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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희의 축구세상] '꿈의 결승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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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희의 축구세상] '꿈의 결승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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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한 전력, 괄목할만한 플레이를 선보이면서도 우승은커녕 결승전에조차 오르지 못한 팀들은 역사적으로 한둘이 아니다.

월드컵에서의 가장 두드러진 사례는 거장 텔레 산타나가 이끌던 1982년의 브라질이다. 세레조, 팔카웅, 소크라테스, 지쿠로 이어지는 황금 미드필드에다 에데르의 측면 공격을 장착했던 이 전설적인 브라질은 로시가 '생애 최고의 경기'를 펼친 이탈리아에 발목을 잡혀 4강에도 오르지 못하는 어이없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바로 같은 월드컵에서 플라티니의 프랑스는 더욱 잔혹한 운명을 경험했는데, 4강전 주심이 상대팀 서독의 수문장 슈마허의 '말도 안 되는 폭력'을 잡아주지 않은 것이 프랑스에겐 천추의 한이었다. 그로부터 4년 뒤, 불꽃같은 토털풋볼로써 선풍을 일으켰던 라우드럽의 덴마크를 16강에서 주저앉힌 것은 올센으로부터 터져 나온 '어처구니없는 실책'이었다.

이렇게 축구는 본질적으로 곳곳에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는 스포츠이고, 따라서 메이저 축구 대회의 결승전이 당대 가장 자격 있는 두 팀의 '드림 매치'로 성사되기란 결코 쉽지가 않다. 월드컵보다 더 많은 횟수를 치러온 유럽 챔피언스리그의 결승전들에서도 그러한 부류의 매치업은 손에 꼽힐 정도다.

챔피언스리그의 '꿈의 결승전' 1호는 어쩌면 1962년 펼쳐진 벤피카와 레알 마드리드의 대결일 것이다. 챔피언스리그의 출발과 더불어 전무후무한 5연패를 달성했던 레알은 마침내 1960/61시즌에 이르러 16강전에서 바르셀로나에 발목을 잡혔고, 그 시즌 우승을 거머쥔 클럽은 바르셀로나를 꺾은 포르투갈의 벤피카였다.
이렇게 '레알 시대' 이후 정상을 차지한 첫 번째 팀이 된 벤피카였지만 진정한 자신들의 시대를 증명하기 위해 그들에겐 한 가지 과제가 남아 있었다. 바로 전설적인 레알을 직접 만나 무너뜨리는 것.

마침내 이듬해 결승전에서 레알과 맞닥뜨린 벤피카는 0-2, 2-3으로 끌려가던 흐름을 뒤집어 5-3의 극적인 역전승을 일궈내며 2연패에 성공한다. 이 경기에서 레알의 푸스카스는 여전한 솜씨로써 해트트릭을 기록했지만 궁극의 영웅이 됐던 인물들은 벤피카의 에우제비우와 콜루나, 그리고 디 스테파노를 수비했던 카벰이었다.

스타일과 스타일, 전술과 전술이 격돌했던 보다 현대적인 '꿈의 결승전'은 1994년 바르셀로나와 AC밀란의 한 판 승부다. 크라이프의 토털풋볼 정신이 새겨진 '드림팀' 바르셀로나는 스토이치코프, 호마리우, 쿠만, 과르디올라 등으로 구성된 호화 군단.

한편, 사키의 전설적인 팀을 보다 현실적인 스타일로 변모시킨 카펠로의 밀란에는 사비체비치, 보반, 도나도니, 말디니 등이 포진하고 있었다. 바르셀로나의 공격력 쪽에 좀 더 많은 점수가 주어졌던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이 꿈의 대결에서 카펠로의 밀란은 탁월한 효율성과 밸런스를 기반으로 4-0의 기념비적 대승을 거두게 된다.

가장 최근의 챔피언스리그 '꿈의 결승전'은 바로 2009년 바르셀로나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대결이었다. 그 시즌 바르셀로나와 맨유는 각각의 리그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챔피언들이었고 지구촌에서 가장 훌륭한 두 클럽이었다.

바르셀로나에 메시, 앙리, 에토, 이니에스타, 샤비가 존재하는 반면, 맨유는 호날두, 루니, 테베스, 베르바토프, 긱스를 보유했다. 그 어떠한 축구 경기에서도 이보다 더 나은 재능의 집합체를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결과는 바르셀로나 특유의 패스와 움직임을 견뎌내지 못한 맨유의 속절없는 패배로 마무리되긴 했지만 말이다.

올 시즌 펼쳐지는 바르셀로나와 맨유의 대결은 이러한 '꿈의 결승전' 목록에 포함될 수 있을까? 호날두, 테베스의 이탈로 맨유의 멤버 구성이 2년 전에 비해 덜 화려한 인상을 주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더라도, 역사적인 관점에서 올 시즌의 결승전 또한 그 목록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 까닭은 이 경기의 결과가 향후 우리 시대의 축구사를 정리할 적에 작지 않은 역할을 담당할 것처럼 보이기 때문.

만약 바르셀로나가 승리한다면 바르셀로나는 '21세기형 토털풋볼'이라 절찬 받아온 그들의 축구 스타일과 더불어 2006년, 2009년, 2011년의 우승으로써 2000년대 중반 이후의 시기를 완벽한 '바르셀로나의 시대'로 기록되게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맨유가 승리한다면 최근 4년 간 세 차례나 결승에 진출했던 훌륭한 기록과 더불어 2008년과 2011년 우승을 거머쥐게 됨으로써 이 시기를 '바르셀로나와 맨유가 패권을 다퉜던 시기'로 만들 수 있을 법하다.

한 준 희 (KBS 축구해설위원 / 아주대 겸임교수)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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