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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동차 제국 꿈꾸는 인도의 '타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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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타그룹의 라탄 타타 회장은 '인도의 헨리 포드'로 영원히 기억되고 싶어할 것이다(사진=블룸버그뉴스).

타타그룹의 라탄 타타 회장은 '인도의 헨리 포드'로 영원히 기억되고 싶어할 것이다(사진=블룸버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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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신(神)들의 나라 인도에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 2륜차와 3륜차 사이로 소들이 신호등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도로를 이따금 점령한다.

그만큼 인도의 자동차 시장 규모는 보잘것없다. 중국의 17% 수준이다. 그러나 성장 속도만큼은 중국 못지않게 빠르다. 이를 견인 중인 인물이 바로 타타그룹의 라탄 타타(73) 회장이다.
80개 국가에서 인력 39만5000명을 거느린 타타그룹 산하에 98개 기업이 움직인다. 철강·화학·정보기술(IT)·호텔·차(茶)·자동차 등 진출하지 않은 부문이 없을 정도다.

타타그룹은 지난달 31일 만료된 2010 회계연도에 매출 674억 달러(약 73조5000억 원)를 기록했다. 이는 1991 회계연도 대비 12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 격주간지 포춘 최근호(5월 2일자)는 타타 회장이 방대한 그룹의 인프라로 그룹 산하 타타자동차를 인도 업체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세우겠다는 야심에 불타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작은 차, 원대한 야심=이를 위해 그는 지난 2년 동안 정신 없이 달려왔다. 무엇보다 타타 회장은 세계 최저가 국민차인 ‘나노’를 선보였다.

최저 2900달러인 나노는 점증하는 인도의 중산층에게 자전거나 스쿠터 대신 안전한 운송수단을 제공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나노의 출발은 순탄치 못했으나 지금은 인기몰이 중이다.

타타 회장은 궁극적으로 나노를 미국과 유럽에서도 선보일 생각이다.

2008년 5월 타타자동차는 23억 달러에 포드자동차로부터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인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사들였다. 이후 맞닥뜨린 글로벌 불경기로 고전했지만 곧 이은 미국과 중국의 수요 증가에 힘입어 현재 재규어·랜드로버가 타타자동차의 영업이익 가운데 최고 75%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타타 회장은 이를 계기로 “타타자동차가 국제 무대로 진출하게 됐다”고 자평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BMW와 제너럴 모터스(GM)에서 잔뼈가 굵은 칼 피터 포스터(56) 등 타타자동차를 글로벌 기업으로 이끌 인재도 확보했다.

타타자동차는 나노에서부터 3만5000달러짜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리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차종을 개발하고 있다. 랜드로버 축소판인 레인지 로버 에보크는 이미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 재규어 소형 모델도 선보일 계획이다.

인도 시장은 든든한 성장의 발판이다. 시장조사업체 JD 파워 앤 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에서 판매된 승용차는 218만 대다. 전년 대비 30% 증가한 셈이다.

현재 인도인 1000명당 신차 판매고는 연간 2대다. 미국의 경우 58대에 이른다. 하지만 인도라는 방대한 미개척 시장에 12억 인구가 살고 있다.

외국 자동차 메이커들이 여기에 눈독 들여 발 빠르게 인도로 진출한 결과 인도에서 잘 나가는 자동차 브랜드 10개 가운데 7개가 외국계다.

전문가들은 열악한 도로 사정과 교통체계만 아니었다면 성장속도가 더 빨랐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타타자동차가 인도의 중산층에게 자전거나 스쿠터 대신 안전한 운송수단을 제공하기 위해 만든 것이 바로 '나노'다(사진=블룸버그뉴스).

타타자동차가 인도의 중산층에게 자전거나 스쿠터 대신 안전한 운송수단을 제공하기 위해 만든 것이 바로 '나노'다(사진=블룸버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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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강점은 저임금, 인프라가 걸림돌=트럭·버스 같은 상용차에 주력해온 타타자동차가 승용차를 제조하기 시작한 것은 13년 전. 그만큼 규모에서, 기술에서 뒤처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대 강점이 있다. 엄청난 저임금 노동력이 바로 그것이다.

타타자동차의 복합 제조단지는 마하라슈트라주(州) 뭄바이에서 동남쪽으로 120km 정도 떨어진 푸네에 자리잡고 있다. 여기서 자동차 제조업에 종사하는 상근 인력만 2835명, 임시직은 3789명이다.

타타자동차는 3년 교육 프로그램 아래 17세 청소년들을 먹이고 재우며 훈련시킨다. 이곳 근로자들의 임금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공개된 바 없다. 하지만 글로벌 경영전략 컨설팅 업체 부즈 앤 컴퍼니의 파트너 비카스 세갈은 “시급이 5달러도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동종 업계의 미국 근로자들은 80달러를 받는다.

나노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저임금 덕이다.

타타자동차의 디자인은 점차 세련돼 가고 있다. 그러나 다른 기업들을 따라가려면 앞으로 5~10년이 더 걸리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렇다면 대다수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지 않을까. 그러나 인도인들은 아직까지 디자인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냥 고장 없이 오래 탈 수 있으면 그만이다.

더욱이 수입 관세율이 30~110%에 이르러 외제 완성차가 인도 시장으로 진입하기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게다가 인도 소비자들의 취향은 매우 독특하다. 인도의 거리를 굴러다니는 승용차 가운데 70%가 해치백형(뒷부분에 위로 열리게 돼 있는 문을 가진 차)이다. 쿠페와 컨버터블은 드물다. 그리고 대부분이 미니·서브컴팩트 자동차다.

포춘은 타타자동차가 맞닥뜨린 최대 걸림돌이 인도 자체일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인도에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전력과 물 공급이 부족했다. 교통과 대기의 질도 문제다. 관료주의와 느슨한 연방정부 체제로 변혁에 대한 추진력이 힘을 잃기 십상이다.

이런 난관을 극복하고 나노가 인도의 ‘국민차’로 자리잡는 데 성공한다면 타타 회장은 ‘인도의 헨리 포드’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이진수 기자 com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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