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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잘 서는 '신칸센' 막 서는 'KT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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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2011년 3월 11일 일본의 상황으로 되돌아가 보자.

이날 오후 2시 47분 3초, 오미야와 모리오카를 잇는 도호쿠 신칸센의 선로에서 약 50km 떨어진 오시카 반도의 지진계가 신칸센 운행 중지 기준치인 지진의 가속도 120gal을 계측했다. 이 정보는 기 구축된 '조기 지진 감지 시스템'에 실시간으로 전송됐고 시스템은 곧바로 신칸센에 대한 송전을 중단했으며, 주행 중이던 신칸센들은 비상 브레이크를 걸었다.
지진계가 가장 큰 진동을 감지한 센다이역과 1구역 북쪽에 위치한 후루카와역 사이를 시속 300km로 운행하고 있던 '하야테27호'와 '야마비코64호'도 즉각 자리에 멈췄다. 곧이어 열차방송을 통해 승객들은 미야기현에서 대지진 및 쓰나미 소식을 듣게 된다.

도호쿠 신칸센을 운영하는 JR동일본이 대지진 후 당시 상황을 분석해 본 결과 이들 고속열차의 비상 브레이크가 작동된 9~12초 후에 최초의 진동이 시작됐고, 1분 10초 후에는 매우 강한 진동이 발생한 것으로 판명됐다.

즉, 9초 전 열차가 정확히 멈춰선 덕분에 도후쿠 신칸센은 지진으로 인한 탈선사고와 수백명의 인명 피해를 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세계가 놀라워 한 조기 지진 감지 시스템 덕분에 후쿠시마 원전 폭발 및 방사능 유출로 비난을 받고 있는 일본이 아주 약간이나마 체면을 살릴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운행중 잘 멈추기로는 한국의 KTX-산천도 신칸센 못지않은 듯하다. 지난 14일 서울에서 출발해 마산으로 가던 KTX산천 열차가 경북 칠곡 부근에서 제동장치 이상으로 52분 동안 멈춘 것까지 포함해 이달에만 6번, 올해 전체로는 29번째 가다가 '섰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무시하고 운행을 계속하는 것보다는 그나마 잘 섰으니 인명피해는 없었다는 점에서 KTX의 시스템도 매우 뛰어나 보인다. 하지만 KTX 운영사인 코레일을 칭찬하는 국민은 거의 없다.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공장이나 정비소와 같이 기계를 다루는 사업장에는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라는 표어를 흔히 볼 수 있었다. 사람이 만들었고, 사람이 다루는 기계니 늘 사람의 손으로 "자식보다 더 귀하게" 아끼라는 뜻이다.

기계는 다양한 부품 수천~수십만개가 결합된 것이고, 최근에는 IT기술까지 결합돼 갈수록 고도화하고 있다. 하지만 최첨단 기계도 사람의 손길에 따라 그 능력을 200~300%까지 끌어올릴 수도 있는 반면 10%도 채 발굴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제 때 잘 멈춘 신칸센과 아무 때나 마구 멈추는 KTX의 차이는 결국, 열차를 바라보는 사람의 시각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씁쓸함이 남는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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