탈사이트 측에 적극적인 통제를 요청해보지만 지속적인 단속이 쉽지만은 않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가정에서의 대화 단절을 외부에서 해소하려는 노력과 성적인 관심의 결합을 채팅중독의 원인으로 꼽는다. 익명성에 기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고, 어디서든 손쉽게 만남의 기회를 접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채팅서비스 이용자들의 상당수가 성관계로 나아갈 수 있음을 사전에 내면에서 합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은 "컴퓨터와 떨어져 지내기 힘든 현대인들에게 있어 인터넷 관련 중독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며 "부부나 가족이 공동의 취미를 갖는다거나 대화를 늘리는 등 가정 안에서 관계를 형성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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