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두얼굴의 구글, 협력사는 '부글'

최종수정 2010.08.09 11:14 기사입력 2010.08.09 11:14

댓글쓰기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사례 1# 안드로이드폰을 생산하는 A사는 최근 구글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운영체제(OS)의 버그를 수정하기 위해 구글측에 업그레이드 승인 요청을 했지만 구글측이 질질 끌면서 승인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글쪽에서 딱히 업그레이드를 위한 지원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승인을 얻으려면 수 주간의 기간이 걸리므로 피해는 고스란히 안드로이드폰 사용자의 몫이 되고 말았다.

사례 2#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B사는 최근 안드로이드폰용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중단했다. 애써 개발한 유료 애플리케이션이 인터넷 공유사이트 등을 통해 제멋대로 마치 공짜인양 퍼져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폰은 해킹을 하지 않은 경우, 다운로드 받은 유료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할 수 없다. 반면 안드로이드폰은 해킹을 하지 않아도 유료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아 설치할 수 있어 수 억원의 개발비를 날린 셈이 됐다는것이 B사의 하소연이다.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공유되고 있는 안드로이드폰용 유료 애플리케이션.

애플 아이폰에 이어 구글 안드로이드폰이 빠른 속도로 보급되고 있는 가운데 휴대폰 업체와 애플리케이션 개발사들의 주름이 늘고 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OS를 무료로 내놓았지만 승인 과정에서 휴대폰 업체의 자유로운 개발을 방해하는 등 겉으로는 '개방'을 내세우면서 뒤로는 협력사들에게 '폐쇄' 정책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휴대폰업계에 따르면 안드로이드폰 개발시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구글의 호환성 인증 테스트가 최근들어 이유없이 수주씩 지체되는 등 구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휴대폰 업체 A사의 한 임원은 "안드로이드폰의 경우에는 제품 개발이나 OS 일부를 업데이트 할 때 구글 본사의 호환성 인증 테스트를 거쳐야 하는데 이게 만만치 않다"며 "새로 추가한 기능때문에 늦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아무 이유없이 수주가 넘도록 인증 테스트를 해주지 않는 경우도 더러있어 단순한 업그레이드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등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놨다.
기본 주소창으로 구글 대신 네이버를 선택한 '옵티머스Q'는 호환성 인증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린 바 있다.

현재 안드로이드폰은 구글의 호환성 인증 테스트를 마치지 않으면 판매할 수 없다. 수많은 휴대폰 업체들이 안드로이드폰을 만들기 때문에 애플리케이션 호환성을 갖기 위해서는 인증 테스트는 어쩔수 없는 일이다.

문제는 국내 휴대폰 업체들이 제품을 개발할 때도 구글의 승인을 받기 위해 본사와 직접 연락을 주고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국내에 상주하는 별도의 안드로이드 관련 지원 인력이 없다보니 빠른 속도가 생명인 스마트폰 시장에서 곤란함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호환성 인증과정에서 구글의 입김도 큰 영향을 미친다. 구글은 휴대폰 업체가 자유롭게 기본 내장된 애플리케이션을 바꾸거나 검색엔진 등을 교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구글의 기본 서비스를 건드릴 경우에는 호환성 인증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구글이 철저하게 자사 서비스와 이익 구조를 관리, 감독하고 있다는 얘기다.

구글의 이런 태도는 일찌감치 지적됐었다. LG전자가 옵티머스Q 개발 당시 바탕화면의 기본 검색엔진을 구글에서 네이버로 바꾼 뒤 호환성 인증이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당시 "검색엔진 탑재는 구글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 제조사가 결정할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A사 임원은 "구글의 기본 서비스를 바꾸지 않아야 전 세계 안드로이드폰과 호환성을 가진다는 것이 구글의 태도"라며 "호환성 인증을 거치다 보면 스마트폰 업체들이 왜 자체 OS를 개발하려 하는지 저절로 이해가 될 정도"라고 꼬집었다.

애플리케이션 업체쪽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수억원의 개발비를 들여 개발한 유료 애플리케이션이 버젓이 개인 블로그를 통해 공유돼 개발 의지를 꺾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구글이 겉으로는 안드로이드 마켓을 통해 판매한 수익은 애플리케이션 개발사가 모두 가져가도록 양보하는 듯 보이지만 최소한의 저작권 보호장치조차 마련해 주지 않아 불법 다운로드가 성행하는 바람에 개발사들로서는 넋놓고 바라봐야만 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 B사 사장은 "구글 안드로이드용 유료 애플리케이션은 더이상 만들고 싶지 않다"며 "수 억원의 개발비를 들여 만든 애플리케이션이 불법 다운로드를 통해 유통되다 보니 개발비를 보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애플의 아이폰은 해킹의 일종인 탈옥(Jailbreak)를 하지 않으면 불법 다운로드 받은 애플리케이션을 아예 설치할 수 없다. 하지만 안드로이드폰은 별다른 과정 없이 불법으로 공유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할 수 있어 대조가 되고 있다. 유료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 수 백개를 압축해 놓은 파일들도 공공연히 나돌아 다닌다. 외장메모리에 넣고 그냥 설치하면 유료 애플리케이션을 공짜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앱스토어를 통해 판매하는 애플리케이션 수익을 개발사와 나눈다. 개발사측에 총 수익의 70%가 전달된다. 때문에 콘텐츠 보호에도 민감하다. 유료 애플리케이션이 많이 팔려야 애플도 많이 수익을 남기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반면 구글은 안드로이드 마켓을 통해 수익을 남기지 않는다. 결제 수단인 '구글 체크'를 통해 수수료를 가져가는 것이 전부다. 대신 무료 애플리케이션에 모바일 광고를 넣어 광고 수익을 애플리케이션 업체와 나누는 식의 수익모델을 활용한다. 이 때문인지 유료 애플리케이션 보다 모바일 광고를 담은 무료 애플리케이션을 늘리는데 오히려 주력하고 있다.

B사 사장은 "안드로이드에서 불법 다운로드 받은 애플리케이션 설치를 못하게 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구글이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이는 구글이 유료 애플리케이션이 늘어나는 것 보다 무료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모바일 광고 시장 확대를 겨냥해 문제가 있음을 알면서도 방조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구글이 겉으로는 안드로이드를 '개방'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자기 잇속 차리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안드로이드 OS는 공짜로 협력사들에게 제공되고 있지만 치러야 할 대가도 그에 못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명진규 기자 aeon@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