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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몸매 멋진 車엔 철학·감동이 녹아있다"

최종수정 2010.05.03 10:58 기사입력 2010.05.03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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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완성차 디자인센터장의 4인4색 디자인 이야기

[아시아경제 손현진 기자]거리마다 장관이다. 색다르고 독특하고 화려한 자동차 행렬은 그 자체로 볼거리다. 틀에 박힌 모습에서 벗어나 화려하게 옷을 갈아입은 차량들은 위풍당당 도로를 누빈다. 자동차 제조사들도 디자인 경쟁력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쏘나타, 기아자동차 K7, 르노삼성자동차 뉴SM3, GM대우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는 우리 디자인이 세계적인 수준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자동차의 핵심 경쟁력인 디자인. 한국 자동차 디자인을 이끄는 국내 완성차 디자인 센터장 4인방을 만나 그들의 디자인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대자동차 오석근 전무
현대차 오석근 전무 "디자인으로 자동차 특징과 성격 부여"
디자인 철학 - 플루이딕 스컬프처(Fluidic Sculpture)
 
신형 쏘나타로 이미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보인 바 있는 현대차가 '2010 부산 모터쇼'에서는 신형 아반떼로 또 한번 국내외 소비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신형 아반떼의 잘 빠진 몸매는 '플루이딕 스컬프처'라는 디자인 철학에서 비롯된다. '유연한 역동성'을 의미하는 플루이딕 스컬프처를 정립한 오석근 전무는 "자동차는 이제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선 감성제품"이라며 "자동차 회사 간 기술력의 차이가 좁혀지면서 기업에서는 디자인을 브랜드 차별화의 핵심요소로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자동차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퍼스낼리티를 담아내는 것, 즉 디자인을 통해 자동차의 특징과 성격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진행한 수많은 프로젝트 가운데 오 전무의 기억에 가장 깊게 각인된 것은 1992년 출시한 HCD-1 콘셉트카와 올해 출시할 신형 아반떼다. 그는 "HCD-1은 현대차 최초의 콘셉트카로 1996년 티뷰론 디자인으로 발전시켜 출시됐다"면서 "현재 현대차가 해외 유수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디자인 경쟁력을 갖게 된 발판"이라고 강조했다.
오 전무는 향후 자동차 디자인이 두 방향으로 뻗어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첫째는 소비자들의 아주 작은 감성까지 고려한 디테일(Detail) 디자인이다. 둘째는 친환경 이미지를 고려한 녹색 디자인이다. 그는 "친환경 이미지를 스타일링에 표현하는 것은 물론 공기역학적으로 효율성이 높은 디자인이 부각될 것"이라며 자신만의 철학을 강조했다.

▲기아차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
기아차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
디자인 철학 - 절제미
 
피터 슈라이어 기아차 부사장에게 "가장 최고의 차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답은 늘 한결 같다. '가장 최근에 개발한 차'가 그것이다. 매번 최고의 작품을 선보인다는 자신감의 발로이다. 이번 부산 모토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최고의 차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슈라이어 부사장은 주저 없이 'K5'라고 답했다.

슈라이어 부사장은 "차를 만들 때 4분의 1크기의 스케일모델 여러 대를 제작한 후, 그 중 한대를 골라 실물 크기의 클레이 모델로 만든다"면서 "이때 최고의 한 대를 골라내는 작업은 참 어렵다"고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K5는 첫 눈에 끌렸던 흔치 않은 경우라며 엄지를 곧추세웠다.

슈라이어 부사장에 디자인은 '첨단기술제품과 인간과의 관계 설정'의 다른 말이다. 그 중에서도 움직이는 자동차는 외관 디자인과 인테리어 등을 조화롭게 고려해야 하는 복합적인 사고를 요구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란다. 지우고 다시 그리기를 수백, 수천번, 그렇게 디자인을 완성시켜 차량이 출시되고 소비자들이 즐겨 타는 모습을 볼 때면 감동이 밀려온다. 그는 "언젠가 우연히 젊은 여성이 (내가 프로젝트에 참여한) 골프 4세대를 타고 와 내 앞에 섰고, 그 차를 매우 좋아하는 모습을 봤다"면서 "그때 자동차 디자이너로서 큰 성취감을 느꼈다"고 환하게 웃었다.

