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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포럼]'착시'와 美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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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눈으로 봐야 믿는다. 평생 스승으로 모시겠다고 맹세했던 예수의 부활을 직면하면서도 손에 뚫려있어야 할 못 자국을 자신의 두 눈으로 확인해야만 하는 마음은 비단 도마의 경우만은 아닐 것이다. '건강이 천 냥이라면 시각이 구백 냥'이라는 말도 우리가 얼마나 눈으로 보는 행위를 통해 사실의 실체와 상관관계에 대한 판단을 하고 있는지 확연하게 드러내는 표현이다. 하지만 정녕 눈으로 보는 것이 사물의 실체적 관계를 명확하게 증명하는 것일까.

고전적 상징이 돼버린 고대 그리스의 건축물들과 조각상들은 미의 표상으로서 수천년을 이어오고 있다. 아름다움의 대상으로서 이러한 건축물들과 조각상들에 대해 어떻게 수많은 사람들이 문화와 언어 및 역사적 배경을 달리하면서도 유사한 공감대로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일까. 이 같은 의문은 '황금비율'이라는 척도를 찾아내는 요인이 됐다.
이는 고대 그리스의 미학적 가치관을 계승하고 있는 르네상스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개념이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에서 드러나는 원근법과 황금비율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의 상식을 넘어선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다 빈치의 '인체비례도'는 우리인체에서 발견되는 황금비율에 대한 놀라운 정보가 담겨 있다. 왜 황금비율인 것일까. 1:1.618 혹은 3:5, 5:8, 8:13 등의 비율로 지적되는 이러한 황금비율은 우리가 시각적으로 느끼는 안정감과 조화를 통한 아름다움의 미적 표상의 키워드가 된다. 코와 얼굴의 비율 등과 같이 신체에 있는 많은 사례를 비롯해 신용카드나, 액자, 창문, 책, 십자가, 오각형 별 등등 황금비율을 찾을 수 있는 사례는 우리 일상생활사에 사실상 널려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황금비율은 인위적으로 계산된 것일까. 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부석사 무량수전의 배흘림기둥은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건축물을 볼 수 있는 위치를 3분의 1로 설정하고, 그 곳을 가장 볼록하고 두텁게 만들었으며, 아래쪽으로는 그보다 조금 가늘게, 위쪽으로는 좀 더 가늘게 제작한 기둥의 형상이다. 우리의 시선이 일정한 두께의 기둥을 보았을 때 느낄 수 있는 착시, 즉 기둥 모양에 대한 시각의 왜곡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기둥의 두께를 위 아래로 달리 했던 것이다. 이는 착시를 감안해 안정과 조화를 이루는 것으로서 대상을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함인 것이다. 아름다움이란 이처럼 자연스러움과 조화로움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공감대가 배경이 된 것은 물론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배흘림기둥의 경우 또한 가는 부분과 좀 더 가는 부분, 가장 두터운 부분의 비율이 황금비율과 거의 일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테네의 많은 건축물들의 경우에도 기둥이나 인물조각상들이 배흘림기둥과 같이 위와 아래의 크기와 비율이 달리 돼있는 경우를 빈번하게 찾을 수 있다. 물론 시각적인 착시를 보정해 안정감과 조화, 균형을 느낄 수 있게 함으로써 시각적인 대상물에 대한 아름다움의 미적 표상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눈으로 보는 것에 의존하지만 눈으로 보는 것은 착시와 왜곡 현상을 일으킬 수밖에 없으며, 눈으로 보면서 조화롭고 안정적이며 균형을 이룬 것과 같이 만들어 내는 것이 미학의 대상적 개념이라 생각됐던 것이다.

인류의 문명 형성 과정을 보면 착시는 미의 과학화와 미학의 형성에 본질적인 공헌을 해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형이상학이 시각적 과정을 통해 축적된 인지와 논리적 사고방식을 보완하며 성장할 수밖에 없었던 비밀도 바로 여기에 있다.



우성주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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