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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월세, 한꺼번에 두배나 올려달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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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사례 1.
용인 기흥의 30평대 아파트에 거주하는 A 씨는 올 3월 살던 월세 집을 재계약했다. 집주인은 예전 보증금을 올리지 않는 대신 월세를 이전보다 두배인 50만원을 요구했다. 부모님과 부부, 자녀 둘로 총 6식구가 생활하는 A씨 가족은 비슷한 조건과 평형대를 구할 수없었다. 두 배의 금액을 월세로 내야하지만 집주인에게 함부로 말도 못했다. "그정도 조건이면 얼마든지 들어올 사람이 있다"고 주인이 배짱을 부린 것이다. 그는 울며 겨자먹기로 재계약을 할 수밖에 없었다.

#사례 2.
"집맡기러 온 사람 백이면 백 모두 전세를 보증부 월세로 돌리는 상담을 한다" 강남에서 부동산업소를 운영중인 B 씨 말이다. 최근들어 전세를 보증금으로 돌리는 것에 대한 임대주의 문의가 부쩍 늘었다. 그는 "금리 인상이 됐다고 하나 집주인 입장으로선 별 메리트가 없는 이야기다. 예금이자받고 산다는 얘기는 이제 지나가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통계청이 15년만에 월세 상승률이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으나 입주자들이 체감하는 월세는 더 많이 올랐다. 재계약을 하며 전세를 보증부 월세로 돌리게 돼 가계 저축액이 확 줄거나 월세를 많게는 두배까지 내야하는 경우도 생겼다. 집없는 자의 설움을 여실히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강북의 경우 상계동 전용면적 83㎡(25평) 아파트의 저층이 보증금 3000만원에 월 70만원 선이다. 급매물의 경우 3000만원에 45만원으로 내리기도 하지만 2년전과 비교하면 10만원씩은 올랐다. 인근 업소에 따르면 최근 재계약을 하거나 입주자를 새로 받으며 기존에 20~30만원하던 월세를 15~20만원씩 올리고 있다고 한다.

강남권의 경우 잠실 리센츠 소형 저층의 경우 보증금 5000만원에 165만원 정도의 월세를 낸다. 신축 아파트의 경우 월세는 더 비싸다. 반포 자이 84㎡ 매물은 보증금 3억에 월 90만원으로 일반 전셋값과도 비슷하다.
노원구 상계동의 역세권 오피스텔의 경우 보증금 1000만원에 45만원씩 내던 월세를 최근 55만원으로 10만원 올렸다. 그동안 관리비에 포함됐던 몇가지 공동관리비 항목을 깎거나 빼주는 대신 월세를 올리는 조건이다. 그러나 입주자들은 만원도 안되는 돈을 깎아주는 대신 월세를 10만원이나 올리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신도시 지역도 월세 사는 이들의 부담은 만만찮다. 분당구 정자동의 한 부동산업소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한규헌 씨는 "직장 때문에 인근의 오피스텔에 살고있지만 관리비 40만원과 월세 60만원을 합치면 근 100만원이 넘는 돈이 달마다 나간다"고 말했다. 한 씨는 "보증금보다 월세가 얼마나 싼지부터 먼저 본다"며 "월차까지 내서 부동산업소를 돌아다니고 온라인 정보를 캐고 있지만 월세가 현재 살고 있는곳보다 싼 곳이 한군데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집주인들은 전세를 보증부 월세로 전환하며 상당한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인터뷰에 응한 한 강남 부동산업자는 "강남 부자 특징이 느릿느릿 여유있어 보여도 속셈은 빠르다"며 "임대업자 중에는 가진 주택의 일부를 보증부 월세로 돌린 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임대사업자 등록은 안했지만 오피스텔이나 아파트를 몇 채씩 소유하고 있는 이들이 주인공이다. 집값이 내려가 더이상 집을 사고 파는 것에 매력을 잃은 이들이 월세로 안정적인 비용을 벌어들이려고 한다는 것이다.

강남부자들은 전세 입주자를 들일때도 추후 명도(집비우기)나 안정적인 지불능력을 중심으로 찬찬히 입주자의 됨됨이를 본다. 때문에 전세와 달리 입주기간이 일정치 않은 월세로 전환하기 위해서 예전보다 더 꼼꼼히 입주자 조건을 살핀다는 것이다. 이 업자는 "아무리 월세수입이 쏠쏠하다해도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건 '강남 집부자들의 실험'인 셈"이라고 말했다.



박충훈 기자 parkjo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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