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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과死의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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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의 그리스는 미국의 리먼브러더스로 비유되고 있다. 미국이 리먼을 파산시키면서 어떤 예상치 못할 결과가 초래됐는지 잘 알고 있는 유럽이 그리스를 절대 포기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시장 컨센서스다.

따라서 그리스 사태로 빚어진 작금의 상황을 백분 이용하자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이때 때마침 남유럽 사태가 터지면서 그리스 국채 수익률이 10%를 넘음에 따라 새로운 투자처가 생겼다는 얘기다.
그리스가 망하면 여타 PIIGS 국가도 무사하지 못한다. 포르투갈이 다음 타자로 알려지고 있으며 PIIGS 최대국인 스페인까지 전염될 경우 유럽 전체가 침몰할 수 있다. 올해 만기되는 스페인 채권만 2250억유로에 달한다. 그리스 GDP에 달하는 규모다.

그리스 지원으로 현재 450억유로가 책정된 상태지만 PIIGS 5개국 전체를 살리기 위해서는 6000억유로가 필요하다는 계산서도 나오고 있다.

450억유로를 마련하는데 걸린 시간을 감안한다면 6000억유로는 준비할 수 없음을 안다. 결국 어떠한 해결책도 없으니 대마불사(Too Big To Fail) 논리가 나온다.
망하게 할 수는 없으니 결국 어떻게든 살린다는 얘기다. 망하면 다 죽는 것이니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과 같다.
하지만 누가 어떻게 살릴 것인가의 구체적인 질문에는 답이 없다.
미국은 서브프라임 사태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별별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했다. 버냉키 Fed의장은 비서가 퇴근하고 난 새벽 사무실에서 쓰레기통에 버린 햄버거 조각을 주어 먹으면서 가이트너 재무장관과 전화통화를 해댈 정도로 초비상 사태를 맞았다.
의회를 협박하고, 백악관이 나서면서 초법적인 조치가 무수하게 취해지고 겨우겨우 증시 방향을 돌려 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EU문제는 다르다. 경제는 따로인데 통화는 같다. 한국이 97년 IMF외환위기 사태를 탈출할 수 있었던 환율절하 조치를 취할 방법이 없다.
겨우 강구되고 있는 것이 긴축인데 긴축은 이미 리먼사태 발생 이후 배제된 옵션이다.

리먼 파산 이후 무제한적인 재정방출과 부양조치로 국가 재정이 문제되면서 PIIGS 사태가 터지고 있는데 여기서 긴축을 하라는 얘기는 증시 및 경기를 침체시키자는 것과 마찬가지다.
리먼 사태이후 증시와 경기가 죽고 나면 통화재정 정책을 쓸 수도 없다면서 무조건적인 통화방출과 제로금리 정책을 구사했는데, 이번엔 국가 재정을 살리겠다고 증시와 경기를 죽이자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는 리먼 사태 이후의 조치가 틀렸음을 자인하는 게 된다. 결국 그때 그때 당장에 필요한 조치를 취했을 뿐 그 조치의 한계와 부작용은 전혀 고려치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독일과 프랑스가 최악의 선택으로 PIIGS 국가와 결별하고 싶을 수도 있겠지만 자국 은행들이 갖고 있는 PIIGS 채권을 생각하면 공멸하는 길이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독일이 프랑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EU 문제에 IMF를 끌어 들인 뒤 그리스의 자구노력을 촉구하면서 시간을 끌고 있지만 뚜렷한 방안이 없다는 것을 방증할 뿐이다.
단일통화체제를 허물고 예전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PIIGS 문제를 해결할 일말의 희망도 없는 현재 그저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시간끌기 정도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거나 '시간이 약'이고,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고, '굶어죽는 법은 없다'지만 '숨을 곳이 없고', '사면초가', '재수없으면 자빠져도 코가 깨지는 법'이라는 말도 무수하게 많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어느 것도 마땅치 않다. 죽는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고, 산다고 하자니 입에 발린 소리임을 너무나도 잘 안다.

해답이 없는 것 같아도 인간은, 자본시장은 살아서 번영을 누려왔다지만 그것이 진리라고 할 정도로 충분한 기간과 데이타가 축적된 것인지 의심스럽다. 갈수록 많은 문제가 터지고 쌓여가는 상황에서 어떤 대책이 나오고 그 대책이 어떤 후유증이 야기시키면서 또 다른 사이클을 만들어 나갈 것인지 생과 사의 쇼는 계속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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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문 자본시장부장 j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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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문 기자 j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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