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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우트]나성범, 4년의 땀으로 비상 꿈꾸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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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우트]나성범, 4년의 땀으로 비상 꿈꾸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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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2012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는 특별하다. 신생구단 엔씨소프트의 합류로 9개 구단이 지명에 나선다. 지난해 78명보다 더 많은 호명이 예상된다. 8월 25일 신세계행 티켓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스카우트들이 주시하는 그들을 미리 만나본다.

② 나성범, 메이저리그를 홀린 특급 왼손투수

생년월일 : 1989년 10월 3일
체격조건 : 184cm 90kg / 좌투좌타
학력 : 광주 대성초교, 진흥중, 진흥고, 연세대 체육교육학과
누구나 아픈 추억 하나쯤은 있기 마련. 나성범(연세대)에게는 2009년 9월 11일 잠실구장이다. 고려대와의 정기전에서 패전투수가 됐다. 패배는 여느 때보다 뼈아팠다. 5회까지 경기는 3-3 동점. 팽팽하던 균형은 6회 깨졌다. 나성범의 형 나성용(한화)이 ‘난공불락’ 신정락(LG)을 상대로 좌월홈런을 쳤다. 나성범은 홈을 밟은 형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경기 전 형이 ‘홈런을 치겠다’고 했다. 안타나 쳐달라며 웃어넘겼는데 대학 시절 한 차례도 홈런을 허용하지 않은 신정락으로부터 홈런을 때려 깜짝 놀랐다. 약속을 지켜줘서 너무 고마웠다.”

연세대는 8회까지 4-3 점수 차를 유지, 승리를 챙기는 듯했다. 그러나 9회 고려대의 반격은 매서웠다. 이미 140개 이상을 던진 나성범을 끈질기게 괴롭혔다. 홍재호(KIA), 김남석(LG)의 연속 3루타에 김상호의 우전안타가 더 해지며 2득점, 경기를 5-4로 뒤집었다. 나성범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여전히 145km 이상의 구속을 던졌지만 160개를 넘긴 투구 수가 문제였다.
“팀 동료들, 특히 형에게 미안했다. 어떻게든 실점을 만회하고 싶었다. 이기고 싶었고 이겨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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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는 기회가 주어졌다. 9회말 1사에서 두 번째 타자로 나섰다. 나성범은 방망이를 여느 때보다 힘껏 휘둘렀다. 하지만 너무 힘이 들어간 탓일까. 타구는 2루수 앞으로 떼굴떼굴 굴렀다. 나성범은 방향에 개의치 않았다. 젖 먹던 힘을 다해 1루로 내달렸다. 타이밍 상 아웃. 하지만 헤드퍼 슬라이딩이라면 세이프도 가능할 것 같았다. 그는 이내 1루 베이스를 향해 온몸을 내던졌다. 결과는 처참했다. 주심의 팔은 한쪽만 움직였다. 아웃. 더 큰 문제는 그 뒤였다. 그라운드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어깨에 통증이 밀려들었다. 부상이었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김동주가 헤드퍼 슬라이딩을 하다 입은 부상 부위와 같은 곳을 다쳤다. 그 뒤로 방망이를 잡을 수 없게 됐다.”

패전투수와 부상. 하지만 더 마음을 아프게 한 건 어머니였다. 우연히 경기장을 빠져나오며 눈물을 훔치는 장면을 목격했다. 처음 발견한 어머니의 눈물. 나성범은 이내 가슴 속으로 맹세했다. 여기서 절대 멈추지 않겠다고. 더 큰 투수가 되어 프로에서 당당히 성공하겠노라고.

이하 나성범과 인터뷰

스포츠투데이(이하 스투) 고려대와의 경기 뒤 형인 나성용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나성범(이하 나) 다음날 뒤풀이를 위해 호프를 찾았는데 아무렇지 않아 했다. 형다운 모습이었다. 그래서 더 미안했다. ‘형은 나를 승리투수로 만들려고 홈런까지 쳐줬는데 난 뭘 해줬을까’라는 생각에 건물 계단에서 울고 말았다. 원래 눈물이 없는 편인데 그땐 참을 수가 없었다.

스투 광주 대성초등학교 때부터 연세대까지 형과 쭉 야구를 함께 했다. 그 시작도 함께였나.

