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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포럼]제주語엔 옛 우리말 숨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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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는 최근 제주어를 인도의 코로(koro)어 등과 함께 소멸위기 언어로 지정했다. '소멸위기 언어 레드북' 홈페이지에 소멸 위기 5단계 중 4단계인 '아주 심각한 위기에 처한 언어(critically endangered language)'로 등재한 것이다. 이는 제주어의 중요성과 의의에 대해 다시한번 살펴보는 계기가 됐다.

유네스코 분류에 따르면 1단계는 '취약한 언어'이며, 2단계는'분명한 위기에 처한 언어', 3단계는 '심하게 위기에 처한 언어'를 뜻한다. 마지막 단계인 5단계가 이미 '소멸한 언어'를 지칭한다는 것을 떠올리면 4단계 '진단'을 받은 제주도 방언은 부지불식간에 소멸 직전의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었던 셈이다.
이는 일상에서 제주도 지역어가 실질적인 언어 사용 인구 면에서 현저하게 그 빈도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주도민들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일상어휘로서 제주도 지역어가 많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육지의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에게 제주어는 낯설고 재미있는 언어, 혹은 방언일 뿐 아니라 오히려 표준어와 멀게 느껴져 마치 심한 사투리거나 소수 인구의 언어 정도로 치부돼온 경향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제주어는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아래아와 중세 어휘를 상당히 많이 담고 있다. 한국어의 원형을 보여주는 언어로서의 특수성을 간직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언어적 측면은 물론이고, 문화적 가치 측면에서도 지역의 문화적 특수성을 담고 있는 제주어를 지키기 위해 2007년에는 '제주어 보전 및 육성조례'가 제정된 바 있다. 2009년에는 '제주어 사전'의 개정 증보판이 출간됐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우리의 지역어 지키기가 제도적 장치와 공적 노력의 대상이 돼야 하는 현실적 한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제주어가 소멸위기 언어로 등재됐다는 사실은 비단 제주지역 언어의 사회문화적 가치와 관련된 것만은 아니다. 그동안 한국어 방언 전체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노력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8도(道)라는 행정적 편제를 유지해왔다. 중요한 것은 지역의 특징과 특수성 그 자체가 소중한 가치로서 존중돼야 하며 나름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과 특산물을 떠올린다면 지역문화와 언어의 중요성이 보다 쉽게 다가올 것이다.

21세기 '문화의 힘'과 부가 가치를 논의할 때 문화적 상대주의나 문화적 다양성을 얘기하곤 한다. 언어는 사회문화적 가치와 일상의 삶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그릇이 소멸된다는 것은 그릇에 담길 내용물이 부재하거나 그러한 과정에 있다는 뜻일 터이다. 지역어는 사회문화적으로 지역이 지닌 다양한 가치와 일상의 흔적을 담을 수 있는 훌륭한 그릇으로서 민족문화의 다양성과 깊은 관계에서 파악될 수 있으며, 국가의 문화적 자산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한글의 우수성을 활용해 문자가 없는 소수민족에게 글을 만들어주는 사업은 매우 훌륭한 세계적 공헌이다. 그들의 이야기, 삶의 기록, 나와 이웃, 조상과 친지, 지인들의 삶의 이야기들을 지혜와 일상의 이야기와 함께 기록해 전달하는 매개로서의 문자의 우수성과 절실한 필요성 때문일 것이다.

영화 '친구'를 매력 있는 작품으로 만든 것은 부산지역의 언어가 주인공들의 일상에 배어 있다는 공감대 때문이다. 또 '황산벌'과 최근 개봉된 '평양성'의 재미도 방언이 지니고 있는 문화적 가치와 다양성에 대한 인식의 공감에서 비롯된다.



우성주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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