슈라이어 부사장은 기아차의 모든 라인업을 디자인해보고 싶다는 속내도 내비쳤다. 기아차만의 정교하고(Precise), 깔끔하고(Clean), 단순한(Simple) 디자인을 완성하고 싶다는 그의 말에서 디자인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르노삼성자동차 알레한드로 메소네로 상무
◆르노삼성 알레한드로 메소네로 상무 "디자인은 생명은 균형"
디자인 철학 - '시대를 초월하는 美'
 
"자동차 디자인은 이야기를 전하고 감정과 사랑, 열정을 불어넣는 것이다"

알레한드로 메소네로 르노삼성 상무의 디자인 철학은 '시대를 초월하는 美'다. 인간의 눈을 즐겁게 하고, 이해하기 쉬워야 하는데다 유행에 관계없이 언제나 사랑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런 점에서 그가 가장 인상깊게 여기는 차는 '스타우트 스카라브'와 '페라리 데이토나'다. 전혀 다른 디자인이면서도 시대를 초월하는 공통된 아름다움을 지녔기 때문이다.

시대를 초월하기 위해서는 '균형'도 강조돼야 한다. 그는 "사람들의 얼굴은 눈, 귀, 코, 입 등 동일한 요소로 이뤄져 있지만, 각각의 얼굴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구성요소들 간 균형"이라면서 "균형이야말로 자동차 디자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며 이 원칙은 차량 전면부에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르노 라구나 쿠페를 개발할 때도 독창성을 강조하기 위해 적절한 균형과 구성요소를 찾아 긴 투쟁을 했던 경험도 회고했다.

올초 출시된 뉴SM5에는 그만의 철학이 올곧이 반영돼 있다는 평가다. 오랫동안 두고 봐도 질리지 않는, 그가 늘 강조해온 균형미가 녹아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으로 출시될 르노삼성자동차의 신차에서도 균형미는 빠지지 않을 전망이다. 그는 "앞으로 르노삼성자동차는 매우 강력한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라면서 "내년 서울국제모터쇼에서도 처음 신차를 공개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46명의 디자이너 모두가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신차에 대한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GM대우 김태완 부사장
◆김태완 GM대우 부사장 "디자인의 또 다른 이름은 즐거운 삶"
디자인 철학 - '!'

"내 디자인에는 마침표가 아닌 느낌표가 있다"

김태완 GM대우 부사장의 디자인 철학은 즐거움이다. 그는 "디자인이랑 삶을 즐겁게 해주는 것, 그 중 자동차 디자인은 즐거운 삶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내내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그의 유쾌한 성격과 꼭 닮았다. 순간 그가 진지해졌다. '보디 인 휠스 아웃'이라는 아리송한 용어도 튀어나왔다. 그는 "볼륨감이 살아있어 재미있고 신선한 디자인을 선호한다"면서 가장 인상적인 차로 시보레의 '콜벳 스팅레이'를 꼽았다. 볼륨감이 살아있는 차라는 이유에서다.

김 부사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로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당시 대중들에게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마티즈'와 신차가 어떻게 한 이름으로 공존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차량 개발에 참여한 디자이너들의 상상력으로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는 독자적인 색을 갖게 됐다. 특히 팀원들이 밤새 모터사이클을 분해해가며 만든 '다이내믹 미터 클러스터'는 새로운 마티즈의 상징과도 같다.

김 부사장이 앞으로 디자인하고 싶은 차는 무엇일까? '인체공학적인 버스'라는 다소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가끔씩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눈여겨 보곤 하는데, 언젠가 한번은 버스에 힘겹게 올라타는 어린 아이들과 노인들을 보았다"면서 "생활 전반에 인간 중심적인 편리함이 적용되고 있듯 이제 모든 교통수단도 이용자가 불편함을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느낌표는 감동의 느낌표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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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진 기자 everwh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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