아니다. 형이 먼저 했다. 사실 나는 야구를 할 줄 꿈에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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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3학년 때 운동회 계주 경기에서 잘 달려 발탁됐다. 당시 이용기 야구부 감독이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모아놓고 종이를 나눠줬는데 야구부 입단 제의였다. 긴 고민 끝에 유니폼을 입게 됐다.

스투 원래 꿈이 따로 있었나.

과학자였다. 레고나 로봇 조립 등을 곧잘 해냈다. 어머니가 ‘재주가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야구부 제의를 거절했다. 하지만 이용기 감독의 구애는 꽤 끈질겼다. 교실을 몇 번이나 찾아와 설득했다. 재능이 있다며 함께 하고 싶다고 했다. 완강히 거절하기 바빴지만 끝내 넘어가고 말았다.

스투 수락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이용기 감독이 손에 1만원 지폐 한 장을 쥐어줬다. 어린 마음에 돈을 보니 마음이 흔들렸다. 부모님은 사실을 모른다. 조금씩 몰래 꺼내 맛있는 간식을 사먹는데 사용했다.

스투 형인 나성용이 야구부에 먼저 들어가 혜택을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

동기들이 기합을 받거나 매를 맞을 때 거의 열외로 제외됐다. 혜택이라고 여긴 적은 없다. 오히려 불편해 매를 맞겠다고 수차례 자청했다. (잠시 생각하다)진흥중학교 입학 과정에서 혜택을 본 건 있다. 초등학교 때만 해도 실력은 형편없었다. 형은 달랐다. 일찍부터 팀의 4번 타자와 포수를 맡았다. 형 덕분에 겨우 진흥중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다.

스투 형과 배터리로 쭉 호흡을 맞췄는데.

다른 포수들보다 편했다. 연세대 입학 뒤 1년 동안 형의 요구대로만 던졌을 정도다. 하지만 언제까지 기댈 수는 없었다. 2학년에 오르며 따로 볼 배합 등을 공부했다. 사인대로 공을 던지지 않으니 자연스레 다툼이 생겼다. 성적도 나빠졌고. 그 부분이 아직도 형에게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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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연세대 입학 때만 해도 타격 재능이 더 뛰어났다. 투수로서 가능성을 조명 받게 된 계기는.

1학년 때 경남 마산에서 동계훈련을 소화했는데 볼 스피드가 갑자기 뛰어올랐다. 139km까지 찍었다. 형이 팀 내 가장 빠른 구속이라며 자신감을 심어줬다. 에이스로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그 말에 탄력을 받고 열심히 훈련을 소화했다. 웨이트 트레이닝, 러닝 등 투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뭐든지 다 시도했다.

스투 성과가 있었나.

동계훈련 뒤 첫 경기에서 142km를 찍었다. 며칠 뒤 146km가 나왔고. 자신감이 붙었다. 더 열심히 훈련을 하니 150km 이상을 던질 수 있었다.

스투 2학년 때 구속은 잠시 뚝 떨어졌다.

아킬레스건염 탓이다. 러닝을 소화하지 못해 순발력이 둔해졌다. 웨이트 트레이닝만 한 탓에 더 그랬다. 힘은 세졌는데 몸무게는 늘어 이전처럼 피칭을 할 수 없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 앞에서 무리하게 던진 탓도 있다. 이광은 감독이 자리를 몇 번 마련했는데 아킬레스건염 탓에 제대로 투구를 할 수 없었다.

스투 아킬레스건염을 겪게 된 이유는.

무리한 러닝 소화 탓이다. 점프 훈련을 많이 한 게 독이 됐다. 겨울에 입은 부상이라 잘 낫지도 않았다. 괜찮을 거라고 방치한 것도 부상을 악화시켰다.

스투 부상 뒤로 훈련에 보다 신중을 기할 것 같다.

상체 웨이트 트레이닝을 거의 하지 않는다. 조금만 해도 근육이 생기는 체질이라 몸이 금방 둔해진다. 물론 하체 쪽은 열심히 단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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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2009년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 여부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기사를 보고 주위에서 많은 연락을 받았다. 부담이 컸다. 갑작스런 제의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스투 5개 이상 구단의 제의를 뿌리친 까닭은.

타지에서 혼자 생활하는 것이 싫었다. 처음부터 마음에도 없었고. 그런데 계속 스카우트들로부터 제의가 오니 나도 모르게 잘 보여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 정도는 던진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고. 투구에 힘이 들어가니 금세 투구 밸런스가 무너졌다. 아킬레스건염도 발목을 잡았고.

스투 메이저리그 진출 포기에 대한 후회는 없나.

