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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인천 아시안게임경기장, 랜드마크 돼야

최종수정 2011.01.28 14:07기사입력 2011.01.28 11:15

상암 월드컵경기장
[아시아경제 소민호 기자]우리나라에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건축물이 과연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이 나오면 건축가들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과거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창의적 건축물이 부족하다고 보는 것이다. 용도지역에 따라 적용되는 엄격한 건축규제와 함께 최대한 용적률을 찾아먹으려는 건축주들의 인식까지 가세하다보니 현실적으로 창의적 건축물 탄생이 쉽지 않다는 얘기들이 많다.

랜드마크는 100층 이상의 초고층 건축물이라는 등식마저 생겨버렸으니 건축가들에게 국내 건축환경은 아쉽고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건설경기 장기 침체로 일감마저 줄어들자 한 건축가는 "갈수록 회사 살림 걱정만 늘어나 창의성에 목맬 여력도 떨어졌다"고 하소연했다.

더욱 걱정스런 것은 정부의 제도운용이 때에 따라 쉽게 변한다는 데 있다. 세종시에 처음 적용된 '특별건축구역'이란 제도가 건축가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줬다면 턴키발주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것은 실망스럽다. 특별건축구역에서는 건축물의 높이와 건폐율 등의 제한을 예외적으로 완화해 건축가가 창의적으로 설계안을 만들 수 있다.

올해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새 턴키제도는 건축물과 토목시설물 등에 대해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그에 미달하는 경우엔 턴키발주를 하지 못하게 했다. 턴키발주가 지나치게 늘어나 국가예산을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정부의 시각이 담겨 있다. 사실 이렇게 기준을 변경하기 전부터도 정부의 기본방향이 턴키발주 자제로 무게중심을 옮겨감에 따라 턴키발주 물량은 급속도로 감소해 왔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100억원 이상 건설공사의 턴키발주는 2006년 120건, 11조원 규모에 달했으나 2010년에는 95건, 9조원으로 축소됐다. 최저가와 적격으로 발주된 물량을 포함해 보면 턴키발주 비중이 금액기준 45%에서 35%로 10%p나 줄어들었다.

턴키제도에 대해 건축업계 내부 시각은 갈린다. 설계의 중요성이 시공에 가린다는 혹평이 나오기도 하지만 어느정도 설계 수준을 높이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주장도 있다. 그럼에도 제도 운용이 때에 따라 심하게 요동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는 여전히 턴키제도에 대해 시설물의 품질을 높이고 관련업계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입찰제도라는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좋은 취지의 제도라며 활용을 늘렸던 과거와 달리 부정비리 등의 개연성이 많다며 인위적으로 턴키방식 적용을 줄이고 있다. 제도변화에 장단을 맞추는 관련 업체들이 혼선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인천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건설공사 발주가 임박해지며 설왕설래가 많다. 인천시는 5개의 경기장 신축공사를 발주한 데 이어 조만간 주경기장 건설공사를 발주할 예정이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의 화려함에 놀란 인천시가 적어도 주경기장 만큼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한다는 의도를 갖고 있어 발주시기는 물론 발주방법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발주방법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일감을 확보할 업체가 갈릴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한 건축설계사무소 관계자는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이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턴키방식으로 입찰을 하면서 설계에 대한 평가비중을 높였기 때문"이라며 "전례를 잘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공비를 적게 제시한 건설업체에 일감을 주는 방식보다 설계안이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상암 경기장을 설계한 주인공, 류춘수 이공건축 대표도 비슷한 견해를 내놓는다. 그는 턴키방식에 대해 "(건축)문화적으로는 좋지 않다"면서도 "어느정도 건축물의 수준을 지키는 데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일부 4대강 턴키공사처럼 좋은 설계안을 제시하고도 시공비를 더 낮게 써낸 회사가 낙찰자가 돼서는 안된다는 경계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춤을 추는 입찰제도의 한계 속에서도, 인천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이 인천을 대표하는 상징적 건축물로 탄생할 수 있도록 입찰제도를 잘 선택하기를 기대해 본다.
소민호 기자 s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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