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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포럼]문화예술과학 교육 속 '창의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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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명과 과학의 형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능력은 바로 창의력이다. 문제는 창의력 개발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창의력은 객관적이고 보편타당한 방식으로 유도되는 것이 아니라, 논리와 인식의 틀에 대한 다양한 접근과 이해를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식과 정보에 대한 축적을 위한 인식이 보편타당함과 객관성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라면, 창의력은 개성과 독창적인 사고를 존중하는 배경에서 비논리와 비합리적 사고라는 엉뚱함과 재기발랄함까지를 수용해야 하는 과정에서 유도된다고 볼 수 있다.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 문화ㆍ예술ㆍ과학은 기억의 여신인 므네모시네와 올림포스의 최고의 신인 제우스 사이에서 태어난 9명의 뮤즈가 담당했다. 희극은 탈리아, 비극은 멜포메네, 비가는 에라토, 서정시는 폴리힘니아, 웅변과 영웅시는 칼리오페, 음악은 에우테르페, 춤은 테르프시코레, 역사는 클리오, 천문학은 우라니아가 관장했던 것이다. 여신들이 문화ㆍ예술ㆍ과학을 담당했다는 것은 영감으로 표현되기도 하는 창의력이 인간의 보편적인 노력의 영역에서는 통제하기 어렵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어로 '엔토우시아스모스(enthousiasmos)'인 영감은 '신에 홀린 상태'를 의미하는 말이다. 마치 무속신앙의 샤먼이 하늘과 접신하는 황홀경의 상태에서 하늘의 메시지를 받는 것처럼, 영감 또한 신적 영역의 선물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렇게 어려운 창의력 교육은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오늘날 공교육시스템은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교육의 혜택을 주는 선택을 하고 있다. 공교육이 지닌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창의력 개발과 진흥이라는 주제는 공교육이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난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창의력이 난공불락의 요새는 아닐 터이다. 문화예술과학의 강국이라 불리는 프랑스에는 사교육 열풍이 없다. 그렇다면 유년기 때부터 자신의 소양 개발을 위해 각종 학원에서 예술과 소양 및 특기적성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는 우리가 프랑스보다 더 월등한 문화예술과학의 강국이어야 될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예술교육이 '시간'의 투자와 비례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우선 떠올릴 필요가 있다. 또한 자신만의 '철학과 독특한 세계'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프랑스의 예술학교 입학과정을 예로 들어보자. 그들의 입학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그동안 틈틈이 연구한 표현예술의 자료집인 포트폴리오이다. 그리고 포트폴리오를 자신이 프레젠테이션 하는 것이다. 이것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와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을 들여다보면 다른 점이 여럿 발견된다. 우선 포트폴리오 작성 과정부터 다르다. 우리는 흔히 하나의 완결된 작품집을 포트폴리오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인들은 하나의 작품이 완결되지 못하더라도 일련의 과정 하나하나를 모두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과정이 생략된 결과물만이 작품이라는 생각과, 과정 그 자체가 모두 작품이라는 생각의 차이! 얼핏 그것이 무슨 대단한 차이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스쳐 지나쳤던 낙서와 단편적 사고들에서 논리와 합리화, 그리고 결과물에 대한 맹목적 의식이 놓치는 많은 단서가 나온다는 점은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된다. 창의력은 바로 여기에서 싹트는 것이다. 나의 다양한 생각의 단편들을 존중해 드러낼 수 있는 상황에서 창의적 사고와 능력이 비로소 태동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식과 정보의 교육에서 결과적 목표에 치중하기 보다 과정을 소홀히 하지 않으며, 각자의 개성과 속도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진정한 창의력 개발과 진흥의 원동력인 것이다.


우성주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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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주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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