조금은 있다. 남들이 가보지 못한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으니까. 하지만 준비가 덜 된 상태였다. 지나간 일이라 이제는 신경 쓰지 않는다.

스투 당시 기사에 따르면 몸값이 200만 달러에서 70~80만 달러대로 급격히 추락했던데.

사실무근이다. 누군가 이상한 소문을 퍼뜨린 거다. 나는 얼마를 받고 싶다고 말한 적도 없다. 떨어지는 액수 기사가 이해는 됐다. 그들이 가진 동영상 속 투구와 실제 내 피칭이 무척 달랐을 테니까. 당시에는 정말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스투 프로 입단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성적이 매우 중요한데.

열심히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밸런스가 흐트러질 때는 1학년 때 모습이 담긴 CD를 재생해 당시 느낌을 가지려고 애쓴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몸이 잘 따라 주지 않는다. 그래도 많이 나아진 편이다.

스투 구속 증강에 따로 노력을 기울이나.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제구를 잡는데 더 신경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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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올해 춘계리그 성적은 좋지 않았다.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에 1-2로 패하기도 했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욕심도 많이 났고. 그래서인지 밸런스가 좋지 못했다. 하지만 다음 대회부터는 자신 있다. 성적이 부진해도 절대 기 죽지 않겠다.

스투 최근 변화구에 변화를 준 점이 있다면.

슬라이더는 던진 지 꽤 됐다. 거의 손을 대지 않는다. 커브가 요즘 잘 먹힌다. 투심은 던질 수 있지만 자제하려고 한다. 포수 후배가 공은 좋은데 제구가 좋지 않다고 하더라. 틈틈이 체인지업을 익히기도 한다.

스투 변화구를 터득하는 방법이 궁금하다.

잘 던지는 선수들에게 자주 물어본다. 영업비밀이지만 끈질기게 설득하면 다들 털어놓는다(웃음). 방법을 깨달으면 캐치볼을 통해 감을 찾는다. 계속 던지다보면 어떤 타점에서 던져야 하는지 느낌이 온다. 시간이 날 때마다 공을 손가락으로 튕기는 연습도 자주 한다.

스투 훈련을 할 때 참고하는 프로선수가 있다면.

김광현이다. 내 스타일에 가장 가깝다. 커브를 다듬을 때 김광현의 고교시절 영상을 많이 참고했다. 가장 영향을 준 건 2007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이다. 마운드에서 즐기는 표정을 보며 ‘나도 저렇게 던져야겠다’라고 생각했다. 투구 폼도 많이 빌렸고(웃음).

스투 김광현이 가장 좋아하는 투수인가.

클리프 리(필라델피아)를 가장 좋아한다. 투구 폼은 다르지만 빼어난 제구력에 반했다. 훈련방법 등을 찾아 적용해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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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광주 진흥고 시절 이미 LG로부터 2차 4번(전체 32번)으로 지명을 받았지만 연세대에 진학했다.

실력이 부족해 지명을 받을 줄 몰랐다. 그래서 미리 형이 있는 연세대 측과 진학을 마무리 지었다. 지명을 받은 날은 잊을 수 없다. 봉황대기대회 때 숙소에서 설마 하는 마음에 TV를 켰는데 내 이름이 나왔다. 처음에는 방송사에서 사고가 난 줄 알았다. 내가 호명될 줄은 상상도 못했으니까. 그런데 인터넷에서도 내 이름이 발견됐다. 신기하고 놀라웠다. 하지만 연세대와의 사전 약속을 저버릴 수 없었다. 어머니도 만류하셨고. 그래서 더 열심히 노력해 더 좋은 조건으로 입단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스투 어머니의 말을 잘 듣는 아들인가 보다.

그간 뒷바라지를 하느라 고생이 많으셨다. 광주에서 아버지와 단체복 생산 일을 하시며 나와 형을 키워내셨다. 어머니는 경기가 있는 날이면 어디든 찾아와주셨다. 일을 하시면서도 아들을 챙기는 노력에 늘 미안했다. 야구를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꾹 참을 수 있던 건 모두 어머니 덕분이다.

스투 2012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가 얼마 남지 않았다. 각오가 남다를 것 같은데.

늘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아직 보여주지 못한 게 많다. 드래프트에 관계없이 남은 대학무대에서 후회 없는 경기를 보이겠다. 프로에서도 같은 마음을 가지고 뛴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스포츠투데이 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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