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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사람들] MB는 '불행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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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사람들] MB는 '불행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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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행정안전부가 운전면허시험을 간소화 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보면서 이명박 정부 초기 전봇대를 뽑았던 일이 생각납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29일 아침 다소 격앙된 목소리와 함께 한숨을 내쉬었다. 행정안전부가 전날 내년부터 자동차 운전면허시험에서 대폭 간소화 하겠다고 발표한 것 때문이었다. 운전면허시험 간소화는 기능시험을 폐지하고 의무교육도 25시간에서 8시간으로 대폭 줄여 면허취득 비용을 60% 이상 줄인다는 것이 골자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일 운전면허시험과 관련해 "쉽게 바꾸면 좋겠다"면서 "내가 (운전면허시험을 쉽게 바꾸라는) 이 얘기를 한 지 1년이 넘었다"고 지적한지 고작 8일만이었다. 1년동안 결정하지 못했던 일이 일주일만에 뚝딱 나왔다. 당연히 운전면허 시험 간소화에 따른 대책은 충분치 않았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갸우뚱할 정도다.

이 관계자는 "단순히 기능시험과 교육시간을 줄여서 될 일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대통령의 호통이 떨어지자 그제서야 번갯불에 콩 굽듯이 대책을 만들어내는 공무원들의 업무방식에 대한 불만이 섞여 있었다.

운전면허시험을 축소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은 크게 2가지다. 하나는 교통안전이고, 하나는 교통량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학교에서 교통교육을 의무화 해 어릴 때부터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이같은 교육이 크게 부족하다. 때문에 학교 교통안전교육을 강화해 이같은 교육을 받은 세대들이 운전면허시험을 볼 때부터 개선된 운전면허시험을 적용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지적이다. 경찰청이 교육과학기술부와 논의해 교통안전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현재 응시자들은 그런 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다.

운전면허시험 절차완화에 따른 교통량 증대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 각국에서 운전면허시험을 교통수요를 조절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좁은 국토에 많은 자동차가 다니는 우리나라에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종의 진입장벽 수단이었던 운전면허시험을 간소화 함으로써 유발할 교통량 증대 비용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도시학자는 "미국과 유럽의 교통정책이 다른데, 우리는 미국보다는 유럽을 배우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우리나라가 휘발유에 세금을 많이 물리듯이 운전면허시험이 교통수요 조절 정책의 일환이라는 점을 가볍게 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친환경 녹색정책에 적지 않은 공을 들이고 있다. 이미 서울시장 시절 버스중앙차로 제도를 도입하는 등 교통량 억제 정책을 펼쳤고,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녹색성장'을 내걸며 친환경 정책들을 대거 주문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7일 환경부 업무보고에서 "지금은 온 지구가 온난화의 문제, 기후변화의 문제가 가장 심각하고 매우 중요한 문제로 돼 있기 때문에 우리 환경부가 거기에 업무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규제완화를 통해 국민들의 편의를 증진시키는 데에도 힘을 쏟아왔다. 그러면서 친환경과 규제완화는 자주 충돌을 빚어왔다. 운전면허시험 간소화도 그런 논란을 안고 있다. 다만, 대통령이 하라고 하니까 문제의식 없이 그대로 시행하는 장관들이 문제다. '불행한 대통령'은 무조건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하는 참모와 장관들을 둔 대통령일 것이다.



조영주 기자 yj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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