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적 상징이 돼버린 고대 그리스의 건축물들과 조각상들은 미의 표상으로서 수천년을 이어오고 있다. 아름다움의 대상으로서 이러한 건축물들과 조각상들에 대해 어떻게 수많은 사람들이 문화와 언어 및 역사적 배경을 달리하면서도 유사한 공감대로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일까. 이 같은 의문은 '황금비율'이라는 척도를 찾아내는 요인이 됐다.
그렇다면 이러한 황금비율은 인위적으로 계산된 것일까. 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부석사 무량수전의 배흘림기둥은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건축물을 볼 수 있는 위치를 3분의 1로 설정하고, 그 곳을 가장 볼록하고 두텁게 만들었으며, 아래쪽으로는 그보다 조금 가늘게, 위쪽으로는 좀 더 가늘게 제작한 기둥의 형상이다. 우리의 시선이 일정한 두께의 기둥을 보았을 때 느낄 수 있는 착시, 즉 기둥 모양에 대한 시각의 왜곡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기둥의 두께를 위 아래로 달리 했던 것이다. 이는 착시를 감안해 안정과 조화를 이루는 것으로서 대상을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함인 것이다. 아름다움이란 이처럼 자연스러움과 조화로움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공감대가 배경이 된 것은 물론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배흘림기둥의 경우 또한 가는 부분과 좀 더 가는 부분, 가장 두터운 부분의 비율이 황금비율과 거의 일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테네의 많은 건축물들의 경우에도 기둥이나 인물조각상들이 배흘림기둥과 같이 위와 아래의 크기와 비율이 달리 돼있는 경우를 빈번하게 찾을 수 있다. 물론 시각적인 착시를 보정해 안정감과 조화, 균형을 느낄 수 있게 함으로써 시각적인 대상물에 대한 아름다움의 미적 표상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인류의 문명 형성 과정을 보면 착시는 미의 과학화와 미학의 형성에 본질적인 공헌을 해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형이상학이 시각적 과정을 통해 축적된 인지와 논리적 사고방식을 보완하며 성장할 수밖에 없었던 비밀도 바로 여기에 있다.
우성주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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